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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이정재의 지금   
2022. 08. 17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로 또 한 번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공식 초청작으로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은 ‘헌트’는 지난 10일 개봉한 이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국내 극장가까지 완전히 접수했다. 밀도 있는 스토리와 스펙터클한 액션, 이정재‧정우성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치열한 열연으로 호평을 이끌어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그 중심엔 이번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치른 이정재가 있다. 각본 작업부터 연출, 연기까지 1인 3역을 소화한 그는 남다른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어 ‘헌트’를 완성, 감독으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감독으로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영화의 작품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은 지켜내는 준비된 연출가의 모습으로 현장을 든든하게 이끈 것으로 전해졌다. ‘헌트’의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우로도 힘을 보탰다. 극 중 조직 내 침입한 스파이로 인해 주요한 작전이 실패하자 그 실체를 맹렬하게 쫓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로 분해 액션은 물론, 캐릭터가 가진 내적 갈등까지 깊이 있게 표현했다. 영화 ‘태양은 없다’(1991) 이후 21년 만에 호흡을 맞춘 정우성과의 연기 앙상블도 더할 나위 없었다는 평이다. 

배우로 그리고 감독으로 지금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정재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헌트’의 시작부터 촬영 과정,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고생문이 열릴 줄 몰랐다”면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정재가 감독으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정재가 감독으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내가 왕이 될 상인가’(관상) 대사처럼, 진짜 ‘왕’이 된 것 같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스타가 됐고 첫 연출작 ‘헌트’도 반응이 좋다. 기분이 어떤가. 
“‘관상’에서 왕이 되고 싶어 했는데, 오징어아저씨가 됐다. 하하.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젊은 분들도 그렇고 해외에서도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는 계기가 돼서 큰 행운이고,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헌트’는 잘 나올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적은 프로젝트였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고 충무로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안 풀리는 프로젝트로 소문이 났을 정도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멈추지 않고 쓰다 보니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가 좋게 봐줘서 연출 제안까지 받게 됐고 그 제안에 용기를 내게 됐다. 좋은 스태프와 배우들을 만나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를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칸 초청까지 받게 된 것 같다.”

-각본 작업에만 4년간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오래도록 포기하지 못할 정도로 이 이야기에 꽂힌 이유는 무엇인가.   
“한재림 감독이 ‘관상’ 끝나고 몇 개월 후에 스파이물 ‘남산’이라는 시나리오가 있다면서 배역을 하나 주겠다고 했다. 2고를 쓰게 했고 어떤 방향으로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전달해서 3고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나오면 바로 보여주겠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다. 한재림 감독이 스파이물을 찍겠다고 하니 얼마나 잘 찍을까 기대가 됐다. 근사한 스파이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 연락이 없더라. 시간이 흘러 물어보니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 수정이 안 돼서 안 하기로 했다고 하더라. 아쉬웠다. 그러고 나서 또 2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지인을 통해 ‘남산’이라는 시나리오가 제작사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싶다고 해서 보게 됐고, 한재림 감독이 왜 안 하겠다고 했는지 이유는 알겠더라. 하지만 잘 수정하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갖고 시작하게 됐다. 고생문이 열릴 줄은 그때는 몰랐다.(웃음)”  

이정재가 감독으로서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로서 셀 수 없이 많이 간 현장이었지만, 연출자로서는 또 달랐을 것 같다. 첫 촬영현장을 기억하나.  
“굉장히 큰 장면이었다. 도쿄 거리를 택시 타고 오면서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을 찍는 거였다. 미술팀이 모든 간판을 바꾸고 일본 거리로 만드는 작업을 할 정도로 큰 촬영이었다. 보조 출연자분들도 꽤 많았고, 거리를 다 통제했다. 일본 택시도 실제로 공수해왔다. 그렇게 첫 촬영을 큰 장면으로 찍은 게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첫 촬영부터 하게 됐다. 많은 분들이 ‘이정재가 레디, 액션을 어떻게 할까’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웃음) 하지만 조감독이 컷 사인을 하기로 했다. 나는 더 연출과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현장이 이뤄질 거라고 설명하고 그렇게 첫날을 시작했다.” 

-해당 장면에서 화려한 카메오 군단이 등장한다. 충무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 모였는데, 어떻게 성사됐나.  
“(정)우성 씨하고 나하고 ‘태양은 없다’ 이후로 함께 출연한다는 결정이 동료 배우들에게 꽤나 반가운 뉴스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응원하는 마음으로 도와준다는 말을 먼저 해줬고, 한 두 분이 결정되다 보니 주변에 소문이 나서 다른 배우들까지도 하겠다고 해서 많은 분들이 나오게 됐다. 제 입장에서는 사실 다 나오면 안 된다고 했다. 영화 망친다고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고 몇 분만 나와 주길 바란다고 했는데, 한재덕 대표가 그럴 수 없다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중간중간 나오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도쿄 요원 1‧2‧3으로 하면 가능하겠다 싶었다. 스케줄을 한날로 맞추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는데,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했다.” 

-동림(스파이)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대학생 유정이 키포인트 역할을 한다. 유정 역에 영화 경험이 전무한 고윤정을 캐스팅했다. 
“제일 많이 고민한 배역이 유정이다. 기성배우가 하는 것이 좋을지 완전히 신인 배우가 하는 게 장점일지 의견은 분분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정 역에 가장 잘 어울리고 연기도 잘하는 것이었고 그것을 기성과 신인으로 나눌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난 배우들도 꽤 있지만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전작을 잘 찾아봤고 그러면서 고윤정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서 투표도 했다.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연출자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투표 결과가 같아서 다행이었다.”

​배우로도 활약한 이정재(왼쪽).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로도 활약한 이정재(왼쪽).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로서 쌓은 노하우가 연출자로서 배우들에게 디렉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연기자가 상상할 수 있게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배역으로서 느낌과 감정을 찾을 수 있게 대화를 많이 했고, 한 테이크 씩 찍어나가면서 같이 모니터를 보고 어땠는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더 하고 싶은 표현이 있다면 더 해보라고 제안도 하고. 또 연기자가 있는 장소가 현실감 있게 세팅됐는지, 자연스러운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현장을 조성하는 것이 내가 가장 크게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안에서 느끼고 연기하는 것은 배우에게 맡기고 싶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현지 로케처럼 보이더라. 프로덕션 과정이 궁금하다.
“프리 작업을 꽤 꼼꼼히 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스태프들과 회의를 많이 했고, 영화 전체적인 컬러 톤을 유지하기 위해 혹은 사실적으로 보여야 하는 부분들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았다. 예를 들면 일본은 우핸들 자동차들이 화면에 많이 나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태국은 야자수를 많이 심어야 효과적이지 않을까 등 사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했다. 물론 큰 예산이긴 하지만 넉넉한 예산은 아니었기 때문에 비용적으로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캐스팅을 두고 투표를 했다거나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했다는 등을 보면 많이 열어놓고 소통하는 현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 이정재의 현장은 어떤 모습이고자 했나. 
“이런 현장 저런 현장 너무 많이 경험했다. 경험치가 많잖나. 화기애애해서 즐거운 현장이 있는 반면, 물병이 날아다니는 현장도 있었다. 정말 별의별 현장 다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현장에서는 안 좋은 일이 절대 없길 바랐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더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스태프들과도 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준비할 게 있으면 미리미리 하려고 했다. 내가 원하는 세팅이 있다면 그것을 원하지 않는 스태프도 당연히 있으니 그런 이야기들을 더 가감 없이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드는 게 중요했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이야기하면 뭐하나’ 하는 생각은 절대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명 한 명 동의하냐고 물어봤다. 프리 때부터 그랬다. 합의점을 이뤄낸 상태에서 진행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뭔가 더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고스트 디렉터’가 있지 않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독’ 이정재의 연출력에 대한 칭찬이 많다. 여러 감독들과의 많은 작업을 통해 자양분을 흡수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도 제발 (고스트디렉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하. 당연히 함께 한 감독들의 영향이 있다. 우선 배창호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작업한 그 어떤 감독보다 제일 열정적이었다. 본인이 먼저 구르고 제일 앞에 가고 배우, 스태프들과 대화를 즐겨 했던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김성수 감독은 스타일리시하고 과감하게 찍는 면이 좋았고, 박광수 감독이나 변혁 감독은 아주 섬세하고 유려하고 예술적이다. 또 장재현 감독과 황동혁 감독의 특출하고 좋은 면도 경험을 해봤다. 그러다 보니 어떨 때는 배창호 감독이 이렇게 찍었지, 성수 형이 나를 괴롭히면서 이렇게 찍었지, 카메라 이동을 이렇게 하며 수려하게 찍었지 생각이 났다. 현장에서의 그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다.”

-이번 도전이 배우 이정재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다음 연출 계획도 있나.
“연출 계획은 전혀 없다. 연기만 하는 작품을 찾고 있다.(웃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시나리오 쓸 때는 캐릭터 구축을 이런 식으로 하면 연기할 때 조금 더 도움이 되겠구나 느꼈고, 연출을 하면서는 연출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일을 하는구나 그렇다면 앞으로 연출자와 대화할 때는 이런 식으로 하면 소통이 잘 되겠다, 스태프들과 어떻게 지내면 현장이 더 창의적인 현장이 되겠다 등을 느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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