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검찰이 삼일제약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삼일제약이 또 다시 리베이트로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 조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삼일제약에게 과징금 3억3,700만원과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쯤 되면 리베이트 중독이다. 삼일제약은 지난 2007년과 2011년에도 리베이트가 적발돼 과징금 등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이번이 어느덧 세 번째다.

2007년엔 2003년 1월부터 2006년 9월까지 저지른 리베이트가 적발됐지만 시정명령만 받았었다.

하지만 당국의 조치에 콧방귀라도 뀌듯 삼일제약의 리베이트는 계속됐다. 2011년엔 2008년 2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저지른 리베이트가 또 다시 덜미를 잡혔다. 2007년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듬해부터 리베이트를 다시 저지른 것이다.

2011년 적발 당시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1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조치도 삼일제약의 리베이트를 향한 의지를 꺾기엔 턱도 없었다.

이번에 적발된 리베이트 혐의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당시 공정위는 삼일제약의 리베이트 혐의에 대해 제보를 받았고, 이를 검찰에 알렸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5월에 서울 서초구 삼일제약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삼일제약은 2009년 1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자사의 특정 약을 일정 금액 이상 처방할 경우 제품설명회 등의 명목으로 현금 등 금품을 제공했다. 또한 인터넷 설문조사 참여를 빌미로 수백 명의 의사에게 월 20만원씩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제공한 리베이트가 총 7,000여회, 23억원에 달했다.

◇ 제약업계 불치병 ‘리베이트’

지난 2007년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의약계 리베이트 관행은 당국의 퇴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치병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리베이트를 받은 이도 처벌하는 쌍벌제까지 도입됐지만 리베이트를 몰아내는 비책이 되진 못했다.

올해 들어서만 삼일제약을 비롯해 대웅제약, 동아제약, CJ제일제당, 제일약품 등이 리베이트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내년 초에도 리베이트에 대한 철퇴가 잇따를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이 지난 10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3년 8월까지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제약업체는 84곳에 이른다.

리베이트 수법도 다양했다. 현금이나 상품권 제공은 기본이고, 법인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설문조사나 강의에 참여시킨 뒤 자문료․강의료 명목으로 금품을 건네거나 홈페이지 제작비, 광고비 등을 대답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해외여행이나 유흥비, 명품시계, 고가의 전자제품, 심지어 자녀의 어학연수비를 제공하는 일까지 있었다.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제약업계 환경에 있다. 신약 개발보다는 복제약 판매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군소 제약회사들이 워낙 많다보니 경쟁적으로 리베이트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당국의 조치도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베이트 규모에 비해 처벌 수위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이 사실이고, 쌍벌제는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리베이트가 문제인 이유는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에 들어가는 돈은 당연히 약값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환자와 그 가족,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삼일제약.
◇ 미운털 박힌 삼일제약… 리베이트 끊을 수 있을까

이처럼 리베이트가 단순히 삼일제약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약업계 전체가 ‘리베이트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삼일제약은 그 정도가 다른 업체보다 심하다. 지난해 11월 리베이트로 처벌을 받았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젓이 리베이트를 계속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국에 적발된 사안만 따져도 2003년부터 2013년 5월까지 9년 5개월 중 8년가량은 리베이트를 꾸준히 해왔다. 당국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괘씸죄’로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삼일제약이 반복적으로 리베이트를 저지른 점을 고려해 법인과 영업본부장을 함께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며, 매출 감소를 우려한 제약회사들이 리베이트를 계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관련자 고발 검토 등 엄격하게 법 집행을 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국의 조치는 업체 스스로의 개선의지가 없다면 또 다시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선 당국의 조치보다 삼일제약을 비롯한 제약업체 스스로의 반성과 업계 전반의 혁신적인 관행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삼일제약을 비롯한 제약업계에 가장 시급한 약은 ‘리베이트 바이러스’ 치료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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