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전 세계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개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다시 한 번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예고하는 영화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한층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토리와 영상미,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돼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스태프로 참여한 웨타 FX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가 완벽에 가까운 영상미의 탄생 비하인드를 전했다. 

‘아바타: 물의 길’은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 분)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분)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2009년 개봉해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편이다. 

무려 13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은 보다 발전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이로운 영상미와 독보적인 비주얼은 물론, 확장된 세계관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유의미한 메시지까지 담아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름답고 경이로운, 압도적인 영상미를 빼놓을 수 없는데, 열대우림에서 바다로 배경을 옮긴 ‘아바타: 물의 길’은 3D, 하이 프레임, HFR(High Frame Rate), HDR(High Dynamic Range) 등 최고의 기술 레벨을 적용,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제작진이 보유한 창의력과 기술력의 총집합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볼거리를 완성, 극장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 최대치를 제공한다. 

‘아바타: 물의 길’ 에 참여한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왼쪽)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아바타: 물의 길’ 에 참여한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왼쪽)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2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아바타: 물의 길’ 영상미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며 “110%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모델링부터 텍스터링 등 CG 퀄리티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소화했고,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CG 캐릭터 제이크와 키리, 토노와리의 얼굴 작업을 담당했다.

-개봉 후 전 세계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작품에 참여한 소감은. 
최종진 “예전에는 가족들이 크레딧에서 내 이름을 보고 눈물도 흘리고 무슨 영화하는지 관심 있게 봐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오래 하다 보니까 무슨 영화를 하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일로 생각했다. 그러다 ‘아바타: 물의 길’을 한다고 하니 굉장히 기뻐했고 자랑스러워했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일을 하면서 예산의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활용해 비주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흔치 않은 기회였다.”

황정록 “거주지를 옮겨야 해서 작은 결정은 아니었지만 ‘아바타’의 큰 팬이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그것이 또 영화의 질과 완성도를 높인 계기가 됐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서 아티스트로서 기쁜 마음이다. 영화를 볼 때 캐릭터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신경 써서 봐줬으면 좋겠다. 웨타에서 페이셜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기존의 한계 극복하고 미세한 표정까지 연기자와 캐릭터를 한몸처럼 구현하는 게 가능해졌다. 기대하고 봐도 좋을 거다.”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는 ‘아바타: 물의 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압도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는 ‘아바타: 물의 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굉장히 집요한 연출자로 알려져 있다. 작업은 어땠나. 
최종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그 누구보다 CG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어떻게 보면 나보다 더 많이 아는 부분도 많았다. 굉장히 꼼꼼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큰 수정 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디테일에 신경을 쓰지만 그보다 더 큰 부분을 보는 감독이기도 하다. 영화적인 재미, 어떻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지 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아무리 아름다운 장면들도 영화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면 몇 백 샷이 그냥 빠지기도 했다. CG에 대한 이해도와 훌륭한 시네마토그래피가 만나 훌륭한 장면들을 만들어낸 게 인상적이었다.”  

황정록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작업한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작업하면서 타협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이는 아티스트로서 정말 만나기 힘든 작업환경이다.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 매일 새로운 결과물을 보이고 같이 의논하고 피드백을 받고 해결책을 고안하는 게 수평적인 위치에서 이뤄졌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덕에 이전에 없던 결과물이 나오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을 직접 발명해 내기도 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어땠나.
최종진 “가장 혁신적인 부분이 있다면 수중 퍼포먼스 캡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부분이다. 예전에는 물속 장면을 촬영하거나 퍼포먼스 캡처할 때 줄에 매달려서 허공에서 물속에 있는 것처럼 연기했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물 안에서 직접 연기해야 한다고 해서 다른 기술진과 함께 수중 스테레오 카메라를 발명했다. 수중 퍼포먼스 캡처가 가장 큰 혁신이 아니었나 싶다. 물은 1편과 가장 큰 차이다. 전편이 수영장 정도의 규모라면, ‘아바타: 물의 길’은 바다였기 때문에 물 표현에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투입했다. 물을 제대로 표현해는 게 힘든 작업인데, 이번 작업에서는 전혀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그 덕에 훌륭한 퀄리티가 나오지 않나 싶다. 99% CG로 만들어졌다.”  

경이로운 물속 세계를 완벽 구현한 ‘아바타: 물의 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경이로운 물속 세계를 완벽 구현한 ‘아바타: 물의 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존 랜도 프로듀서가 2편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어떤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하나. 
최종진 “너무 많다. 하나하나 열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예전에는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가능해진 기술 중 하나를 꼽자면 물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커스틱(Caustic) 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빛이 물결을 통과하거나 반사될 때 굴절돼서 사물에 맺히는 현상을 의미한다. 쉬운 예로 수영장에 햇빛이 비칠 때 물밑에 생기는 일렁이는 무늬가 있는데 그게 커스틱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빛의 현상이다. 예전에도 가능했는데, 하드웨어의 성능이 받쳐주지 못해서 지금처럼 대규모로 쓰이는 게 불가능했다. 방식도 커스틱 무늬를 물체에다가 직접 쏴서 하는 방식이었다. 정확한 방법은 아니고 편법이었다. 지금은 하드웨어 성능도 좋아지고 웨타에서 커스틱에 최적화된 렌더링을 할 수 있도록 자체 렌더러를 개발해왔다. 지금도 이미지화하기에 쉬운 표현은 아니지만 한 샷 한 샷 마치 돋보기로 햇빛이 맺히는 것을 보듯 섬세하게 조절해가며 아름다운 무늬를 찾아갔다.”

황정록 “페이셜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진보됐다. ‘아바타1’은 페이셜 액션 코딩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 이 시스템은 표정의 움직임을 직선의 조합으로 만들기 때문에 입체적인 표현을 요구하는 부분은 페이셜 아티스트가 직접 조정해야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 얼굴 모양, 근육을 기반으로 셋업 할 수 있어서 곡선의 조합도 자연스럽게 구현이 가능했다. 별다른 수정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어서 캐릭터를 연구하고 예술적인 표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황정록 “배우와 캐릭터 간의 싱크가 되게 하는 부분이다. 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하고 배우들을 연구해 왔기 때문에 이렇게 사실적인 부분을 만들 수 있었다. 우선 캐릭터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표정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미리 가이드 쉐입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의 퍼포먼스 캡처와 최대한 자연스럽게 싱크하는 작업을 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가 참여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이크와 키리, 토노와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가 참여한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이크와 키리, 토노와리.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이크 설리, 키리, 토노와리 캐릭터별로 설명하자면. 
황정록 “제이크는 나비족이다. 나비족의 특징은 눈이 인간보다 크고 코 부위는 동물 같은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의 데이터를 그대로 대입하면 나비족의 특징을 살릴 수 없는 밋밋한 모습이 된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 특히 제이크가 분노할 때 호랑이를 참고했다. 호랑이가 분노하면 코와 미간 사이 주름이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깊이 파이는지 참고해서 분노하는 표정을 완성했다. 키리는 70세가 넘는 시고니 위버가 14살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세월을 자연스럽게 메우면서도 시고니 위버의 얼굴, 표정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했다. 시고니 위버의 어린 시절 모습을 레퍼런스로 사용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시고니 위버를 키리에 자연스럽게 싱크하는 것이 가능했다. 70세가 넘는 그녀가 웃어도 젊은 키리로 완성할 수 있었다. 토노와리도 마찬가지다. 부족 족장 캐릭터를 배우의 실제 모습과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 베이스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현재 ‘아바타: 물의 길’ 결과물이 사람 눈으로 보는 실물 대비 어느 정도까지 실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 
최종진 “예전부터 실제 같은 사물, 사람을 만들려고 노력해왔고 사실성을 굉장히 추구해왔다. 하지만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것과 사실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포토리얼리스틱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사실적으로 똑같은 사물을 만든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CG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없다. 사실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되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실적, 심미적 두 가지의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황정록 “나도 공감한다. 영상미는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물은 110%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기술력의 진보를 보여준 ‘아바타: 물의 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기술력의 진보를 보여준 ‘아바타: 물의 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한국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들이 미국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아티스트의 해외진출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종진 “코로나19 영향도 클 것 같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각되면서 기회가 많아졌다. CG만 예로 들자면, 예전에 비해 수요가 많아졌다. 하나의 영화를 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10곳이 동시에 작업하기도 한다. 그만큼 들어가는 장면이 많아졌다. 그래서 예전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예전에는 유학에 가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지원하는 게 유일한 루트였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한 분도 포트폴리오가 좋으면 바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기회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황정록 “부연하자면 한국인이라서 기회가 많다기 보다 다 평등해진 것이다. 웨타는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모인 집단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이 있지만 공통된 점은 아트로 소통한다는 거다. 다양함이 모여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든다. 그런 글로벌 현상이 한국인들이 진출할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바타’ 후속편이 5편까지 예고돼 있다. 도대체 여기서 어떤 기술적 발전을 더 보게 될까. 앞으로 어떤 진보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최종진 “나도 모르겠다. 하하. 아직까지 어떤 신기술이 쓰일 거라고 발표된 것은 없고 내부적으로 그렇다. 한 가지 예상하자면, 1편을 지금 봐도 훌륭하다. 요즘 CG가 많이 나오는 영화들보다 훌륭한 부분이 많다. 그때는 지금처럼 기술이 좋지 못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면 장면이 굉장히 아름답다. 0에서 90의 퀄리티를 내는 노력보다 90에서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를 완성하는 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 더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기술의 발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90에서 200으로 가진 못할 거다. 95, 97, 100을 향해 갈 거다. 그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그 뒤에서  아티스트들은 2편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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