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수 개인사업자 스튜디오 팀장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사업자뱅킹 서비스 및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 사진=이미정 기자
이병수 개인사업자 스튜디오 팀장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사업자뱅킹 서비스 및 사업 방향을 설명했다. / 사진=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여의도=이미정 기자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를 선보였다. 개인고객에 한정돼 있던 사업포트폴리오를 기업금융으로 확장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풀이된다. 최근 갖가지 이슈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개인사업자 뱅킹 출시를 계기로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 개인고객 중심에서 기업고객으로 확장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 개인 고객들을 위한 좋은 은행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번엔 기업 고객들을 위해서 더 쉽고, 더 편하고, 더 좋은 은행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고객 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 사업자 고객을 위해서 말이죠.” 

이병수 개인사업자 스튜디오 팀장은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사업자 뱅킹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내달 1일 출시되는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를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인사업자뱅킹은 수신상품·대출상품·지급결제 등을 망라한 풀뱅킹 서비스로 출시된다.

이 팀장은 “은행 거래에 기본이 되는 통장·체크카드·신용카드·대출 등 4가지 상품을 기준으로 이번 서비스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별도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의 카카오뱅크 앱 하나로 개인 뱅킹과 개인사업자 뱅킹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이번 상품을 출시하게 된 배경에 대해 “현재의 개인사업자 뱅킹은 비대면 계좌 개설 프로세스의 완결성 부족, 개인 뱅킹보다도 낮은 혜택, 별도의 기업 뱅킹 앱을 사용해야하는 번거로움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자사의 뱅킹 서비스는 이러한 고객 경험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통장의 경우, 별도의 서류제출 없이 스크래핑과 공공마이터를 활용해 간편하고 빠르게 개설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이체, ATM 입·출금, 사업에 필요한 증명서 발급 등 각종 수수료는 조건 없이 전부 면제한다.

카카오뱅크는 12월 중 앱 화면을 개편해 사업자 상품만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는 ‘사장님 전용 홈 화면’을 적용할 방침이다.

개인사업자 체크·제휴 신용카드의 경우, 개인사업자에게 필요한 혜택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전했다. 주유, 통신, 렌탈, 해외 등 사업 운영에 필수인 업종은 물론, 생활업종 분야에서도 캐시백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전월 실적 없이 캐시백 혜택이 제공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병수 팀장은 “개인사업자들은 사업자카드보다 개인카드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혜택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카드를 설계하면서 최대한 좋은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했고, 더불어 사업자들의 수익 및 소비가 일정치 않은 점을 고려해 전월 실적 없이 혜택을 드릴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은 대상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뱅크는 사업자등록 후 영업중인 개인사업자라면 누구나 대출 상품을 신청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최소한 사업자의 업력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돼야 신청이 가능하다. 

◇ 이용 편의성 높이고 대출 고객 폭 넓혀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도입해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로 했다. 자체 개발한 업종별 사업자 신용평가모형에 따라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사업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로 한 것이다. 다만 사업 매출 데이터가 전혀 없는 경우엔 개인신용이력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김진호 신용리스크모델링팀 매니저는 개인평가모형 고도화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매니저는 “전통적인 개인사업자 신용평가모형은 사업장 데이터보다 개인금융 이력 데이터를 많이 활용했다”며 “저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우선 사업장의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이용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업종별 특화된 커스터마이징 모형을 구조적으로 설계해서 대안 데이터의 활용을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위해 6개 기관, 4,300여개 변수, 527만건 이상의 가명결합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적인 개인사업자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사업장의 영업성을 평가하는 항목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납부 정보, 금융결제원 이체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카카오뱅크는 △서류 제출 간소화△중도상환해약금 면제 등을 이번 대출 상품의 특징으로 내세웠다. 또한 한도 등의 사유로 대출이 어려운 사업자의 경우 연계된 13곳의 제휴사와 연계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이번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상품을 시작으로 향후 보증부대출, 담보대출 상품도 단계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뱅킹 영역에선 후발주자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 출시가 가장 늦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는 차별성으로 고객 편의성 및 접근성 확대, 혜택 강화를 내세웠다. 

이날 이병수 팀장은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 출시가 경쟁사 대비 늦은 것과 관련해 “온전히 개인사업자만 바라보고 뱅킹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선 (다른 은행 대비) 빠른 접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 팀장은 개인사업자 뱅킹 목표에 대해 “3년 이내 은행권과 플랫폼을 포괄해 가장 많은 사업자를 보유하고 가장 많은 사업자가 활동하는 앱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9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은 443조원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매년 100만명 이상의 신규 개인사업자가 창업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 성장세는 다소 위축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시장 경쟁도 치열한 형편이라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가 얼마나 존재감을 보일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성장성 위축 우려, 주가 하락, 전산장애 이슈 등으로 어수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카카오 플랫폼의 전산장애 사태로 모바일 금융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안도 커진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앱 안정화 및 전산시스템 관리와 관련한 질의도 나왔다. 카카오 측은 “사고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카카오가 개인사업자 금융 시장 진출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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