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감몰아주기 근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 대기업들의 내부거래가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등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파이낸셜뉴스>가 금융감독원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해 하반기 삼성, 현대차, SK, 롯데, 한화 등 주요 대기업들이 계열사 간 이뤄지는 상품 용역거래는 6조83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중 수의계약 거래규모는 5조8,076억원에 달한다. 무려 96.66%의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반면, 순수 경쟁입찰 비중은 1.77%(106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거래 추이는 전년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는 점에서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들 대기업의 내부거래 규모에서 수의계약 비중은 96.91%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삼성, 현대차 등을 비롯한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통해 거둔 매출액은 총 64조6,522억원에 달했고, 이 중 92.4%에 달하는 59조7,395억원이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진 바 있다.

 대기업들은 경쟁입찰을 늘려 내부거래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음에도 수의계약을 동원한 내부거래 관행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대기업의 계열사 간 과도한 수의계약은 중소기업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봉쇄하는 등 투명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특히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 수의계약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어딜까. 롯데와 현대차그룹의 수의계약 비중이 98.56%, 97.95%로 유독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그룹은 올 3·4분기 내부거래 중 1조1,274억원을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넘기고, 나머지 1.30%(474억원)만 경쟁입찰을 거쳐 일감을 넘긴다. 현대차그룹은 4·4분기까지 3조6,103억원을 수의계약으로 거래한다. 경쟁입찰 거래 비중은 1%대를 넘지 못했다.

 또한 삼성그룹의 경우, 사내식당 등은 삼성에버랜드, 시스템통합(SI)은 삼성SDS 등을 통해 내부거래를 한다. SK그룹은 SI업체인 SK C&C를 통한 내부거래가 대다수였다. 한화그룹은 한화 S&C 등에서 경쟁입찰을 도입했지만 광고회사 한컴과 에스엔에스에이스는 일부 제한경쟁 및 지명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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