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마다 입맛에 맞게 종부세 칼질… 시장, 정부에 대한 신뢰 적어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책의 일관성 없다.’ 종합부동산세 등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당시였던 지난 2003년 논의돼 2005년부터 시행된 종부세는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기저기 칼질을 당해 당초 취지와 다르게 점점 변질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 중 하나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 부동산보유세를 과세함에 있어서 지방세의 경우보다 높은 세율로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해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기하려는 것”이라고 종부세법 제정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즉 종부세를 통해 고액 주택을 보유한 고소득자로부터 별도의 세금을 거둬들여 투기 방지 및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다만 역대 정권별 종부세 변천사를 살펴보면 종부세가 제 기능을 수행할 지는 미지수다. 노무현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까지 각 정권별로 입맛에 맞게끔 종부세를 손봤기 때문이다.

2005년 5월 처음 시행된 종부세는 과세기준이 되는 주택가격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로 잡았다. 그러나 당시 공시가격 9억원을 넘어선 주택이 별로 없었고 이로 인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도 적었다. 또 투기 현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종부세가 기여하지 못했다.

이에 같은 해 8월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 초과로 조정했다. 이와 함께 인별합산방식도 세대별합산방식으로 바꿔 세대원간 별도 등기를 통해 조세 회피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반면 2008년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를 ‘징벌적 과세’로 규정짓고 수술대에 올려 대대적인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로 환원한 데 이어 세율도 기존 1~3%에서 0.5~1%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세대별합산방식은 인별합산방식으로 재전환했다. 또 ‘1세대1주택자 대상 세액공제’, ‘공정시장가액비율 80%(주택 공시가격 및 토지 공시지가에 적용)’ 등을 새로 도입하면서 실제 납부세액은 크게 줄어들었다. 

이어 2013년 박근혜 정부 때에는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와 통합해 지방세 항목인 종합재산세(누진세율 적용)로 신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결국 실행되지는 못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값 폭등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자 종부세 확대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 세율을 기존 0.5~1%에서 0.5~2.7%로 인상했고 이 중 3주택 이상 보유자 및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을 보유한 자 등은 기본세율보다 높은 0.6~3.2%의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1년부터 1주택자 및 비조정지역 2주택자에게는 0.6~3.0%의 세율을, 다주택자는 1.2~6.0%의 세율을 적용해 종부세를 과세했다.

종부세 개정 여파로 세액과 납부대상자가 이전 정부에 비해 급증하자 민심은 크게 요동쳤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또 다시 종부세를 개정해 1가구1주택자의 종부세 추가공제액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로 인해 기본공제액 6억원에 추가공제액 5억원을 더해져 1가구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기준액은 11억원으로 변경됐다.

올해 5월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부르짖으며 대대적인 종부세 완화를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먼저 1가구1주택자가 이사 등으로 일시적 2주택자가 됐거나 주택을 상속 받은 경우, 지방저가주택(공시가격 3억원 이하) 구입한 사례 등은 종부세 산정시 주택 수 판정에서 제외 했다.

또 종부세 계산시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100%에서 60%로 하향 조정했다. 1세대1주택자에 대해선 올해 한시적으로 추가 3억원을 특별공제해 과세기준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조정하려 했으나 ‘부자감세’라며 반대한 야당에 의해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의 종부세 개편 행보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경제개발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과거 부동산 시장 과열기 때 도입한 다주택자 대상 종부세 중과제도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인 현재 당연히 폐기해야 하고 관련 세율 역시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종부세 개정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여태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정책 완화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존 정책의 일관성 유지로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마저 이전 정부처럼 종부세 개편 등에 나설 경우 앞으로 시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년 마다 부동산 정책이 바뀌니 시장에서는 ‘어차피 나중에 바뀔 거, 가봐야 안다’며 정부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동안 역대 정권 모두 5년 임기 동안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수정·폐기하고 새로 수립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왔다.

부동산 정책을 안착시키려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제도를 시행하면서 각종 데이터가 쌓여야 하는데 그간 역대 정권은 이 과정 없이 지지층의 불만, 시장상황 변화 등을 이유로 즉시 부동산 정책을 변경했고 결국 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이같은 우려는 일부 시민단체·학계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9월 포용재정포럼이 주관하고 참여연대·경실련 등이 공동 주최한 ‘2022년 세제 개편안 평가와 대안’ 정책 토론회에서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가 원래 입법 목적인 부동산 투기 억제, 조세 부담의 형평성 제고, 부동산 가격 안정 등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존 과세 체계를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자리를 함께 한 윤영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초빙연구원 또한 “내년 이후 부동산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세 부담이 감소한다”며 “허나 정부가 실질적인 세율 감소 효과를 내는 세제개편을 실시한다면 국내 보유세 부담 수준은 국제 평균 수준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겪고 있는 부동산 침체기를 이유로 정부가 종부세 개편 등 대규모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내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면 윤석열 정부가 손댔던 부동산 정책은 집값 폭등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종부세 등 현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심각한 경제 상황 등으로 수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기본적인 큰 틀은 유지한 채 세부적인 사항만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종합부동산세법 제정 개정 이유
2022.11.25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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