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
요즘 우리 방송 프로그램의 포맷이 중국에서 ‘대박’을 치고 있다. 기사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지만,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MBC), ‘1박2일’(KBS) 등의 프로그램 포맷이 중국에 판매되었으며 ‘런닝맨’(SBS)도 포맷 판매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판매된 이들 프로그램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박’을 친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빠 어디가’는 중국의 후난 TV가 MBC의 포맷을 사서 재제작한 프로그램으로 5%가 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현지에선 1%만 넘어도 성공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 영화로 제작되는 등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연스레 최근 MBC는 후난TV와 재계약 협상을 통해서 깜짝 놀랄만한 금액으로 시즌 2의 포맷도 판매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최근 판매된 포맷이 대부분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무한도전’, ‘1박2일’,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지만, 사실 이런 프로그램들의 제작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포맷 개념과는 잘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기존의 포맷이라고 하면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오디션이나 ‘빅브라더’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이듯이 촬영 전에 꼼꼼하게 짜여진 진행방식이나 눈에 띄게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국내 리얼 버라이어티는 다같이 1박2일 여행을 한다든가 또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한다는 정도의 평범하고 느슨한 구성만을 갖고 있다.

반면, 구성방식은 느슨하나 프로그램 속의 출연자 각각의 캐릭터를 특화시키고 촬영 후 집약적인 편집 과정을 통해 매 회별 스토리를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국내 리얼 버라이어티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이 해외의 프로그램들과 차이를 보이기에 정작 우리는 과연 포맷이란 이름으로 판매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러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즉, 우리끼리는 좋아하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잘 안 맞는 거라고 믿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녹화 후 편집을 통한 스토리 구성을 강조하는 제작 방식이 한국 포맷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우리 스스로가 평가하는 모습과 밖에서 보는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다를 때가 있다. 최근에 포맷 판매의 성과는 우리가 그동안 우리 TV 프로그램을 너무 과소평가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사실 이런 비슷한 경우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기획사에서 만들어내는 아이돌 가수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았지만, 잘 알다시피 한류 돌풍의 시작은 바로 이들 아이돌 가수부터였으며 매일 똑같은 사랑 놀음에 신물 난다고 했던 그 드라마들이 바로 한류의 주역이 되지 않았던가. 또한, 국내에서는 애들 망치는 주범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게임이 문화 산업 중에서 가장 많은 해외 수입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물론, 국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비판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발전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반복된 사례를 통해서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보기 보다는 부족한 것을 먼저 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해외에 우리 것을 내보일 때 무언가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역사적 전통을 과장하거나 반대로 억지로 세계화라는 포장을 씌우지는 않았었는지 반성해 보게 된다. 예를 들면, 금방 시들해버린 ‘한식 세계화 사업’ 같은 것이 그런 것일 게다. 이명박 정부에서 세계화라는 포장을 위해 적잖은 돈을 들였지만, 잘 알다시피 ‘한식 세계화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많은 문제점만 남기고 말았다.

이번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우리 문화 산업의 해외 진출에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집권 2년차가 되도록 여전히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얘기해 줄만한 사람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다보니 다른 한편에선 빨리 성과를 내야한다는 조급함도 조금씩 엿보이고 있다. 조급함에 밀려서 공연히 그럴 듯한 것을 꾸며내려고 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게 무엇인지부터 찬찬히 살펴보라는 것이 지난 한류의 경험이고 최근 리얼 버라이어티 포맷 수출이 들려주는 얘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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