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는 침체된 상권을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앞서 10월 9일부터는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종료했다./조윤찬 기자
서대문구는 침체된 상권을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앞서 10월 9일부터는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종료했다./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연세로=조윤찬 기자  서대문구가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반 차량 통행 허용으로 침체된 신촌 상권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서대문구의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추진을 놓고 상인, 환경단체, 학생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 사이에서도 각각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 “일반 차량도 통행” vs “차 없는 거리 계속”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상점가 도로에 대중교통수단만 통행할 수 있도록 한 구역이다. 교통량을 줄이면서 보행자 안전성을 높이고 소비를 향상시켜 상업성도 높인다는 목적으로 해당 구역을 지정한다.

연세로는 지난 2014년 1월 6일에 개통된 서울시 대중교통전용지구다. 연세로는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등 대학가 인근에 위치해 있어 보행자 통행이 상당한 거리다.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후 ‘차 없는 거리’ 행사를 통해 서울의 명물거리로 이름을 날렸다. 연세로는 2014년부터 8년간 금요일 오후 2시에서 일요일 오후 10시까지 모든 차량 통행을 제한해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서대문구는 올해 10월 9일부터 연세로의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종료했다. 아울러 현재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추진 중이다. 해당 거리의 차량 접근성 및 교통 불편을 개선하고 침체된 상권을 살리겠다는 목적이다.

기자는 1일 연세로를 찾아가 인근 상인들을 만나봤다. 상인들은 현재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논의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렸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때문에 장사가 어려워졌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신촌에서 식당영업한지 35년이 됐다는 A씨(69)는 일반차량이 연세로를 통행할 수 있게 된다면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봤다. ‘차 없는 거리’ 행사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볼 때는 좌판을 깔아 놓고 행사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볼 텐데 실제로는 장사가 너무 안 된다. 예전에는 신촌에서 장사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은 거리에 빈 가게가 너무 많다. 건물 주인이 집세를 많이 내려줘서 운영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하기 전에는 종업원 13명을 고용했지만 이후 종업원이 계속 줄어 현재는 3명이라고 전했다. 특히 맥주축제나 물총축제는 상인들의 장사를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단체의 환경오염 주장에 대해선 “일반 차량들은 연세로를 우회해서 돌아가야 해 운행 거리가 길어져 오히려 더 환경에 좋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반면 상인 B씨(62)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긍정적으로 봤다. 신촌에서 40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B씨는 “옛날에 서울 사람들한테 신촌은 장사하면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10년 전에 여기를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할 때 젊은이들이 홍대로 가니까 신촌으로 오게 하려고 버스만 다니고 주말에는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노래 부르고 춤도 추게 했다. 이렇게 정착되고 있는데 정권 바뀌고 구청장도 바뀌니까 10년 동안 이어온 걸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반차량이 연세로를 통행하는 것에 대해 B씨는 “지금 버스만 다니는 것도 힘들고 여기 도로는 (좁아서) 일반 차량이 다닐 수가 없다”면서 차 없는 거리 행사를 다시 시작해 젊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만들어야 상권이 살아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예전에는 권리금이 7억, 8억했던 가게들이다. 근데 지금은 장사가 안 되니까 권리금이 없다”고 현 상황을 알렸다.

◇ “연세로, 버스 노선 줄고 상권 침체”

서대문구는 신촌 상인 1,984명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상권 활성화를 불러오지 못해 차량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구청에 보냈다는 것을 강조했다./조윤찬 기자
서대문구는 신촌 상인 1,984명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상권 활성화를 불러오지 못해 차량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구청에 보냈다는 것을 강조했다./조윤찬 기자

공통적으로 연세로 상인들은 인근 매장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해결방안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연세로에서 만난 한 시민은 상인들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C씨(19)는 “여기 차가 안다닌다고 환경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상인들이 원한다면 일반차량이 다니게 하는 게 맞다. 그래야 코로나 기간의 피해를 복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대문구는 해당 구역이 상권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판단해 지난 9월 23일 공식적으로 서울시에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상인, 대학생,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선 찬반 공방이 뜨거웠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를 찬성하는 의견과 문화 공간 유지 및 환경오염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맞섰다.

김봉수 신촌지역 상인대표는 “주요한 교통로가 지난 10여년간 막혀 있었다. 매출이 증가했다는 말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또한 대중교통 인프라는 오히려 줄었다. 연세로의 경우 지정 전에 27개의 버스 노선이 있었다. 지금은 16개로 노선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최민혁 연세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상권이 침체되고 대학생들이 많이 다니지 않았던 20~21년 동안 신촌상권은 큰 타격을 받았을 수밖에 없었을 거다. 하지만 최근 보행자들이 많아졌다”면서 대학생들의 문화공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중 서대문구 안전건설교통국장은 “신촌지역에 문화공간은 충분하다. 창천문화공원, 신촌문화발전소 등의 문화공간을 활용하면 항시 공연할 수 있다”면서, 상권침체에 대해 “복합적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이 원인인가는 더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화영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온실가스가 도로에서 나오는 비중이 크지만 여전히 차량 중심 교통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연세로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차량 이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 9월 2일 서대문구는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연세로 상인 258명 중 173명(67.1%)이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촌 상인 1,984명이 구청에 탄원서를 보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상권 활성화를 불러오지 못해 차량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탄원서의 핵심이다. 

◇ 서울시 “구 의견뿐 아니라 상인, 대학생, 시민단체 의견 중요”

1일 연세로 인근에서 만난 상인들은 특히 1층 상가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서대문구와 서울시는 상권침체의 정확한 원인은 특정하기 어렵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다고 밝혔다./조윤찬 기자
1일 연세로 인근에서 만난 상인들은 특히 1층 상가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서대문구와 서울시는 상권침체의 정확한 원인은 특정하기 어렵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다고 밝혔다./조윤찬 기자

서대문구에 따르면 연세로가 위치한 신촌동의 경우 5년 이상 생존하는 상업점포 비율이 32.3%다. 2021년에는 신촌동에서 91개 점포가 감소했는데 이는 관내 14개동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서대문구는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서대문구가 연세로에 대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 해제를 요청하자 서울시는 조성 목적과 상징성, 신촌지역 상인들의 고충, 시민 의견, 교통영향 분석 등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서대문 측 입장뿐만 아니라 상인과 대학생, 시민단체 등의 의견도 중요하게 여겨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학생들에 대해 “연대나 이대, 서강대 등 3개 대학이 주로 연세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분들 의견도 당연히 들어야 된다. 시민단체 측에서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취지를 살려서 유지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이전에는 연세로에 27개 버스 노선이 있었지만 장기간에 걸쳐 노선이 조금씩 줄어 현재 16개 노선이 남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회사들의 노선 조정이 있었을 것 같다. 버스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이지만 노선이 감소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난 2014년 8월 서울시는 연세로에 위치한 매장에서 사용된 BC카드 사용내역(1월~5월)으로 분석한 결과, 2013년 동기 보다 신촌지역을 찾는 시민이 28% 늘었고, 매출건수는 10.6%, 매출액은 4.2%가 증가했다고 알린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18년까지 매출이 계속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후에는 매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했다.

연세로 일반차량 통행 논의가 추가적으로 진행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서울시는 서대문구와 관련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서울 첫 `대중교통전용지구` 신촌 연세로 6일 개통

2014.01.02 내 손안에 서울

대중교통만 다녀서 더 좋아진 신촌 연세로

2014.08.01 내 손안에 서울

신촌 연세로 차량 통행 정상화 여론 높다

2022.09.02 서대문구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관련 의견수렴을 위한 시민토론회

2022.11.21 서울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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