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와 홈플러스 노조의 모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홈플러스 노조가 24일부터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축복으로 가득해야할 크리스마스 시즌에 홈플러스에서는 노사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홈플러스 노조와 사측은 지난 5일 14차 교섭을 가졌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2차례 조정에서도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실무교섭 등을 포함하면 40여 차례가 넘게 얼굴을 맞댔음에도 끝내 악수는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였고, 그 결과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홈플러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96.66%의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이에 따라 우선 전 조합원이 근무 시 투쟁리본과 등벽보를 부착하고, 26~28일엔 확대간부들이 파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조 설립 후 서서히 깊어진 감정의 골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3월, 14년 만에 뒤늦게 설립됐다. 그동안 쌓여왔던 노동자들의 불만이 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노사 갈등의 불꽃은 노조 설립 초기부터 튀었다. 지난 5월, 홈플러스 강릉점에서 노조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 3명이 해고된 것이다. 노조 설립 후 2개월, 강릉점 지부 설립 후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들이 해고된 이유는 행사기간이 끝나고 남은 고객사은품을 무단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사은품은 5만원 상당의 그릇과 유리용기였다. 이들은 “남은 사은품 중 반품이 안 되는 것은 창고에 그냥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가져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이전엔 한 번도 징계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과도한 징계이자 노조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관리자들의 부정행위를 본사 감사팀에 접수했지만 그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원이라서가 아니라 상습적인 절취행위가 적발됐기 때문에 징계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관리자들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조원 3명의 해고를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차가 큰 가운데, 지난 10월 당국의 판정이 내려졌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허락 없이 훔칠 생각이었다면 CCTV아래서 분배하진 않았을 것이고, 관행적으로 사은품을 처분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아울러 “관리 책임이 있는 관리자에 대한 조처는 없고, 노동자에 대해서만 징계를 내린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홈플러스는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지난 추석엔 ‘과도한 연장근무’가 화두로 떠올랐다. 노조 측은 “적정한 단기 인력 충원이 없어 명절이면 근로기준법이 정한 것보다 훨씬 많은 연장근무를 한다”며 “그런데도 법으로 정해진 연장근무 한계 이상의 수당은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직원들에 대한 각종 상품권과 선물세트 강매도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지난 추석기간을 앞두고 각 지역별 ‘추석 불법행위 감시단’을 발족해 사측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도 했다.

10월엔 이른바 ‘쩜오 시간제’ 근로계약이 문제가 됐다. 노조는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계약시간을 7.5, 6.5, 4.5 등 30분 단위로 자르는 ‘꼼수’를 부렸다며 근로계약서를 공개했다.

이 사안은 교섭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지만, 이를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하다.

먼저 홈플러스 노조 김국현 선전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근로계약 상에는 7.5시간이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한다”며 “이를 통해 회사는 약 113억원의 급여를 아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임금체불이며, 현재로선 단체협상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홈플러스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환복, 인수인계 등 추가적으로 드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국장은 “회사 측은 늘 그렇게 해명하고 있지만,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도 이 같은 근로계약이 이뤄지고 있고, 심지어 10분 단위로 시간을 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이미 40차례 이상 무산된 합의… 노사갈등 본격화?

홈플러스 노조와 사측은 올해 각종 실무교섭을 포함해 총 40여 차례 이상 테이블에 마주 앉다. 그러나 끝내 합의하지 못하고 쟁의행위까지 이르게 됐다.

단체협상 당시 노조의 요구사항은 ▲0.5시간제 근로계약 폐지 ▲부서별 시급 차이 폐지 ▲감정노동 관련 수당 및 휴가 등 152개 항목이었다. 이중엔 휴식용 의자설치, 유니폼 지급 등 사소한 것도 포함돼 있다.

노조는 사측이 ‘지급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은 “개별 교섭 사항에 대해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홈플러스의 노사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오랜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그러는 동안 양측의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사측이 무성의한 교섭태도로 일관했다”며 “파업을 포함한 다양한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홍보실 측은 “사측은 수십 차례에 걸친 교섭과 중앙노동위원회의 두 차례 조정에 성실히 임했다”며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로 인해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노조 측과 합의에 이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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