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앗트리젠시 인천 호텔의 청소노동자들이 2일 호텔 앞에서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하얏트리젠시 인천 호텔 청소노동자들이 임금체불을 당한 것도 모자라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이들 청소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인 (주)HDC아이서비스와 호텔 측의 계약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만료됨에 따라 새해 첫날부터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심지어 이들은 그동안 심각한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밤 9시에 출근해 이튿날 새벽 6시에 퇴근한 야간근무자들은 8시간을 일하고도 한 달에 87만원 받았다는 게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는 주 40시간 기준 100만원이 넘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액수였다.

노조 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하청업체 측은 6시간짜리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계약서에는 자정부터 오전 3시까지 휴식시간이라는 내용이 작은 글씨로 명시돼 있었지만,  실제로 가진 휴식시간은 1시간에 불과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후 하청업체는 자정부터 오전 3시까지 휴식시간이라며 지하 휴게실을 제공했다. 하지만 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냉골인 탓에 휴식이 불가능한 공간이었다.

교통비 지급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노조 측은 하청업체가 2012년부터 갑자기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한다. 근무 일수에 따라 제공되는 교통비는 월 평균 17~18만원, 많게는 20만원 이상이 지급되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고, 기본급이 오르지도 않았다.

인천 영종도에 해당 호텔이 위치하고 있어 교통비가 비교적 많이 든다.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조현주 조직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노동자가 영종도가 아닌 인천 시내에 거주하고 있어 하루에 교통비가 5,000원 이상 든다”며 “하지만 2012년 최저임금이 인상된 뒤부터 아무 말도 없이 지급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햐앗트리젠시 인천 호텔의 청소노동자들이 2일 호텔 앞에서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청소부가 사라진 호텔… 전형적인 하청업체 문제

여성노조는 지난 10일 하청업체인 HDC아이서비스와 원청 하얏트리젠시 인천 호텔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하청업체 측이 계속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체불 임금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실직 통보’였다. 야간 근무자 8명을 포함한 청소노동자 29명이 1월 1일을 기해 일자리를 잃었다.

이에 대해 하얏트리젠시 인천 호텔 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청소부들을 해고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청소부들은 하청업체와 계약하고 있었던 것이고, 우리는 그 하청업체와 계약이 만료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얏트리젠시 인천 호텔에는 청소부가 없다. 청소 용역업체는 1년마다 경쟁 입찰을 통해 새 업체와 계약을 하는데,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텔 관계자는 “해당 하청업체는 재계약 입찰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고, 입찰에 나섰던 다른 7개 업체는 노조와의 문제가 불거지자 참여를 포기했다”며 “현재 호텔 청소는 직원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성노조 조 부장은 “노조 문제 때문에 용역업체가 입찰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핑계다”라며 “하얏트리젠시 인천 호텔의 용역설계가 잘못돼 이윤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입찰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의 하청업체 관리감독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적법한 계약에 따라 하청업체와 계약을 하고, 비용을 지불했다”며 “청소부의 임금 등에 대해 우리가 하청업체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청업체와의 계약서상에는 최저임금준수 등이 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성노조 조 부장은 “허위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이미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며 “이를 호텔 측이 몰랐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다. 하청업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로 내몰린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호텔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청결 유지’를 위해 일해 왔다. 하지만 최저임금도 안 되는 87만원의 돈을 받았다. 그나마 20만원 가까이는 교통비로 지출됐다. 그리고 이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하청업체와 원청의 계약 만료 또는 해지로 인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한편, 하얏트리젠시 인천 호텔 측은 “HDC아이서비스가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계속 대화를 회피해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 하얏트리젠시 인천은 앞으로도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HDC아이서비스를 계속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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