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락.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진행했다.

그 결과 투수 손승락(넥센), 포수 강민호(롯데), 1루수 박병호(넥센), 2루수 정근우(SK), 3루수 최정(SK), 유격수 강정호(넥센), 외야수 손아섭(롯데)·최형우(삼성)·박용택(LG), 지명타자 이병규(LG)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손승락.
◇ ‘승리를 잠그는 남자’ 손승락, 마무리로서 17년 만에 GG 수상 영예

투수 부문의 손승락은 이번 골든글러브 수상자 중 단연 눈길이 가는 선수다. 투수 부문에서 선발 보직이 아닌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것이 아주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2001년 신윤호(당시LG) 이후 12년 만이다. 마무리 투수가 수상한 것은 더 오래됐다. 17년 전인 1996년 구대성(당시 한화)이 마지막 수상자다.

손승락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57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46세이브는 오승환의 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인 47세이브에 단 1개가 모자란 성적이다. 오승환은 2006년과 2011년 47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한 시즌 최다세이브는 아쉽게 놓쳤지만, 손승락은 올 시즌 무서운 초반 기세로 시즌 최단경기(11경기) 10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손승락이 올 시즌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둔 것은 분명했지만, 수상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간의 골든글러브가 선발투수에게 비교적 관대한 반면 중간계투나 마무리 투수에게는 깐깐했기 때문이다. 2006년과 2011년 두 차례나 한 시즌 최다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오승환이 각각 선발투수인 류현진과 윤석민에게 골든글러브를 내줬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다. 이번에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후보로 오른 선수는 손승락을 비롯해 선발투수 배영수(다승 1위·삼성)·세든(다승 1위·SK)·리즈(탈삼진 1위·LG)·찰리(평균자책점 1위·NC), 중간계투 류제국(승률 1위·LG)·한현희(홀드 1위·넥센) 등이다.

저마다 각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전체적인 성적에선 부족함이 있었다. 그나마 세든과 찰리가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나타냈으나 팀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반면 손승락은 소속팀이 사상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물론 세이브라는 성적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세이브 상황이 주어져야하는 만큼 운도 따라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총 128경기를 치르며 72승을 거두는 동안 46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는 것은 팀에게 크나큰 공헌이 아닐 수 없다.

손승락은 수상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구단과 4억3,000만원의 연봉에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해보다 무려 1억7,000만원이 오른 금액이다. 넥센이 손승락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손승락으로서는 연봉 대박에 이어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겹경사를 맞게 됐다.


▲강민호.
◇ 다른 의미로 치열했던 포수 부문… 그래도 강민호

골든글러브는 해당 포지션 경쟁자들이 모두 뛰어나 손에 땀을 쥐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의미로 땀을 쥐게 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 포수 부문이 그렇다.

올 시즌 포수부문은 경쟁구도는커녕 군계일학도 없었다.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민호가 “이 상이 부끄럽다”고 말한 것이 겸손으로 느껴지기보다는 그 자체로 수긍이 가는 이유다.

이번에 포수부문 후보로 오른 선수는 강민호와 진갑용(삼성), 양의지(두산), 이지영(삼성) 등 총 4명이었다. 삼성에서 두 명의 선수가 후보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리그 내 포수 기근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한 팀에서조차 완벽하게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지 못한 선수가 후보에 올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상자인 강민호도 다르지 않다. 올 시즌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강민호는 105경기에 나서 타율 2할3푼5리, 77안타, 11홈런, 57타점, 48득점, 4도루를 기록했다. 도루저지율은 3할 8푼 1리였다.

지난해 기준이었다면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을 성적이다. 지난해까지 골든글러브 포수 후보 기준은 ‘88경기 이상 출전·타율 2할 7푼 이상’이었다. 그것이 올해는 ‘85경기 이상·타율 2할 3푼 이상’으로 변경됐다. 강민호에겐 그야말로 운명적인 골든글러브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원소속구단이었던 롯데와 4년간 총 75억이란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잭팟’을 터뜨렸다. 역대 국내 FA 중 최다금액이다. 롯데의 대표적인 스타플레이어라는 점과 여전히 국내 최고의 포수라는 점이 반영됐다고는 하나 올 시즌 성적만을 놓고 보면 지나친 금액이라는 시선도 있다.

FA 계약 때도 머쓱함을 감추지 못했던 강민호는 이번 시상식에서도 역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당당하게 골든글러브를 받도록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밝힌 그가 내년엔 활짝 웃으며 시상대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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