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동양 수천억 탈세 알고도 묵인

▲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2013 국정감사에서 정부부처 기관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형수 통계청장, 백운찬 관세청장, 기획재정부 이석준 2차관, 현오석 경제부총리, 추경호 1차관, 김덕중 국세청장, 민형종 조달청장.

'동양그룹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엔 세무당국이 동양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도 이를 묵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31일 국회 기재위 종합국감에서 "국세청이 지난 2009년과 2010년 동양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던 도중 계열사와 현재현 회장이 7,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작성한 동양 세무조사 내부문건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9년 2월 서울국세청 조사1국을 통해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같은해 11월 조사4국을 투입해 특별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은 △해외자회사를 이용한 은닉자금 조성혐의(2,334억원) △업무무관 가지급금 및 인정이자(468억원) △자산유동화(ABS) 임차료 부당행위계산부인(313억원) △PK2(주)의 해외차입금 이자비용 과다 유출혐의(236억원) 등을 내용을 파악했다.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허위 기부금 영수증으로 60억원의 부당공제를 받았다는 혐의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검찰 고발 전단계인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동양그룹건을 안건으로 올리지 않고, 이후 검찰 고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외압'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주장과 관련, 지난 2011년 3월 국세청 직원이 검찰과 감사원ㆍ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세청 직원은 진정서에서 "동양그룹 계열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동양그룹 위장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부당금전지원에 대한 부당행위를 적발하고도 추징하지 않았다"며 "A조사반장으로부터 당초 조사1국에서 동양캐피탈 세무조사시 이 건을 적출하였으나 국장의 지시로 과세하지 못했다는 말과 혹시 과세되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2009년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탈세 사실을 밝혀내고 거액의 세금을 추징할 수 있었지만, 고의로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A조사반장은 얼마 전 CJ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골프 접대 등을 받은 혐의가 적발돼 사임한 인사로 알려진다.

박 의원은 "진정서는 세무조사에 지속적으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으며, 이 때문에 추징금도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고 검찰고발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동양그룹의 범죄사실을 확인하고도 세금 추징만 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은 것이 결국 오늘의 동양그룹 사태를 불러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당시 동양 세무조사는 적법한 과정을 거쳤고 합당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은 현재 △부실 계열사 기업어음과 회사채의 불완전 판매 △경영진의 계열사를 활용한 불법적 자금거래 지시(배임) △법정관리 신청 직전 그룹 부회장이 동양증권 계좌에서 현금 6억 원을 인출하고 금괴를 빼돌린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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