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후보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리 인사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 뉴시스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후보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리 인사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후보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치 인사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롱리스트 포함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최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내·외부 출신 7명을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인사로는 이원덕 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롱리스트 후보군에 포함됐다. 당초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외부 인사 롱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 전 부회장이 후보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전 위원장은 고심 끝에 후보직에 도전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인사로 고위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위원장이 포함되면서 업계 안팎은 들썩이고 있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거물급 인사다. 그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 고위직을 역임한 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 제 5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거물급 관료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에 포함되면서 우리금융 내부는 물론 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관치 인사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금융권 안팎에선 우리금융의 차기 회장 인선을 앞두고 관치 금융 논란이 지속돼왔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회장의 거취 결정을 놓고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확산됐던 바 있다.

손태승 회장은 당초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면서 거취가 불투명했다. 당국의 제재에 맞서 행정 소송을 내면 연임 도전이 가능했지만 그는 장고 끝에 지난 18일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연임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당국의 사퇴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손 회장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심기를 잇달아 표명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중징계를 받은 당시 손 회장에 대해 “현재 금융당국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개적인 소송 자제 압박 발언을 내놨다.

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달 5일 “사고를 낸 우리은행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제도를 어떻게 바꾸겠다, 뭘 잘못했다 등을 발표한 게 있냐”고 반문하며 “그런 것을 안 하고 자꾸만 소송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의 행정 소송 제기 여부는 그의 거취와 연관돼 있는 이슈다. 이를 감안할 때 손 회장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부정적인 심기를 표명한 것은 그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도 풀이됐다. 일각에선 이를 놓고 관치 논란도 불거졌다.  

이런 가운데 거물급 관료 인사가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르자 관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노조를 포함한 금융노조 측은 강한 우려 표명에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임 전 위원장이 회장 후보로 포함된 데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리금융 노조 측은 이날 “임 전 위원장은 재경부에서 커온 행정가이지, 금융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며 그의 자질론을 제기했다. 아울러 내부 출신이 차기 회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우리금융 노조 측은 “우리금융은 임직원들의 각고한 노력으로 2021년 완전민영화를 이뤘다”며 “임직원들의 노고와 기여를 봐서라도 내부출신을 우리금융 회장에 임명하는 게 맞다. 다 해놓은 밥에 모피아 올드보이의 보금자리로 추락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가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아는 내부인사를 회장으로 선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회의를 열고 롱리스트 후보 중 숏리스트 2~3명을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임종룡 전 위원장 등이 숏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 차기 회장이 누가될 지 주목된다. 

키워드

#우리금융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