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72) 삼성전자 회장이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2014년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건희 회장은 7일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하는 2014년 동계올림픽을 참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 “현지 날씨 추워…” 소치올림픽 불참

이 회장은 4일 시작하는 IOC 총회는 물론, 소치동계올림픽 관련 행사에 모두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 측은 “현지의 추운 날씨”를 이유로 들었다.

일흔을 넘긴 고령인데다, 현지의 차가운 공기와 추운 날씨로 인해 혹여 건강이 나빠질까 우려돼 동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폐렴을 앓은 바 있는 이 회장의 건강 문제를 고려한 결정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IOC 위원으로서 올림픽 개최지 방문은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다. 실제 이 회장은 삼성 특검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제외하고 역대 올림픽 대부분을 직접 참관해왔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 때는 대회 개막 직전에 열리는 IOC 총회와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직접 지켜보며 응원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우리나라 평창이기 때문이다. 소치동계올림픽은 평창이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알리고 대회를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다. IOC 위원으로서 이 회장이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스포츠 외교 활동을 펼쳐야 하는 장이기도 하다.

◇ IOC위원 이건희 회장, 왜 하필 이때에…

그런 점을 감안하면 IOC 위원인 이 회장의 이번 동계올림픽 불참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외부의 분위기다.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의 사기 문제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범국가적인 행사에 IOC 위원인 이 회장이 참관하지 않는 이유가 ‘추운 날씨 때문’이라는 점은 더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이 회장이 소치동계올림픽에서의 스포츠 외교를 포기한 것이냐는 곱지 않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불참을 그의 ‘건강문제’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의 설명처럼 ‘추운 날씨’를 이유로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못할 만큼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실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일흔을 넘긴 고령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들어 해외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던 것이다.    

호흡기 계통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은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요양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 동안 해외에 체류하곤 했었다. 하지만 작년 들어서는 서초 사옥으로 출근하던 횟수가 줄었고, 총 7개월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다. 작년 전체의 3분의2 정도의 기간을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 ▲ (사진 위로부터)이건희 삼성전자 회장(IOC 위원)이 2012년 7월 27일 저녁(현지시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한국 선수단을 향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 ▲지난해 11월 3일 미국으로 출국 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12월 27일 오후 일본에서 삼성그룹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해 귀국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자신의 73번째 생일을 맞아 사장단 부부를 초청해 만찬을 주재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감기가 폐렴으로 진전돼 2주가량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도 54일간의 해외 체류를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했다가 15일 만인 지난 1월 11일 다시 장기 해외 체류를 위해 출국했다.

◇ 삼성 “건강, 전혀 문제없다” 일축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강하게 부인한다. “현재 건강이 안 좋아서 외국(하와이)에 머물고 있거나,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는 게 아니라, (소치 현지의) 추운 날씨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까봐 우려스러워 그런 것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삼성은 이 회장의 ‘건강’에 대한 관심을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실제로는 매우 건강한데, 해외 체류 일정이 길어진다거나 이번처럼 특정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건강이상설’로 오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삼성 측은 이 회장의 이번 동계올림픽 불참에 대해 “‘추운 날씨 때문’이 정확한 팩트(사실)”라고 강조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또한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대해서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11일 출국한 이 회장은 현재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