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와 관련된 활동을 이용해 신체‧정서‧심리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기존 농업이 농사 자체에 목적을 뒀다면 치유농업은 농업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와 관련된 활동을 이용해 신체‧정서‧심리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기존 농업이 농사 자체에 목적을 뒀다면 치유농업은 농업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웰빙과 힐링이라는 단어가 어디에나 쓰일 만큼 유행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대인들이 호소하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개인이 앓는 불안과 위기감이 이전보다 더 극심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삶의 질을 향상하고 위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녹색 패러다임이 부상하게 됐다. 이를 위한 새로운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치유농업’이다.

◇ 치유농업으로 ‘삶의 만족도’↑

치유농업(Agro-healing)은 농업‧농촌 자원이나 이와 관련된 활동을 이용해 신체‧정서‧심리‧인지‧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기존의 농업이 식품을 공급하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농사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치유농업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나 우울증 환자 등 의학적‧사회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치유농업 측면에서 농촌은 긍정적인 체험 활동으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감의 해소를 주는 공간이다. 자연 경관을 몸으로 느낄 뿐 아니라 농업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신체적·정신적 건강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치유농업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실제로 증명되기도 했다. 지난 30일 농촌진흥청은 식량작물의 치유농업 효과를 검증한 사례를 모아둔 활동집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국립식량과학원은 콩을 활용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직업군 가운데 소방관과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해당 체험활동을 실시했다. 활동집에 따르면 치유농업 활동 이후 참여자들에게선 스트레스 감소가 확인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치유농업은 은퇴를 앞둔 실버세대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 실버세대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예비실버세대에게 현장 적용한 결과, 참여 전보다 참여 후 참여자들의 수축기‧이완기 혈압이 모두 낮아졌다. 한국판 삶의 질 평가에서도 참여자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사전 평균 76.14 수준에서 사후 평균 88.42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신장질환·고지혈증 등 생활습관성 질환 예방을 돕는 식물자원을 활용해 텃밭정원 중심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적용 후 실험 참여자들의 정서적 삶의 질은 사전에 비해 사후 10.8% 정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복부지방률 감소 등 신체적인 건강도 대조군에 비해 증진됐다고 알려진다.

우리 사회는 이미 빠른 속도로 고령화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인구비중 증가에 따른 노인의료비 및 자살‧장애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총 진료비는 2015년 22조원을 넘어섰다. 또한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심각한 수준에 있다. 그 중 노인층의 자살률과 장애인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세대에게 농업활동이 △스트레스 감소 및 심리적 안정 △운동효과 △신체기능 및 면역력 증진 △치매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노인 세대 의료비 지출 경감과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한다고도 알려진다. 이는 치유농업이 우리 사회가 마주한 고령화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 “체계화 필요해”

다만 국내 치유농장은 이제야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는 수준이다. 본격적으로 치유농장이 운영되고 있기보단 지방자치단체의 시범 사업에 선정되거나 치유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등 초기 단계인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제도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치유농업은 농장주가 혼자 운영할 수 없고 보건의료 종사자라도 농업에 대한 이해 없이는 어려우므로 농장과 기관이 네트워크를 이룰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이에 치유농업 가이드라인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첫 번째로 치유농업정책 확립을 우선시하고 준전문가 수준의 가이드라인 보급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대상자에 따라 치유농장형태가 다르므로 치유농업사 이외의 의료보건인‧작업치료사를 위한 고급 가이드라인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1월 치유농업과 보건복지 연계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2026년까지를 목표로 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특수목적 대상의 치료와 재활에 집중돼있던 기존 치유농업은 앞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유‧아동 및 청소년, 성인과 노인 등 일반인들도 건강 악화를 예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농촌진흥청은 치유농업의 효과와 체계화에 대한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기반과 거버넌스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보통 우리는 건강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를 받는다. 이와 달리 치유농업의 ‘치유’가 갖는 의미는 문제가 없는 사람 또한 예방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점에 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현대인들의 내재된 불안도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치유농업의 필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실버세대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검증
2021. 03 농촌진흥청 국립원예과학특작원
치유농업 가이드라인 작업치료적 접근
2022. 11. 국제문화기술진흥원
치유농업-보건복지 연계 활성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
2022. 11. 16 농촌진흥청
치유농업연구
2022 국립농업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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