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원정출산' 의혹 때문에 중요한 행사에서 곤혹스런 상황을 맞았다.

사건(?)은 21일 터졌다. 이날 대한항공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일우스페이스'에서 기내서비스 관련 행사를 개최했다. 프랑스 최고급 샴페인 '페리에-주에' 4종과, 명품 와인글라스인 '리델글라스'를 국제선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에 새로 서비스한다는 것이 행사의 요지였다.

▲ 21일 오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조현아(왼쪽 세번째) 부사장, 자끄 메니에르 페리에 주에 홍보 및 마케팅 이사, 콘 콘스탄디스 페르노리카 아시아 지역 대표 등이 프랑스 명품 샴페인 '페리에 주에' 서비스 개시를 기념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달부터 국제선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 승객에게 명품 샴페인 '페리에 주에'를 제공하며 기내 서비스 고급화에 박차를 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언론에서는 이날 행사를 조 부사장이 주관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했다. 기내서비스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조 부사장이 한식에 이어 이번엔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에 대한 기대감에서다.

또한 조 부사장이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터라 관심은 더욱 컸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동치미국수' 등 기내식 발표 행사 이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내서비스 행사를 주관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복귀를 알린 셈이다.

시종일관 고급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던 행사는 공식일정이 끝난 후 반전을 맞았다. 공식행사 후 취재진이 조 부사장에게 '원정출산 논란'에 대한 질문을 꺼내면서 분위기가 '급 어색'해진 것이다. 조 부사장은 살짝 당황한 듯 하더니 이내 "오늘 행사에 관련된 내용만 말씀드리겠다"며 언급을 회피했다.

조 부사장은 임신 중이던 3월 미국 LA지사로 발령을 받았고, 5월 말 미국 현지에서 출산하면서 '원정출산' 의혹을 받았다.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을 통해 "해외현지에서 근무 중 출산한 것이며, 자녀들이 한국민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결국 조 부사장의 원정출산과 관련해 악성댓글을 쓴 네티즌은 조 부사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지난 9월 조 부사장이 국내 업무로 복귀하면서 소송을 취하하긴 했지만, 그의 원정출산에 대해선 여전히 뒷말이 많다. 

그만큼 원정출산 논란은 사실여부를 떠나 조 부사장으로선 예민하고 불편한 질문일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 중 일부는 혹시라도 '원정출산에 대한 코멘트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행사의 취지와는 무관한 질문이지만,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하고 싶은 기자들 입장에선 이 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 부사장은 취재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스치듯 보여진 조 부사장의 표정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답변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날 조 부사장은 유럽 왕족들이 선호한다는 프랑스 최고급 샴페인을 시음했다. 200년이 넘는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명품 샴페인이라고 한다. 과연 '원정출산' 의혹을 떨쳐내지 못한 조 부사장이 느낀 최고급 샴페인의 맛은 어땠을까.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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