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로 인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이번엔 땅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이 투기 대상으로 삼은 땅은 원전 건설이 예정된 부지다. 직무상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정의당 김제남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9년 5월 한수원 2~4급 직원 10명은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2019·2020년 완공 예정) 건설 예정 부지의 토지를 공동구입했다.

부지는 2,270평 규모 과수원으로, 이들은 6억7,000만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한 뒤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가 상승으로 4년 만에 4억5,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원전과 주변 도로 터 편입이 사실상 확정된 이 토지의 보상 절차가 진행되면 수익은 토지 매입금액의 수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들이 경매를 통해 토지를 구입한 시기다.

당시 한수원 이사회는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한 뒤 대외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공표하기 전이었다. 해당 부지에 대한 원전 건설 계획은 한수원 직원만 알 수 있는, 업무상 비밀 정보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직무상 비밀정보를 이용해 땅투기를 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해 9월에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수원은 두 달여간 자체 감사를 벌여 부패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울산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울산지검은 올해 3월 이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이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부패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검찰은 한수원 내규에 따라 이들을 징계할 것으로 통보했다.

하지만 한수원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아무런 징계 조치 없이 내사종결로 마무리했다. 더구나 일부 직원은 이 사건 이후에 고위직(2급)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여전히 해당 토지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제남 의원은 "'최악의 원전비리'가 아닐 수 없다"며 "1만여 명에 가까운 한수원 직원 모두는 아니겠지만, 내부의 비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주식 거래 등 부패행위를 한 사례가 이것뿐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부와 검찰은 이번 건을 계기로 한수원 내부 비리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감사,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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