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서 '쉐보레' 브랜드 철수 결정에 한국GM 생산량 급감 우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설 제기돼, 노조 '생산량 급감 대응책' 마련 촉구

▲제너럴모터스(GM)가 2016년부터 유럽 지역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사진은 세르지오 호샤 한국 GM 사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25일 미래 성장 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제너럴모터스(GM)가 2016년부터 유럽 지역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시키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GM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쉐보레 제품의 90%를 생산하는 한국GM으로선 생산물량 급감이 불가피하기 때문. 특히 이번 결정이 본사가 인력감축을 시행하기 위한 ‘신호탄’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국GM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동안 잠잠했던 철수설도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GM은 2016년부터 유럽지역에서 쉐보레를 철수하고 오펠, 복스홀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유럽시장에서 쉐보레의 점유율이 1%대에 불과하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브랜드 전략을 새롭게 짠 결과다.

 ▲ GM이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쉐보레 크루즈
문제는 유럽에서 판매중인 쉐보레 제품의 90%가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GM이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쉐보레의 차량은 18만6,000대 가량으로 한국 GM 연간 전체 생산량(85만대)의 20%에 달한다.

◇ 전체 생산물량 20% 감소

그런데 이 물량이 2016년을 기점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가뜩이나 생산물량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GM으로선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유럽 수출용 쉐보레를 주로 생산해온 한국GM 군산공장은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군산공장은 생산량의 35∼40%를 유럽에 수출해왔다.

군산공장은 생산량 감소에 시달리는 곳이다.  지난 3월부터 사실상 ‘주 3일 근무’의 조업 단축을 하고 있고, 공장 가동률은 60% 수준으로 떨어져있다. 여기에 유럽수출 길까지 막히게 됐으니, 군산공장의 생산량 감소는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인력감축설’부터 ‘공장폐쇄설’까지 갖가지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군산공장은 지난해 크루즈의 차세대 모델 생산지에서 제외되면서 ‘매각설’에 휘말렸던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한국GM의 인력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사무직 희망퇴직과 달리 이번에는 생산직도 대상에 포함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한국GM노조는 “수출 물량 감소와 고용 불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통해 “유럽시장 철수 결정이 고용불안의 요인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시행 조짐이 포착되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측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시장 철수에 따라 감소하게 될 마케팅 비용 2,600억원을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용으로 쓰고, 신차종 투입에 따른 출시 계획도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대체 생산물량을 확보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 실시로 생산물량이 감소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적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구조조정 계획과 공장 폐쇄설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현재 노사는 생산물량 조정과 고용유지에 대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 한국GM 노조가 쉐보레 브랜드 유럽시장 철수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7월 10일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부분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한 노조원이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GM은 수년전부터 철수설에 휘말리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GM 직원은 1만5,000명 가량. 이 중 1만명은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에서, 나머지는 경남 창원과 전북 군산에서 근무한다. 군산공장에서 4,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 끊임없는 한국시장 철수설

지난해 준중형차 쉐보레 크루즈의 후속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하면서 업계에선 GM이 한국 내 생산량을 점차 줄이는 방식으로 사업 철수 수순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여기에 올해 초 댄 애커슨 GM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의 안보가 불안할 경우 생산시설을 이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철수설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은 “한국GM은 신차 생산에서 제외되고 통상 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 GM이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본사와 한국GM은 철수설을 완강하게 부인해왔다. 세르지야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 8월 27일 쉐보레 스파크EV 행사장에서 “전기차 스파크EV를 내달 중순부터 한국에서 생산하고 판매할 예정”이라며 “이는 GM이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쉐보레의 유럽시장 철수 결정으로 철수설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라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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