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 외환카드부문-하나SK카드 통합 반대
노조 "합의 위반 행위이자, 정보 유출 우려 있다"

 ▲외환은행 노조원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외환카드부문을 분사해 하나SK카드와 통합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외환노조 제공)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2년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불안한 ‘동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양측은 ‘카드통합’ 문제로 또 다시 맞붙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카드부문과 하나SK카드를 통합하려고 하자, 외환은행 노조가 들고 일어난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정보유출의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일방적 희생만 강요한 처사”라며 ‘결사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카드 부문과 하나SK카드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한은행노조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다. 하나금융 측은 카드통합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시장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2% 4.6% 선. 통합 카드사가 출범하면 7.8%가 넘는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동조합 전문위원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 처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시너지는 양쪽이 모두 다 이득이 돼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인데, 외환·하나SK의 카드통합은 한쪽만 일방적으로 이득을 얻는 구조다. 애초부터 시너지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외환은행 노조 “한쪽의 희생만 요구”

외환은행 노조가 ‘카드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첫 번째는 ‘약속위반’이라는 것.

김 위원은 “지난 2012년 2월 17일 노사정 합의를 하면서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에 5년간 독립경영을 약속한 후 합병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에서 카드 부문을 떼어가는 것은 엄연한 협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2012년 11월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에 도움이 되지 않은 카드 통합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카드통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17일 외환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외환은행 노조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합의를 했다. 협의 내용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2017년까지 독립경영을 한 후 하나은행과의 통합을 논의하기로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외환은행이 받을 재무적인 손해다. 외환카드의 자산은 2조8,118억원, 자본금은 6,400억원으로 분할이 추진돼 하나SK카드와 합병이 추진될 예정이다.

김 위원은 “하나금융은 수천억원대의 자본금 출연을 요구한 상태”라며 “만성적자인 하나SK카드의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외환은행에 흑자자산을 내놓으라는 것은 강탈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번 카드합병이 ‘하나SK카드를 살리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에 따라 카드사는 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최소 6분의 1(약 16.67%)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SK카드의 총 자산 7조원, 자기자본은 6,800억원으로 부채가 90%를 넘는다. 하지만 외환은행 카드부문을 인적 분할 방식으로 7,000억원의 출연을 받게 되면 합병 카드사는 총 자산 8조5,000억원, 자기자본은 1조4,800억원이 돼 기준이 충족된다. 

김 위원은 “하나SK카드가 부실하게 된 것은 하나SK카드사가 경영을 잘 못해서 그런 것인데 왜 외환은행이 희생을 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제 2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 우려 

세 번째 이유는 '고객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현재 카드 분사 작업은 고객 보호보다 분할의 편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사된 외환카드가 은행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나가거나 계속 공유하게 된다면 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며 “특히 외환카드 분할은 결국 하나SK카드와 통합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고객들은 전혀 다른 회사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고객정보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 DB를 사용한다. 

이어 “이런 이유로, 은행의 통합DB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용할 개인정보 범위를 사안마다 정하는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방식은 최근 국민카드 등 정보유출사태에서 확인한 것처럼 개인정보에 대한 부적절한 접근에 따른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계열사 간 시너지를 이유로 정보를 공유하려다 이번 유출사고에서 카드뿐만 아니라, 은행에서도 고객정보가 새나가는 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하나SK카드의 경우, 2012년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로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외한은행 노조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가 카드부문 분사 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지 약 2년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외한은행 직원들이 하나금융지주에 갖고 있는 ‘불신의 골’은 여전히 깊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외환은행 직원들은 하나금융지주 측은 대화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 

김 위원은 “그간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과 ‘화합’을 강조했왔지만, 정작 양측의 대화가 필요한 문제에선 그저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24일 이사에 기습적으로 열어 카드 분리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킨 것도 전혀 직원들과는 대화가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깊은 불신의 골

실제 하나금융지주는 노조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드합병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오는 26일 예정돼있던 주주총회를 돌연 20일로 앞당긴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달 말 주주총회에서 외환카드 분할 안건을 최종적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남은 절차는 금융당국의 승인과 인허가뿐이다. 하나금융은 통합 카드사 출범 시기를 당초 10월에서 앞당겨 7월 중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카드통합을 저지하기 위해 외환은행 노조는 투쟁의 강도를 더 높여나갈 예정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13일부터 1인 시위에 벌이고 있으며, 앞으로 법률대응과 집회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에 외환카드 분할 사업을 중단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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