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친박진영의 지원을 받은 김황식 전 총리와 친이진영의 지원을 받은 정몽준 의원이 출마할 예정이다.
[시사위크=최찬식 기자]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부가 계파투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인 ‘박심’을 등에 업고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진영의 조직적인 지원에 힘입어 본격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들었다는 정몽준 의원이 계파갈등의 근원이다.

두 사람을 두고 친박진영과 친이진영이 노골적으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새누리당 내부에선 두 사람의 싸움은 결국 계파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 계파갈등 뒷전, 흥행이 우선

새누리당 지도부 입장에선 6·4 지방선거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할 경우, 박근혜 정부의 근간마저 흔들릴 수 있다. 지도부의 대폭적인 물갈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었다. 무엇보다 서울시장의 승패는 중요하다. 서울시장 승패가 곧바로 전국 지방선거의 승패로 연결될 수도 있다.

서울시장 선거가 지방선거의 중요한 승부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불안하기 그지없다. 여전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누리당 예상 후보 모두를 제치고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모든 걸 다 걸었다. 서울시장 경선 흥행이 성공을 거둘 경우, 박 시장을 충분히 꺾을 수 있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비록 지금은 새누리당 예상후보군이 박원순 시장에게 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지만, 새누리당이 경선 흥행에 성공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거물급이 서울시장을 위해 뛰고 있다. 7선인 정몽준 의원과 이병박 정권 때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총리가 그들이다.

두 사람의 지원병은 공교롭게도 전·현직 정권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친박진영이 지원병이고, 정 의원은 친이진영이 든든한 지원병이란 것이다.

‘현 정권으로부터 구체적인 언질을 받지 않고 김 전 총리가 출마를 결심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돌면서 김 전 총리의 지원병으로 친박진영이 급부상했다.

반면 친이진영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정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 선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말함으로써 ‘친이진영’ 지원설이 더 힘을 얻고 있다.

◇ 선거 이후의 상처

당장 새누리당 지도부의 관심은 온통 지방선거 승리에 모아져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어떤 출혈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곳곳에서 읽힌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당이 출마요청을 했는데도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경우 다음 총선 공천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그만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당의 모든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시장 경선처럼 ‘친박’과 ‘친이’로 나눠 혈전을 펼칠 경우 본의 아니게 당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흥행을 위해 선의의 경쟁은 좋은 것이지만, 역으로 같은 당 후보끼리 치부를 건드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록 선거전이라고는 하나 상대 진영의 감정까지 건드리는 ‘막말’도 문제라는 게 이 관계자의 말이다. 선거승리에 너무 집착하다보면 선거 이후가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승리도 중요하지만, 선거 이후 당의 합심도 중요한 문제라는 게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선거 이후 표면적으로 서로 헐뜯기를 중단하겠지만, 가슴의 앙금은 그대로 남아 오히려 새로운 불씨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패배하고 박근혜 정부의 인기가 시들해져 가면 ‘분당’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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