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제3인류' 1-2권.

인류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장편소설 '제3인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2년만의 신작이다.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축조한 장대한 스케일의 과학소설이다. 인류가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가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하여 그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기상천외한 시도를 벌이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남극. 저명한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의 탐사대가 17미터에 달하는 거인의 유골을 발굴한다. 그러나 이 중대한 발견은 사고와 함께 파묻히고 만다.

파리. 샤를 웰즈의 아들 다비드 웰즈는 미래의 인류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인류의 진화가 소형화의 방향으로 이뤄지리라는 것이 그의 지론. 또 다른 과학자 오로르 카메러는 여성화가 인류의 미래라고 믿는다. 이들은 일단의 과학자들과 함께 나탈리아 오비츠 대령이 이끄는 비밀 프로젝트의 일원이 된다. 

핵 위협, 환경재앙, 야만적 자본주의, 종교적 광신 등으로 인해 점점 더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는 인류의 파멸을 막기 위한 그들의 활동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 앞에 놀라운 비밀,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 있는 실험이 시작된다….

인류의 절멸을 막고자, 막을 수 없다면 누군가 지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이들이 스스로 진화해 자신들을 구원하고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가슴 졸이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는 작품이다.

과학소설의 외피를 입고 있는 이 작품에서 베르베르는 독특하게 우화적 수법을 동원한다. 지구를 인격화한 가이아를 요소요소에 등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이아는 독백의 형태로만 등장하며,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전체 소설에서 가이아의 독백은 1인칭 서술로 독립되어 있다. 

이 이중적 속성의 결합은 작가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만든다.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방식을 계속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인류는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는 종말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피할 수 없다면,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인류를 탄생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문명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 사라지더라도, 그 폐허 위에서 누군가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므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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