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발언이 떠올랐다고 질타했다. 또한 윤 대통령을 향해 엄숙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의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며 “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라는 말은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고 맹폭했다.

이어 “어제 김은혜 수석 등 관계자들이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질문 과정에서 ‘웃기고 있네’ 이런 메모를 하다가 문제가 됐다”며 “이게 웃기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157명의 꽃다운 생명들이 정부의 잘못으로, 명백한 정부의 과오로 생명을 잃었는데 그 원인을 규명하는 이 장이 웃겨 보이냐”며 “이게 사과로 끝날 일이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진지한 성찰과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총리부터 사퇴하는 것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한다. 관계 장관과 경찰 책임자들의 경질이 아니라 파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면적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꼬리자르기 식으로 일선경찰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이 사태를 종결 지으려 해서는 안된다”며 “형벌로 책임지는 책임도 있지만 국민의 삶과 안전을 책임지는 정치적 책임도 있는 것이다.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느냐. 왜 제대로 진지하게 엄숙하게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느냐. 이 사태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고 반성적인 태도를 견지하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 단원구 화량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 단원구 화량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안보실장 등이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통일, 안보, 정보, 국방의 컨트롤타워이지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는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책임 떠넘기기’ 논란에 휘말렸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경찰을 질타한 것을 두고 박 전 대통령의 책임 떠넘기기를 연상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가안전시스템 회의를 주재하고 “경찰은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나.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여기에 대응을 못했다는 말이 나올 수 있나”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질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질책은 비공개 회의에서 있었으나, 대통령실은 이를 가감없이 전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발언 내용을 원문 그대로 공개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에 대한 비판은 야권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본인의 SNS를 통해 “대통령의 말씀은 검사의 언어, 검사의 생각”이라며 “법률적으로는 맞는지 몰라도 인간적, 윤리적, 국가적으로는 잘못된 말이다. 용산에만 책임을 묻는다면 대한민국은 왜 존재하나.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고 꼬집었다.

한편, 8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소지한 메모장에 “웃기고 있네”라고 적힌 글귀가 포착됐고, 해당 문구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썼다가 다급히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 수석과 김 수석은 “단연코 질의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사적인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민주당의 요청으로 퇴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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