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노조는 당당치킨 생산 물량 증가로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조리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진행된 노조 측의 기자회견./ 사진=연미선 기자

시사위크|등촌동= 연미선 기자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에서 조리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리 인력 노동자들이 업무가 늘어나면서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당당치킨의 그늘’ 논란… 왜?

마트산업 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 조합원들은 31일 오전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당당치킨 조리인력 즉각 충원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과도한 노동강도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치킨은 오래갈 수 없다”며 사측에 조리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당당치킨은 홈플러스가 물가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월 30일 출시한 제품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3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6,990원의 파격가에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당당치킨은 품절 대란이 날 정도로 매출 대박을 쳤다. 당당치킨은 21일 기준 총 46만마리가 팔렸다. 당당치킨 출시 전 한 달에 3~4만마리가 팔리던 치킨이 하루 1만 마리씩 팔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와 노조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하루 매출량이 이전에 비해 10배 가깝게 뛰었는데 조리인력은 늘지 않았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적정생산량을 정했지만 반발은 지속됐다. 노조 측은 적정생산량마저도 예전 하루 생산량의 3~4배에 달한다는 점, 파생상품이 생기면서 생산량 조정이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을 들어 여전히 조리인력 충원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 노조 측 “과중한 업무 시달려, 조리인력 즉각 충원하라”

홈플러스 노조는 조리인력 즉시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똑같은 수의 노동자들이 평일 기준 하루 30~40마리 튀기던 것을 150마리 튀기려면 그만큼의 노동량이 증가한다. 특히 적정생산량이 정해지기 이전에는 점포끼리 경쟁이 붙어 더 업무량이 증가하기도 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당당치킨 출시 초반에는 조기출근과 연장근무가 많았고 휴무일에 불려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이 보장돼야함에도 지나친 업무강도에 기본마저 보장받지 못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과중업무가 두 달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홈플러스 측의 적정생산량 제한으로 그나마 점포끼리의 경쟁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많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조리인력의 대부분은 50대 여성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치킨을 튀기고 기름 등 물량과 18L에 달하는 튀김통을 옮기는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당당치킨 조리인력으로 일했던 신순자 홈플러스 금천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치킨을 포함한 여러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진열‧이커머스‧고객님들 관리까지 5~8명이서 다 해야 한다”며 “나중에는 도저히 팔을 움직일 수가 없어 지금 2주째 병가를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회사에서 직원을 충원해주고 숨 좀 돌리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당당치킨의 성공은 직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매장 내 조리노동자가 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홈플러스에 즉시 인력 충원과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한다. 또한 즉각적인 인력충원 및 대책 수립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은 자체적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사측과 노조 측의 입장이 강경해 타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퍼포먼스를 보이는 모습./ 사진=연미선 기자

◇ 노사 간 입장차 첨예… 타협점 보이지 않는 논란

이번 기자회견과 현재까지의 노조 입장에 대한 홈플러스 측의 입장도 강경하다.

홈플러스 측은 본지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노조 측이 주장하는 노동량 증가 관련해서는 산출 근거가 부족하다. 당사 직원들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근무하고 있다”며 “기준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없는 노조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인력충원의 경우 고용유지가 필수적이므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 당당치킨이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근시안적 관점에서 충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당당치킨의 인기 지속 여부에 따른 충원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에 대해서도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김영준 교육선전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노동량 증가의 산출 근거가 불확실하다면 무엇이 불확실한지 매출량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회사 측에서 낸 보도자료 기준으로 대략 50일 간 46만마리가 팔렸다”고 반박했다.

인력충원에 관한 사측 입장에 대해서도 “우선 당당치킨이 시작될 때만 해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길어야 2주 정도 되는 이벤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인기가 계속돼 파생상품까지 나오는 등 지속적으로 사업을 펼칠 생각이라면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회사 측이 고용유지 어려움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 현재 홈플러스에서 1년간 정년퇴직을 하는 사람만 1,200명가량 된다. 근무자 대부분이 50대 중년 여성이기 때문”이라며 “130개 매장에 조리직을 3명씩만 투자해도 400명인데, 당당치킨의 인기가 줄어든다 해도 그 인원은 정년퇴직으로 인한 빈자리에 투입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당당치킨은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판매 경쟁의 불씨를 붙였다. 이번 논란이 다른 대형마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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