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도 자체는 문제 없어… 원칙대로 운영 관리 못한 행정당국이 더 큰 문제”
오세훈 서울시장, 이행강제금 인상 추진… 국토부, 연내 이행강제금 개선 방안 마련 예정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이 9년간 불법 무단 증축물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이 9년간 불법 무단 증축물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이태원 참사 원인을 두고 각계 각층의 전문가가 분석에 나선 가운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고 발생 골목 인근 가게들의 불법 무단 증축물이 거론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사고가 일어난 골목 중 일부 구간은 불법 무단 증축물로 인해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폭이 3m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가 지적됐다.

특히 이태원 골목 주변에 불법 무단 증축물이 들어서게 된 것은 부실하게 운영됐던 이행강제금이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태원 참사 발생‘ 해밀톤 호텔, 9년째 불법 무단 증축물 운영

지난 4일 김태수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시의원이 서울시 주택정책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인근에 위치한 해밀톤 호텔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약 9년간 무단 증축 등 총 7건의 법령 위반 사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동안 해밀톤 호텔은 총 5억553만3,850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채 불법 무단 증축물을 운영해왔다.

또 해밀톤 호텔은 2013년부터 본관과 별관에서 모두 무단 증축이 적발돼 위반건축물로 등록됐으나 이행강제금만 징수되고 철거 등 시정사항은 조치되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9년간 해밀톤 호텔은 본관 3건, 별관 4건 등 총 7건의 불법 무단 증축이 적발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해밀톤 호텔이 납부한 이행강제금은 본관 1억3,996만9,700원, 별관 3억6,556만4,150원 등 총 5억553만3,850원으로 모두 이행강제금을 납부만 할 뿐 단 한 건도 시정되지 않았다.

이번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호텔 본관 뒤편 영업공간 확장은 2021년 11월 처음 불법 무단 증축으로 적발됐고, 당시 용산구청은 이행강제금 397만680원을 징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법 무단 증축믈에 대한 행정당국의 솜방망이 처분이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며 비판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불법 무단 증축물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대폭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요구한 철거 집행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향후 불법 무단 증축물을 상대로 강제 철거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을 통해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등 각 지자체와 협의해 건설법 개정을 통해 이행강제금 제도 개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부 당국의 대대적인 제도 개편 예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 제도의 관리‧운영이 미흡한 것이지 제도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일제히 지적했다.

이태원 골목에 안전 문제가 큰 불법 무단 증축물이 여럿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이태원 골목에 안전 문제가 큰 불법 무단 증축물이 여럿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시스

◇ 최은영 소장 “관리 인원 턱없이 부족… 부과 금액도 규정보다 적어”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가장 큰 문제점은 서울시를 포함해 각 시·도별 이행강제금을 부과·관리할 인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현재 기초 단위별 이행강제금이 운영되고 있는데 어느 곳은 잘 운영되고 있는 반면 어떤 곳은 미흡하게 운영되는 등 지자체 역량에 따라 운영 수준이 천차만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행강제금을 전체적으로 총괄 관리해야 하는데 총괄 관리 의무를 가지고 있는 국토교통부·용산구청 등이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며 “조사 결과 일부 지역은 손놓고 불법증축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최은영 소장은 “이미 과거 건축법 개정을 통해 시가표준액의 10% 수준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법 체계를 갖춘 상태”라며 “그럼에도 손놓고 불법증축에 대해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 이번 해밀톤 호텔의 경우 9년간 5억여원을 부과했는데 실제로는 관련 법상 더 많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건설법 등을 개정해 이행강제금 부과 방안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행정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 및 각 지자체는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제대로 된 이행강제금 부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남근 위원장 “이행강제금 부과 후 시정되지 않을 시 행정대집행 해야”

김남근 민변 개혁입법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변호사는 “각 지자체가 원칙상 불법증축물을 상대로 행정대집행(행위의무자가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행정관청 또는 제3자로 하여금 그 권리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 (사람 거주시)민사소송 및 대체 집행 등을 행사하면 되는데 그동안 봐주기 차원에서 이행강제금만 부과해왔다”고 문제삼았다.

또한 그는 “행정당국은 법률 위반시 이행강제금을 1~2회만 부과하고 이후에는 원칙에 따라 행정대집행 등을 실시했어야 한다”며 “해밀톤 호텔 사례처럼 9년여 동안 얼마되지도 않은 이행강제금만 부과했다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이제서야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도 초기부터 원칙에 따라 법집행을 하지 않아 이행강제금 부과가 관행으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 행정대집행 등을 실시하는 지자체의 경우 괜히 이목이 집중되게 생겼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제도 개선 보다는 원칙대로 불법 무단 증축물을 운영 중인 건물주를 상대로 1~2회 이행강제금울 부과한 뒤 1년 이상이 되도 이를 원상복귀하지 않으면 바로 철거준비에 나서면 된다”며 “행정당국이 원칙에 따라 법 집행에 나섰으면 됐는데 이를 소홀히 해 결국 인명피해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 시장이 이행강제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지난 7일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 시장이 이행강제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 김정곤 안전분과장 “안전 관련 업무에 모든 공무원 참여하는 조직 쇄신 필요”

김정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안전분과장은 “이번 이태원 참사는 영업을 위해 과도하게 면적을 넓힌 불법 무단 증축, 도로 불법 점유 등 다수의 불법 행위가 문제로 작용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행정당국이 이행강제금을 최초 1,000만원을 부과했더라도 민원을 넣게 되면 이행강제금 규모는 계속 줄어든다는 점”이라면서 “아울러 일부 사업자들은 불법 증축으로 얻는 영업수익이 이행강제금보다 크면 계속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채 영업을 한다”고 부연했다.

김정곤 안전분과장은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도로를 임의 점유해 불법 증축물을 세운 경우 철거 등 강제 집행이 필요하다”며 “도로 폭이 좁아져 인원 이동 과정에서 병목 현상 구간이 발생하는 것은 안전상 가장 위험한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앞서 지난 7일 오세훈 서울 시장이 이행강제금 인상 및 불법 증축물 철거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진작 이같은 조치를 시행했어야 한다”며 “다만 이행강제금 인상 부분은 보다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금액을 올려도 불법 증축물을 통해 얻는 수익이 더 많으며 어차피 다시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며 “여기에 실제 어쩔 수 없이 생계 차원에서 불법 증축에 나선 사례도 있기에 보다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무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정곤 안전분과장은 공무원 조직의 인식 전환도 언급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서 “안전 관련 업무는 안전부서 공무원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공무원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공무원 조직이 순환보직 형태로 이뤄져 모든 공무원들이 안전부서를 한 번씩 거쳐가는데 이때만 잠깐 안전업무에 집중하고 만다”며 “뿐만아니라 안전부서를 잠깐 스쳐가거나 할 일이 많은 기피 부서로 여기는데 모든 공무원들이 안전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토부 “이행강제금 개선책 서울시 등 지자체와 협의 후 연내 마련할 방침”

<시사위크>는 그동안 불법 증축물을 상대로 철거 등 행정대집행이 잘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와 향후 개선방안에 대해 국토부에 문의했다.

이에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부과 이후 행정대집행 등의 조치는 현행 법상 현장 상황을 보고 긴급이 요하는 때 조치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과거 10년 전에는 행정대집행이 실시됐으나 이 과정에서 용산 철거 참사 등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법 규정이 철거 등 행정대집행을 최소한으로 실시하는 쪽으로 개선됐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개선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나 방향 등은 정해진 게 없다”며 “다만 졸속에 그치지 않기 위해 보다 꼼꼼한 논의 과정을 거쳐 연내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서울시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 모두 참여해 여러 의견을 듣고 제도 개선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이태원 해밀톤 호텔 2013년부터 이행강제금 5억 넘게 징수
2022.11.4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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