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6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교내 기숙사 휴게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음을 맞았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 공학관 직원 휴게실에서 한 노동자가 숨진 지 2년 만에 또 다시 일어난 비극이었다. 노동계에선 노동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비극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시사위크>에선 청소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며, 노동현실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선 2019년과 지난해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정 기자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선 2019년과 지난해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는 국내 대학 중 단일 캠퍼스로는 가장 큰 부지 면적을 자랑한다. 광활한 캠퍼스가 깨끗하게 유지되는 데는 이 분들의 노고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바로 ‘청소노동자’다. 서울대 관악캠퍼스 내에선 2019년과 지난해 청소노동자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내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사건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서울대 학생 일부는 이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  결코 ‘사소하지 않은 죽음’을 잊지 않고 있는 학생들

지난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이은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학생 대표는 휴게시설 일부는 개선됐지만 구조적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지난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이은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의 학생 대표는 휴게시설 일부는 개선됐지만 구조적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기자

“휴게시설은 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일부는 열악한 시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근본적 구조적 문제는 개선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 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이하 비서공)’의 대표 이은세 학생은 청소노동자 노동환경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비서공은 서울대가 2018년 비정규직원의 정규직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시기, 학내 여러 조직이 연대해 출범했다. 당시 학교가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등 고용 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노동 환경이나 처우 등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이 학내에 형성된 것이 출범 계기가 됐다. 

이듬해 학생들은 안타까운 사건을 마주했다. 2019년 8월 9일 서울대학교 공대대학 내 건물의 휴게실에서 60대 청소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했던 무더웠던 날, 창문과 에어컨이 없는 한 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 공간 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비서공은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청소노동자의 휴게권 보장, 처우 개선 등에 적극 나섰다. 2019년 9월엔 서울대 구성원 및 시민을 대상으로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이끌어 총장실에 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온라인 서명엔 1만4,000여명이 동참했다. 서울대 재학생, 동문, 교수, 직원, 일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서울대 재학생 중엔 7,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그러나 2년 후, 또 다른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기숙사 한 동을 홀로 청소하던 50대 청소노동자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휴게실에서 눈을 감았다. 당시 과중한 노동환경 문제 뿐 아니라, 직장 내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이 뜨거웠다. 시민사회와 노동계,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다시금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 및 인권 문제가 화두로 부상했다. 

시간은 또 흘렀다. 지난해 6월 이후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죽음 이후, 1년 5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뜨거웠던 사회적 관심은 시간이 흐르자 옅어졌지만 비서공 소속 서울대 학생들은 그분들의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비서공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추모 상영회와 강연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13일 ‘더는 노동자가 죽지 않는 대학 : 우리의 공간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라는 주제로 강연회가 열렸다. 이날 강연회에선 건축학 연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개선방향과 노학 연대 의미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올 상반기부터 비서공 학생들은 학내 건물의 청소노동자 휴게공간을 방문하는 모니터링 활동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에 대해 비서공 대표 이은세 학생은 “휴게시설 경우, 2019년보다는 개선된 부분이 있었다”며 “예컨대 지하에 위치해있던 휴게공간이 몇 곳을 제외하고는 지상으로 이동하거나 낙후된 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개선 조치는 이뤄졌다”고 전했다. 

 중앙도서관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유치한 본관 복도(사진 아래 왼쪽)와 휴게실 내부의 모습/ 비서공 제공
 중앙도서관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 위치한 본관 복도(사진 아래 왼쪽)와 휴게실 내부의 모습/ 비서공 제공

다만 여전히 미흡한 시설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도서관 내 휴게실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휴게실은 명목상 층수는 1층에 위치해 있었지만 내부엔 창문 하나 없었다. 이은세 학생은 “학교가 산에 지어지다보니 1층이지만 땅에 들어가 있는 구조라 창문이 없었다”고 전했다. 

◇ “휴게시설, 전 보다 좋아졌지만 열악한 부분도 존재”

그러면서 지난 8월 비서공 회원들과 해당 휴게실을 방문했던 기억을 회상했다. 그는 “습도가 높아서 여름인데도 보일러를 틀고 계셨다”며 “냉난방 기기는 설치돼 있었지만 창문이 없어 환기가 안 되는 탓에 공기가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분들이 환풍기라도 설치해달라고 했는데 학교 측에선 개선 계획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샤워시설도 아직 열악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은세 학생은 “시설 자체가 열악하거나 별도로 설치되지 않는 곳도 있다”며 “이 때문에 장애인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시는 노동자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고용구조의 근본적 문제도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는 총장이 직접 임명하는 법인직원과 서울대학교 소속기관 등에서 자율적으로 임명하는 자체직원이 있다. 지난해 사망한 청소노동자도 서울대 관악생활관 소속 자체직원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이중 고용구조는 관리자의 책임 방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이은세 학생은 지적했다.

이은세 학생은 “이러한 이중고용 구조 하에서 기숙사 노동자분들이 인력 충원 등이나 환경 개선을 요구했을 때, 서로 떠넘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는 ‘관악사 소관이니, 관악사의 책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반면 관악사는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학교 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결국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세 학생은 지난해 서울대가 관악학생생활관 주말 청소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세 학생은 “대학은 기숙사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주말 청소 업무를 외주화했다”며 “이로 인해 기존 청소노동자의 휴일근무수당은 없어지고 주초 업무 강도는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청소노동은 숙련기술, 노동가치 부합하는 임금 개선 필요”

이어 “청소노동자 대부분이 저임금 문제를 겪고 있는데 휴일근무수당이 수익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그런데 학교가 주말근무를 폐지하면서 해당 수당이 사라졌다. 여기에 외주 업체 직원의 업무도 특정하게 정해져 있다 보니 주초 기존 근로자의 할 일이 더 많아지는 문제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은세 학생은 청소노동자의 근본적인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저임금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미정 기자
이은세 학생은 청소노동자의 근본적인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저임금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미정 기자

비서공 학생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저임금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은세 학생은 “청소노동에 대해 우리 사회가 비숙련 노동이라고 보는 시선이 있다. 언제라도 대체 가능한 노동이라고 보는 사회적 인식이 처우 개선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청소 노동이 충분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노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건 굉장히 많은 노동과 기술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며 “노동의 가치에 부합하는 임금 지급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대학 캠퍼스 내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요구 사항은 크게 휴게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 인력 충원 등으로 요약된다. 대학들이 사태 해결에 뒷짐을 진 사이, 학내 구성원들 간에 갈등 양상도 펼쳐졌다. 청소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지지하는 학생들과 학습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집회를 반대하는 학생들로 의견이 둘로 나눠지는 사례가 등장했다.

왜 학생들이 학내 청소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은세 학생은 이 질문에 대해 “대학이 단순히 수익창출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대학은 하나의 공동체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에 우리도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비서공 학생들 역시 청소노동자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노동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전했다. 이은세 학생은 “단순히 안타까워하기만 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며 “단순의 불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계속해서 외쳐나갈 계획”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해당 기사는 2022년 11월 7일 오후 6시 45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으나, 이후 일부 명칭에 오기가 있음이 확인돼 11월 8일 오후 12시 35분경 아래와 같이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 (수정 전)

- 관학사 
 

▲ (수정 후)  

- 관악사
 

※ 시사위크는 ‘기사수정이력제’를 통하여 기사가 수정된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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