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호무역주의에서 비롯된 수입규제가 증가 추세에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대응 능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중소기업이 알아야 할 수입규제 가이드북을 발간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최근 세계경제 악화로 자국의 산업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보호무역주의에 기인한 대(對)한국 수입규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대응 능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수입규제 조사보다 ‘시행 조치’ 많아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수입규제 조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대응 역량 향상을 위해 ‘중소‧중견기업이 알아야할 수입규제 대응 가이드북’을 발간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입규제 가이드’에 따르면 수입규제는 수입국이 공정경쟁 또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수입되는 재화를 제한‧감소시키기 위해 부과하는 다양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다. 수입규제에는 △반덤핑 관세 △상계관세 △세이프가드가 있다.

수입규제 동향을 살펴보면 전세계 신규 수입규제 조사는 2011~2016년 1,376건에서 2016~2020년 1,621건으로 15.1% 증가했다. 이 중 실제 시행으로 이어진 조치 건수는 같은 기간 827건에서 1,001건으로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한국 수입규제 조사는 103건에서 109건으로 5.5% 증가한 반면, 시행 조치 건수는 58건에서 80건으로 27.5%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이 수치는 우리 기업의 수입규제 대응 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 아주통상실 유종철 차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반덤핑 등 수입규제 조사를 받게 되면 (관련된 자료를) 회계적으로 계산해서 제출해야 한다”면서 “실제 중소‧중견기업들은 그런 회계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외국어로 된 자료 제출이나 비용 부담에 대한 역량도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와 산자부가 대응 가이드북을 마련한 것도 복잡한 절차에 기업들이 정당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돕기 위해서다. 역량 부족이나 비용 부담으로 인해 대응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게끔 △사전 자료 준비 △답변 내용 △문서 작성 방식 등에 대한 조언이 포함됐다. 특히 대한국 수입규제로 동일 조사대상 물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 동시 진행 등 수입규제 중복 부과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쳐하는 부분도 있어 해당 조치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대응역량 강화 필요”

수입규제 증가 추세는 갈수록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악화되던 미중 간 무역 분쟁에 이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도래하면서 자국우선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 확산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미국의 IT버블이 붕괴됐던 2000년도, 세계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도 등 미국‧중국‧EU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질 때 ‘자국의 산업 보호’라는 명분하에 수입 규제가 강화됐었다.

다만 해당 시기에는 G20 등 국제사회의 공조를 바탕으로 보호무역주의 배격 노력이 있어 수입규제 조치가 크게 증가하거나 지속되는 추세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EU의 브렉시트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로 급격하게 증가세를 보이던 수입규제 조치는 이제 전세계적인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종철 아주통상실 차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세에 대해 “세계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하고 최근에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 “특히 지금 성장을 해야 하는 단계인 인도나 터키 등에서 산업규제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각 기업들의 대응력을 강화해 적어도 부당한 수입규제에 대해서는 반박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유종철 차장은 “사실 보호무역주의나 수입규제가 (수출국 측에서) 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기업들이 미리 준비하고 잘 대응할 수 있게 컨설팅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중소·중견기업이 알아야 할 수입규제 대응 가이드북 발간 / 한국상공회의소, 2022년 10월 18일

http://www.korcham.net/nCham/Service/Economy/appl/KcciReportDetail.asp?SEQ_NO_C010=20120935737&CHAM_CD=B001

 

-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 / 산업연구원, 2019년 11월 29일

https://www.kiet.re.kr/research/reportView?report_no=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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