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 추진을 예고한 11번가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사위크 
올해 상장 추진을 예고한 11번가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기업공개(IPO)에 도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1호 ‘이커머스 상장사’로 기대됐던 컬리는 결국 상장 연기를 결정했고, 오아시스는 시장 한파를 뚫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상장 추진을 예고한 11번가의 행보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11번가, 시장 한파에도 연내 상장 예고

11번가는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을 준비하던 일부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 시점을 결정짓지 못하거나 무기한 연기했지만, 11번가는 올해 코스피 상장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11번가가 올해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데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올해가 바로 해당 약속 기한 연도다. 시장에선 11번가가 올해 1분기 내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는 11번가의 부담은 클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이를 반영하듯, 연초부터 IPO 준비 기업들의 상장 연기 및 철회 소식이 이어졌다. 이 중 시장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받은 이슈는 단연 컬리의 상장 추진 연기 소식이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이커머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상장 절차에 착수하면서 국내 1호 이커머스 상장사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아울러 투자업계에선 컬리의 상장 흥행 성적이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이유로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컬리의 상장 철회 소식은 상장을 준비하는 후발 이커머스 기업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환경 악화에도 오아시스는 코스닥 상장 추진을 결정했다. 새벽배송 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는 흑자실적과 차별화된 물류시스템, 온·오프라인 시너지 등의 경쟁력을 내세워 코스닥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1번가도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장 환경이 좋지는 못하지만 재무적투자자와 약속한 엑시트(투자금회수) 기한이 도래한 만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 11번가, 상장 앞두고 기업가치 개선 사활

그러나 순조롭게 상장 심사 문턱을 넘고 흥행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11번가는 이커머스 1세대로 분류되는 곳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아왔지만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이 약화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쿠팡, 네이버, 신세계(쓱닷컴) 등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운데다 컬리 등 새벽배송 업체들까지 큰 존재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1년 거래액 기준 11번가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6%로 업계 4위에 올라왔다. 업계 1~3위인 네이버(17%), SSG닷컴(15%), 쿠팡(13%)과 격차가 큰 상황이다. 

11번가는 그간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아마존과의 협업, 배송 서비스 강화 등에 힘써왔다. 일부 성과도 나타났다. 최근 11번가는 지난해 ‘Apple 브랜드관’ 론칭과 ‘슈팅배송’의 성장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이 약 40%(연말 추정)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론칭 첫해보다 구매고객 수가 73% 증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엔데믹 전환과 함께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성과가 뚜렷한 돌파구가 될 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11번가는 수익성 강화도 절실한 상황이다. 11번가는 2020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0년 98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2021년 69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까지도 대규모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11번가는 최근 하형일·안정은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경영진 체제를 재정비했다. 작년 연말 인사를 통해 안정은 신임 대표이사가 새롭게 투입됐다. 하형일 대표는 다양한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11번가의 기업가치 증대에 힘을 쏟고, 안정은 대표는 사업 전반의 성과와 차별적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하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11번가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진행된 ‘2023 Leap Forward’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2023년은 본격적인 ‘11번가 2.0’ 실행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11번가의 플랫폼 경쟁력과 잠재력을 기반으로 IPO를 포함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성장노력을 지속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도적 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11번가 감사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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