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대교 철골구조물 붕괴로 4명 사망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SK건설(사장 최광철 ㆍ조기행)이 발칵 뒤집혔다. SK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부산 영도구 영선동 북항대교와 남항대교를 연결하는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철골구조물 붕괴로 인부 4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 사고 원인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시공사인 SK건설이 거센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날 사고의 원인이 ‘무리한 공사 진행 탓’이라는 논란부터 설계 안정성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4시 15분께 부산 영선동 동부산아이존빌 앞 남·북항대교 접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일어났다. 철골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공사 인부 임모(66)씨 등 4명이 20여m 높이에서 추락했다.

◇ 철구조물 '와르르'

먼저 구조된 근로자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 만에 모두 숨겼다. 철골 구조물 아래 깔린 1명은 오후 5시 30분께 발견됐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번 사고가 난 북항대교는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서 남구 감만동을 잇는 다리로 연장 3331m, 폭 18.6~28.7m의 4~6차로 규모로 건설되고 있다. 시공사는 SK건설, 하청업체는 삼정건설이다. 

사고가 난 현장은 상부도로 옆 너비 4미터 가량의 노견(비상시 도로 구간)을 만드는 곳이다. 숨진 인부들은 고가도로 철제 구조물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고, 철제 구조물이 주저앉으면서 구조물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해 변을 당했다.

경찰은 철제 구조물을 받치는 지지대가 콘크리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보고, 타설이 원칙대로 진행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철제 구조물 특정 지점에 콘크리트 무게가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여러 차례에 걸쳐 골고루 나눠서 타설해야 한다.

경찰은 콘크리트를 기준 이상으로 타설했을 가능성, 구조물의 부실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사고 원인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기술 전문가들은 돌풍 등 외부 충격에 따라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공병승 동서대 교수는 2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사고대책회의에서 “이전에 시공된 구간에서는 없었던 외부충격이 사고구간 시공 과정에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돌풍으로 인한 펌프카 붐대 등이 거푸집의 가시설물을 충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공기 맞추려 안전수칙 무시했나

하지만 건설노조, 지역주민들은 등은 사고의 원인과 관련해 ‘시공사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가 공기 단축을 위해 ‘밑어붙기식 공사’를 추진한 탓에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는 주장이다.

 ▲19일 오후 4시 15분께 부산 영도구 영선동 남북항대교 연결 고가도로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철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 작업인부 4명이 20여m 높이에서 떨어져 모두 숨졌다.

북항대교는 공정률이 95%지만 접속도로는 공정률이 65%에 머물고 있다. 안전문제로 지역주민들과 부산시가 갈등을 빚어온 탓이다. 일부 주민들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연결도로의 지하화를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개통 예정인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해 시공사와 하청업체가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작업이 원칙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이 공사현장에선 야간작업이 빈번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전날에도 야간작업이 있었고, 지난 16일에는 영도구 봉래동사거리 다른 공사 구간에서 인부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아예 건설노조는 20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건설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리한 공기 단축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난 현장은 최근 공기단축을 위해 밤까지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데다, 전문 콘크리트 타설공이 아닌 비전문가 철근공 노동자가 현장에 투입돼 있었다”며 “현장에 안전관리자나 관리감독이 전혀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PCT거더공법’ 안정성 논란

이와 함께 ‘PCT거더공법’의 안정성 문제도 불거졌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PCT거더공법 자체가 설계 면에서 구조적인 결함이 있으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지지대를 따로 설치하지 않는 등 사고 위험을 안고 있었다”며 안정성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PCT거더공법 특허전용실시권을 가진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특허가 제대로 이전됐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붕괴사고가 난 공사구간 상판에서 지난 7월 균열이 발견돼 설계 변경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PCT거더공법의 안전성 논란에 대해선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일축했다. 

건설노조와 지역주민, 환경단체까지 나서 사고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어 SK건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SK건설에겐 대형 악재가 될 전망이다. 

 ▲조기행(좌), 최광철(우) SK건설 대표이사
SK건설은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3,147억원에 이르는 등 부진했다. 상반기 2,618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데 이어 지난 3분기 52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 당기순손실도 767억원에 이른다. 

실적부진에 재무구조까지 악화돼 얼마 전에 3,804억원대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유상증자에는 SK, SK케미칼, 최창원 전 SK건설 부회장이 참여했다. 유상증자 완료로 겨우 숨통이 트이나 했지만, 대형 붕괴사고를 만나면서 SK건설은 다시금 불안한 입지에 놓이게 됐다. 

이는 곧 SK건설의 경영진에게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건설은 지난 9월 최창원 전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조직이 재정비되고 있는 단계다. 현재 최광철·조기행 양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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