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만 들어가면 왜 회장님들은 중환자가 되는 걸까."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검찰 출두를 앞두고 건강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효성그룹 측은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로 심적 부담이 컸던 나머지 지병인 고혈압과 심장 부정맥 증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효성그룹은 1997년부터 1조원대의 분식회계로 법인세를 내지 않고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그런데 이 소식에 ‘또 휠체어 타고 출두하는 거냐’ 등의 반응들이 나오는 건 왜일까. 검찰이나 법정에 출두할 처지가 된 재벌 회장들이 유난히 휠체어와 인연이 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법처리 절차를 앞두면, 많은 재벌 회장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건강 악화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 그리고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등장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마스크를 쓰고, 링거를 꽂은 채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가운데)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우)이 법원에 들어서는 모습.

이를 두고 ‘동정심을 자극하는 전략’, ‘구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 ‘병보석, 구속집행정지를 노린 것’ 라는 등 뒷말이 나왔지만 재벌 회장들의 휠체어 사랑은 계속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출두한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이윤재 전 피죤 회장 등 수많은 재벌 회장들이 검찰과 법원으로 향할 때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작년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어머니 이선애 씨가 함께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출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이 모두 '꾀병'을 부렸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휠체어 코스프레’를 벌이다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는 만큼 재벌 회장들의 휠체어 출두를 보는 눈은 곱지 못하다. 이홍하 서남대 총장은 병보석으로 풀려났다가 꾀병이라는 게 밝혀져 다시 수감된 바 있다. 

조석래 회장이 곧 검찰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재벌 회장의 휠체어 사랑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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