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있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랜드그룹에 따르면 박 부회장은 지난 11일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직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같은 날 민혜정 이랜드월드 공동대표도 함께 사임했다.

이랜드월드는 최종양 이랜드위시디자인 경영자(이랜드중국패션디자인 경영자), 김연배 농업회사법인 맛누리 경영자, 정성관 이랜드그룹 생산총괄책임자(CPO) 등 세 명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지주회사로 ‘뉴발란스’, ‘티니위니’, ‘후아유’ 등 패션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회사다.

이랜드 측은 박 부회장의 사퇴에 대해 “전문경영에 힘을 실어주고,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을 총괄하며 글로벌 경영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부회장은 지난 8월엔 이랜드파크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박 부회장의 잇단 계열사 대표이사직 사퇴에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등기임원 보수 공개’를 피해가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뒷말이 일고 있다. 내년부터는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이사의 보수공개가 의무화된다. 박 부회장은 이랜드월드의 대표이사에서 사퇴했지만,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등기임원이라는 점에서 연봉공개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수반되는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 그룹을 지배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굳이 대표이사직을 맡아 위험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재계에 형성되고 있다”며 “최근 재계 총수들이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 맡기는 것도 이런 경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너일가의 책임 경영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등기임원직을 내려놓고 있다. 지난 3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

최근엔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부인 이화경 부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전 회장 등이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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