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회의에서 최연혜코레일 사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어머니의 심정으로 하루속히 파업을 수습하겠다.”  “회초리를 든 어머니의 심정으로…”

최연혜 철도노조(이하 코레일) 사장은 지난해 연말,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할 때마다 ‘어머니의 심정’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코레일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이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최근 최 사장의 처신을 보면 진심은 ‘어머니’가 아니라 ‘못된 계모’였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논란은 최 사장이 지난 16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를 만난 것에서 비롯됐다. 이날 최 사장은 황 대표에게 정치적인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을 만나 당협 위원장 임명에 대해 “정치를 하고 싶으니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는데, 다음 선거 때는 여러 가지로 자기를 좀 고려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날,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이끈 노조 지도부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회초리를 들었다”던 최 사장은 자신의 식솔들을 법의 심판대에 보낸 뒤 슬그머니 여권 실세를 만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로비를 한 셈이다.
 
최 사장의 이번 처신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 심지어 대다수 시민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영화를 반대한다던 소신도 손바닥 뒤집듯 뒤엎고, “어머니 심정” 운운하면서 7,000여 명의 직원들을 직위해제시킨 속내가 바로 정치권 진출 때문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파만파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약 한 달간 이어진 철도파업에서 원칙을 고수한 강경 대응이 결국 정치권 진출을 위한 ‘꼼수’ 아니었냐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논란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에서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스피커에서 잡음이 나와 귀를 막고 있다.

현재 야당과 민주노총, 진보성향 시민단체 등은 최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대변인은 “자리만 탐하는 최 사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런 분이 가야 할 곳은 정치권이 아니라 자신의 집이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최 사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철도 민영화를 둘러싸고 코레일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로비하는 모습은 추악하기 짝이 없다”고 성토했다.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220여개 시민단체가 망라돼 있는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성명을 통해 “최연혜 사장은 즉각 사퇴하고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면서 “코레일 사장 역할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신에 더 관심을 갖는 최연혜 사장은 당장 사퇴하고, 새누리당 당협 위원장으로 돌아가라”고 질타했다.

이 모임은 “공기업 사장으로서의 갖춰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중립성마저 내팽겨쳐 버린 것”이라며 “파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뒷수습에 노력해야 할 시기임에도 최연혜 사장은 철도 책임자로서의 본연의 모습은 없고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는 17일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말 안 듣는 아이들을 이웃집 아저씨한테 때려 달라고 하고 상처 난 아이들을 내팽개쳐 두고 명품 쇼핑을 하러 다니는 어머니 같은 모습”이라고 최 사장을 맹비난했다.

이번 파문에 대해 코레일 측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방문한 것은,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국민과 당에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한 사과와 신년 인사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당협위원장 임명에 대한 의견 전달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최 사장은 17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선진당 출신중에 당협위원장이 된다고 하는데 새누리당에 있던 분들에 대해서도 배려를 해주셨으면 한 것”이라며 정치로비를 한 적이 없다는 전날 해명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한편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국회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에 출석한다. 당초 최연혜 사장은 이번 회의에서 코레일의 방만경영의 현황과 그 책임 소재에 대해 자세히 소명하고 인건비나 자체사업 등 경영 개선 방안에 대해 보고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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