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내부거래 공시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의 공시부담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기업 감시 약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내부거래 공시기준 금액을 현행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한 것을 놓고 시민단체에선 강한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 내부거래 공시 기준 50억원→100억원… 기업공시 부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16일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대상 기준금액이 조정된다. 현행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 및 공익법인은 자본총계(순자산총계), 자본금(기본순자산) 중 큰 금액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인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공시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공정위는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고 5억원 미만의 거래는 이사회 의결 및 공시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2000년 내부거래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할 당시, 기준금액을 1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2012년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지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짐에 따라 기준금액을 50억원으로 하향한 바 있다. 그런데 10년 만에 내부거래 공시기준 금액이 상향 조정되며 되돌아간 셈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제도 도입 및 기준금액 하향 이후 거시경제와 기업집단의 규모 확대 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의) 공시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5%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자본금, 자본총계가 적은 소규모 회사와 공익법인은 당초 제도 취지와 달리 소액거래까지 이사회 의결․공시의무가 발생했다”며 제도 개선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기업집단 현황 공시와 관련해선 공시 주기도 조정하기로 했다. 일부 분기 공시항목이 실제 거래빈도가 낮아 분기마다 이 항목을 ‘해당없음’으로 계속 기재해야 하는 불필요한 공시부담이 있다는 이유다. 

현재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기업집단의 소유 지배 구조, 내부 거래 현황 등에 대해 12개 항목은 분기별, 18개 항목은 정기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 공시 주기·공시위반 과태료 감경 기준 변경

공정위는 12개 분기 공시 항목 중 공시 활용도가 낮거나 다른 항목으로 보완할 수 있는 8개 분기 공시 항목을 연 공시로 통합하기로 했다. 국내 계열회사 간 주식소유 현황, 계열회사 간 자금거래·유가증권 거래·기타자산 거래·담보제공 현황과 특수관계인에 대한 자금대여·유가증권 거래·기타자산거래 현황 등이 연 1회 공시로 바뀐다. 공정위는 연 공시로 변경된 분기 공시 항목은 공시 기준일도 현행 공시 항목에 맞춰 변경하기로 했다. 

또한 공정위는 물류·IT 서비스 거래현황 중 비계열사로부터 매입한 해당 거래 금액은 공시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구분·산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다. 

또한 공정위는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중 ‘임원의 변동’ 공시항목은 기업집단현황공시의 ‘임원현황’ 항목으로 갈음하고 삭제한다.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기준은 변경된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공시의무 위반에 대해 지연일수가 3일 이내인 경우 과태료를 50% 감경해주고 있다. 앞으로는 공시지연에 대한 과태료 감경 기간을 기존 3일에서 30일로 연장하고 지연일수에 따른 감경비율을 세분화해 최대 7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연 일수가 7일 이내면 과태료를 50% 깎아주고 15일 이내면 30% △30일 이내면 20%의 과태료를 감경하는 방식이다. 

또한 공시 의무 위반이 경미할 경우에는 아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경고만 내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규 지정·편입된 날 이후 30일 이내 위반한 경우 △공시 지연 일수가 3일 이내인 경우 △계산 실수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했으나 해당 공시내용에서 확인 가능한 경우 등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선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관련 법령 및 하위규정 개정 등 필요한 입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 변경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1월 17일부터 2월 27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기업집단현황공시 및 2개 과태료 부과기준 등 관련 3개 고시 개정안은 1월 17일부터 2월 6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 한다. ‘임원의 변동’ 공시항목 관련 내용은 법 개정사항이다. 

시행령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연내 개정할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 이후 관련 하위규정인 ‘대규모내부거래 등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까지 연내 개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개선방안이 입법화되면 시장의 자율감시 가능 강화라는 공시제도의 취지를 확보하면서도 정보이용자에게 제공되는 공시정보의 효용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감시 기능 약화 우려도   

하지만 시민단체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을 두고 기업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공시제도 개선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던 참여연대는 강한 우려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이지우 간사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기업 집단의 내부거래나 수의계약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시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며 과도한 기업 편의 봐주기라는 지적을 내놨다. 이어 “공시제도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감시 기능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일부 기준을 완화한다는 것은 이러한 기능을 일부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공시기준 조정에 대해서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우 간사는 “분기별 공시가 그때그때 내용이 없고 1년 이후에 합산이 힘들다면 연차보고서 등 다른 방식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태료 경감에 대해선 “과태료 감경 비율을 세분화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감경폭은 조금 낮추는 게 기업 감시에 더 용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 24일 공정위의 공시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기업의 편의 위주이고, 일감몰아주기 등 내부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감독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지점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담은 사전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공시제도 개선 방안 발표 및 입법(행정)예고
2023. 01. 16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 등 대기업집단 공시제도 주요 개선방안 관련 의견 제출
2022.. 11. 1 참여연대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