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가진 ‘어리석다’는 뜻으로 인해 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생기곤 한다. 치매는 초기대응이 중요한데 이런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은 조기발견 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선 이미 치매용어 개정을 완료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 게티이미지뱅크
치매가 가진 ‘어리석다’는 뜻으로 인해 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생기곤 한다. 치매는 초기대응이 중요한데 이런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은 조기발견 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선 이미 치매용어 개정을 완료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개정 논의에 들어갔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보건복지부가 ‘치매’ 용어에 대한 개정을 위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치매라는 단어에서 오는 ‘어리석다’는 뜻으로 인해 질환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 10명 중 4명, “치매에 거부감 든다”

치매는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해 기억력‧지남력‧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 다발성 장애(치매관리법 제2조)를 의미한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치매는 하나의 질병명이라기보단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의 묶음인 증후군이다.

인간의 기억력은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때에 비해 저하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흔히 ‘기억력 저하’라고 알려진 치매의 증상은 노화의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와 다른 양상을 가진다.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경험한 것 전체를 잊어버리며 잊어버렸다는 사실 자체도 알지 못한다.

과거엔 치매를 망령이나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노인이면 당연히 겪게 되는 노화현상이라는 편견이 강했다.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치매는 뇌의 질병이나 손상에서 비롯된 뇌질환이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에게 치매가 발병하지는 않지만, 치매발병 원인 중 알츠하이머가(60%)가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 가능성은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치매에는 혈관성 치매(20~30%), 알츠하이머 외 퇴행성 뇌질환(10%), 우울증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완치도 가능하다고 알려진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제4차 치매관리종합계획 과제의 일환으로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 1,200명 중 43.8%가 치매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든다고 응답했다.

거부감이 드는 이유로는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0.2%에 달했다. 그 외로는 △치매라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17.9%) △환자를 비하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7.6%) 등의 응답이 나타났다.

◇ ‘치매 친화적 사회’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서울시가 발표한 치매인식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는 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병이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환자의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능력이 저하되고 인격이 황폐화돼 환자뿐 아니라 부양자에게도 정신적‧사회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선 부정적 인식이 ‘치매’라는 용어 자체에서 온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왔다.

치매는 한자로 어리석을 치(痴)와 어리석을 매(呆)를 사용한다. 치매용어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어리석다’는 뜻을 지닌 ‘치매’라는 용어는 환자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해당 질병의 실태를 정확하게 나타내지 못하게 만든다. 치매는 초기에 발견할수록 완치 가능성도 커지는데 이런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으로 인해 조기발견‧조기개입 등의 노력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축에 속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20년 15.7%에서 2040년 34.4%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 진행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 치매 유병률은 2020년 10.3%(약 84만명)에서 2050년 15.9%(302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망했다. 이에 급속도로 증가할 수 있는 치매환자에 대비해 미리 치매친화적인 사회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WHO는 치매포용적인 사회 환경을 위해서는 인식 개선 및 홍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짚었다. 치매포용사회란 치매 환자와 가족‧돌봄자가 편견이나 차별 없이 온전히 사회에 참여하고 존중‧존엄‧평등‧자유와 독립적인 생활 및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가리킨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치매 용어 개정을 통해 인식 개선 움직임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16일 치매용어 개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세계 각국에선 일찍이 ‘치매’ 병명 개정 움직임이 이어져왔다. 구체적으로는 △대만의 경우 2001년 ‘실지증’으로 △일본은 2004년 ‘인지증’으로 △홍콩과 중국은 2010년 및 2012년 ‘뇌퇴화증’으로 병명을 개정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실시한 치매용어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치매에 대한 적절한 대체용어로는 ‘인지저하증’이 31.3%로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그 외에 △기억장애증(21.0%) △인지장애증(14.2%) 등의 답변도 있었으나 ‘인지저하증’으로 변경할 경우 긍정적 인식변화가 예상된다는 응답 비율이 타 응답비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회의를 개최하면서 “치매 대체 용어에 대한 의료계 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치매 용어 개정이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치매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용어 변경과 함께 이와 관련한 인식개선 캠페인 등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정책연구센터 남궁은하 부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인지증으로 용어를 바꾸면서 치매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도 같이 이뤄졌다”며 “용어 개정만으로는 확실한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부가 나서서 지원 등을 늘려나가겠다는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치매에 친화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매가 있는 사람도, 다시 말해 인지저하를 겪고 있는 사람도 시설이나 병원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적극적으로 확대돼야 한다”면서 “고령화 사회에 더 친화적인 사회로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치매’ 용어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2021. 06. 25 보건복지부
‘「치매」용어 개정을 통한 인식개선 논의 시작' 
2023. 01. 16 보건복지부
장세철 외(2020), 치매인식개선에 관한 연구 -치매용어를 중심으로-
2020 동아시아일본학회 일본문화연구
보건복지포럼 통권 제312호(2022년 10월)
2022. 10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치매’ 질병소개
2023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