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 “21세기말 미세플라스틱 50배 폭증”… OECD “2060년 플라스틱 폐기물 3배 증가”
산업별 플라스틱 생산 1위 포장재, 소각‧재활용 불가… 세척 후 재사용으로 생산량 감축 가능

‘쓰레기.’ 못 쓰게 되어 내다 버릴 물건이나, 내다 버린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쓰레기’의 정의다. 하지만 우리가 ‘쓰레기’로 낙인찍어 내다 버리는 것들 중에는 ‘쓸모가 여전한’ 것들이 적지 않다. 실제 그렇게 버려진 쓰레기는 새로운 자원이 되거나 에너지로 재탄생해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흉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쓰레기의 역설’인 셈이다. 이에 시사위크에서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는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환경오염원 감소를 위한 해법과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 그린피스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 / 그린피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 중인 플라스틱으로 인한 육지·바다의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환경단체 등은 인류가 플라스틱 생산량을 감축에 나서지 않을 경우, 수십 년 후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 오염(Plastic pollution)을 방지하기 위해 재활용 등에 나섰으나 기대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추진됐던 ‘재활용’에서 플라스틱 ‘재사용’으로 전환해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플라스틱 오염 심각성 대두… 대한민국, 해양 플라스틱 폐기 국가 3위  

올해 초부터 환경단체‧OECD 등은 잇달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래에 맞이하게 될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일제히 적색 경보를 울렸다.

WWF(세계자연기금)는 지난 2월 초 전세계에 동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이 두 배 증가하면 오는 2050년에는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가 4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21세기(2001~2100년)말에 가서는 그린란드 면적(216만6,000㎢)의 2.5배가 넘는 해양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기존 대비 50배 가량 폭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6월 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Global Plastics Outlook : Policy Scenarios to 2060)’ 보고서에서는 전세계 각 나라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을 생산‧소비할 경우 세 배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일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에서는 2019년 3억5,300만톤이었던 전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이 오는 2060년 10억1,4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OECD는 재활용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비중이 같은 기간 9%에서 17%로 두 배 가량 늘어나는데 비해 재활용 시스템이 플라스틱 생산‧소비 증가를 충분히 억제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최근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오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이 지난해와 올해 북태평양 한복판에서 100톤 가량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한 뒤 제조사‧국적 식별이 가능한 6,000여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추적한 결과, 대한민국은 일본(1위)‧중국(2위)에 이어 플라스틱을 바다에 가장 많이 버린 나라로 조사됐다.

이처럼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각국 정부‧기업이 플라스틱 재사용 프로젝트(이하 ’재사용 프로젝트‘)에 동참해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린피스는 기존 재활용만으로는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생산량을 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그린피스
그린피스는 기존 재활용만으로는 세계 각국의 플라스틱 생산량을 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그린피스

◇ 재사용 프로젝트, 플라스틱 비중 가장 큰 포장재 생산량 감축 기대

‘그린피스’는 그동안 우리가 플라스틱 오염 해결책으로 알고 있었던 ‘재활용’이 플라스틱 오염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2019년 OECD가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아웃룩’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9%만 재활용 된 것으로 추산됐다”며 “현재 많은 플라스틱이 생산과정에서부터 한 번 사용 후 버리는 선형경제시스템으로 제조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사용 중인 많은 플라스틱 중 재활용 가능한 제품은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는 재사용 프로젝트가 순환경제시스템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즉 생산된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 후 세척해 재사용함으로써 플라스틱이 오랜 기간 경제계에 머무르도록 해 결국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그린피스’는 재사용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포장재·용기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산업별 플라스틱 생산량 중 포장재·용기 분야는 46.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건설재료 24.7% △자동차 부속품 9.1% △가정·생활용품 7.9% △전기·전자제품 6.8% △농수산업제품 5% 순이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중 절반 가량이 포장재 분야”라며 “포장재 분야에 쓰인 플라스틱은 재활용 및 소각하지 않으며 수명도 평균 6개월 이하로 건설재료(35년), 전자제품(20년) 분야에 비해 매우 짧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 중 포장재·용기 분야가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는 곧 플라스틱 오염 위기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분야 중 포장재의 수명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린피스
플라스틱 분야 중 포장재의 수명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 그린피스

◇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재사용&리필’ 내용 명문화 필요

‘그린피스’는 재사용 프로젝트가 전세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유엔환경총회(UNEP)가 추진 중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재사용 관련 내용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요구한 데 이어 각 나라들이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첫 회의가 열렸다.

당시 회의에는 전세계 160개국 정부대표단과 이해관계자 등 총 2,500여명이 참석했고 우리나라는 한민영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 등이 참여 했다.

이 자리에서 ‘그린피스’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플라스틱 생산‧사용 제한 △재사용&리필에 기반한 기업의 제품 생산 및 유통방식 변화 △오염물질 유발 기업에 책임 부과 △플라스틱 생산‧사용‧수출입 내용 등 공개 △선진국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전환 선도 및 후발국 지원 △재사용 경제로의 전환 과정 중 사회적 약자 의견 반영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유엔 등에 촉구했다.

또 우리 정부 및 기업에는 △ 플라스틱 사용량 투명 공개 △중장기적 플라스틱 감축 계획 △재사용&리필 시스템으로의 전환 △조약 협의 과정 적극 참여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나라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오염은 남극 해빙에서조차 확인되고 있다. 더이상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며 “이는 곧 세계 각국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1차적으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정부간 협상만 종료된 상황으로 아직까지는 해당 조약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면서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오염에서 기후와 인류를 구하려면 보다 강력한 조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재사용 프로젝트에 앞서 국내에서 △화장품·생활용품 속 미세플라스틱 규제 요구 △캠페인 대형마트 등의 플라스틱 사용량 공개 △용기 내 캠페인 등 여러 활동을 펼쳐왔다. 

다음 편에서는 그린피스가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프로젝트 현황과 효과, 재사용 프로젝트, 다른 국가들의 성공 사례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WWF, “205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오염 4배 증가” 보고서 발간
2022.2.9 WWF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
2022.6.3 OECD
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
2022.12.11 THE OCEAN CLEANUP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