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모델 전면부. 디펜더는 개성이 강한 SUV다.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모델 전면부. 디펜더는 개성이 강한 SUV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펜더는 2016년 1세대 모델이 단종된 후 2020년 2세대로 부활했다. 2세대 디펜더는 1세대 모델의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도 한층 부드러운 느낌으로 디자인됐다.

디펜더는 랜드로버라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가장 잘 나타내는 모델로 평가된다. 험로를 주행할 수 있으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 부드러운 승차감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모델이 랜드로버 디펜더다.

지난 2021년 6월 국내 시장에 출시된 디펜더는 랜드로버 브랜드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110 롱바디 모델과 90 숏바디 모델을 포함해 지난 2021년에는 816대, 2022년에는 864대가 판매됐다. 판매 모델의 다수는 1·2열 도어가 모두 있는 롱바디 110 모델이지만, 개성이 더 뚜렷한 모델은 2도어 숏바디 ‘디펜더 90’으로 보인다.

럭셔리 오프로드 차량으로 손꼽히는 랜드로버 디펜더. / 제갈민 기자
럭셔리 오프로드 차량으로 손꼽히는 랜드로버 디펜더. / 제갈민 기자

◇ 랜드로버 디펜더 90, 짧지만 높고 넓어… 오프로더 이미지 강조

랜드로버 디펜더 90의 차체 길이(전장)는 4,583㎜로, 국산 준중형·중형 SUV보다 짧다. 제원상 길이만 본다면 차가 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디펜더 90을 실제로 마주하면 생각과 다른 큰 덩치와 볼륨감이 압권이다.

이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짧은 길이와 달리 전폭(너비)과 전고(높이)가 각각 1996㎜, 1974㎜로 2m에 달하기 때문이다. 너비와 높이만 놓고 비교하면 일반적인 준대형 SUV보다 크다. 또한 시승을 진행한 디펜더 90 D250 SE 모델에는 20인치 휠과 타이어가 장착돼 큰 차체를 더 크게 보이는 효과를 강조하는 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최저 지상고도 291㎜로 일반적인 SUV 모델에 비해 상당히 높은데, 차체 프레임도 두꺼워 실제 노면부터 승객석(캐빈룸) 바닥까지 높이는 더 높다. ‘차에 올라타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랜드로버는 외관 디자인이 독특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는 외관 디자인이 독특해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 제갈민 기자

디펜더의 외관 디자인은 ‘독특하다’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앞으로 돌출된 독특한 형상의 네모 각진 범퍼와 라디에이터그릴, 네모난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후면 트렁크 도어에 달린 스페어타이어, 오프로드 차량임을 나타내는 스노클 등 요즘 차량에서는 보기 힘든 요소가 곳곳에 존재한다. ‘복고풍’ 디테일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앞 타이어와 뒤 타이어 앞뒤의 짧은 오버행으로 험로 주행에 적합한 접근각(31.5°)과 이탈각(35.5°)을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차체가 짧은 만큼 최소회전 반경에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에서부터 차량의 성격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랜드로버 디펜더 오른쪽 측면에는 외관에 별도의 캐리어가 탑재돼 캠핑용품 보관에 용이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적재함 공간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펜더 오른쪽 측면에는 외관에 별도의 캐리어가 탑재돼 캠핑용품 보관에 용이하다. 이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적재함 공간을 보조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 투박하면서도 고급스러움 갖춰… 2도어 모델이지만 2열 공간·개방감 준수

운전석에 올라타 실내를 둘러보면 오프로드 차량 특성상 일부분에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해 약간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결코 저렴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투박하면서도 곳곳에 부드러운 고급 가죽을 적지 않게 사용하고 영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메리디안 서라운드 시스템을 탑재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그리고 동승석 앞 대시보드까지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수평 라인이 강조됐다. 차체 너비가 넓은 만큼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기어노브 주변 조작부, 컵홀더도 가로로 디자인됐다.

수납공간은 도어 트림과 컵홀더 2구, 콘솔박스, 동승석 앞 글러브박스, 그리고 컵홀더 하단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콘솔박스는 2단 냉장 기능을 지원해 250㎖ 캔음료 4∼5개 정도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실내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동승석 좌석을 뒤로 많이 젖혔음에도 2열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 제갈민 기자
실내 공간은 여유로운 편이다. 동승석 좌석을 뒤로 많이 젖혔음에도 2열 공간은 부족하지 않다. / 제갈민 기자

2도어 모델인 만큼 2열 실용성에 대해 궁금한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2도어 모델의 2열 공간은 협소해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디펜더 90의 2열 공간은 180㎝ 성인이 탑승을 해도 무릎 앞 공간이 남고 시트 착좌감도 나쁘지 않다. 헤드룸도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슬라이딩 파노라마 루프와 2열 좌우에 넓은 면적의 유리창 덕에 개방감도 무난하며, 좌우 시트 옆에는 팔걸이와 작은 수납공간도 존재한다. 2열 바닥 좌우에는 컵홀더도 존재하며 2열 중앙 등받이를 내리면 팔걸이 겸 컵홀더로 이용할 수도 있다. 실용성을 감한하면 2열에는 2인 탑승을 추천하며, 3인 탑승 시 중앙에 앉는 탑승자는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차체가 높고 시트포지션도 높아 운전자의 시야가 높다.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펜더는 차체가 높고 시트포지션도 높아 운전자의 시야가 높다. / 제갈민 기자

◇ 내려다 볼 정도로 높은 시트포지션, 넓은 시야… 다소 아쉬운 편의장비

주행에 나서면 디펜더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먼저 디펜더의 전고가 높은 만큼 운전석의 시트포지션이 다른 SUV들에 비해 높아 도로의 차량을 내려다보며 운전을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운전자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데, 도로 상황을 미리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헤드룸도 넉넉해 시트를 조금만 높여 운전하면 미니버스나 2.5톤 트럭 등의 운전석과 높이가 비슷할 정도다.

출력에 대해 재규어랜드로버 측에 따르면 신형 인제니움 3.0ℓ 인라인 6 디젤 엔진을 탑재했으며, 트윈 터보차저와 전자식 가변 노즐 시스템은 엔진 회전수 2,000rpm에서 1초 만에 최대 토크의 약 90%를 뿜어낸다. 최고 출력은 249마력, 최대 토크는 58.1㎏·m의 힘을 발휘한다.

디젤 엔진의 특성을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는 급가속을 제외하고는 평상시 주행을 할 때는 2,000rpm을 넘기지 않고 1,500rpm 내외의 엔진 회전수 영역에서 무난한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정차 후 재출발 시 가속페달을 약간만 밟으면 가속감이 약간 더딘 느낌이 있는데, 가속페달을 조금만 더 깊게 밟으면 2,000rpm 이상으로 엔진을 회전시키며 디젤 엔진의 폭발적인 순간 출력을 뿜어낸다.

랜드로버 디펜더 90은 2열을 6대 4로 분할해 접을 수 있다. 단 적재함과 시트 경계면에 턱이 생기는 점은 단점이다. / 제갈민 기자
랜드로버 디펜더 90은 2열을 6대 4로 분할해 접을 수 있다. 단 적재함과 시트 경계면에 턱이 생기는 점은 단점이다. / 제갈민 기자

연비는 8.47∼10.1㎞/ℓ 정도를 기록했다. 엔진 사이즈와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무난한 정도로 평가된다.

다만 랜드로버 특유의 부실한 옵션은 여전했다.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HMI 아키텍처를 베이스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Pivi Pro)는 사용이 간편하고 조작 반응성이 뛰어나다. 공조기 조작부도 물리 다이얼과 버튼으로 설계해 직관성이 뛰어나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도 무선으로 지원을 한다. 스티어링휠과 1·2열 시트 열선 기능도 지원한다. 또한 랜드로버에서 개발한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는 가려진 전방 시야를 확보해 주행 간 큰 차체 조작을 보다 쉽게 도와준다.

9,500만원에 육박하는 디펜더 90 D250 SE에 1열 통풍 시트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점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공간은 요즘 스마트폰 크기와 케이스를 씌워 사용하는 소비자를 감안하면 약간 작게 느껴졌다. 케이스를 씌운 갤럭시 S10 5G 모델조차 들어가지 않는 좁은 무선충전패드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주행 보조 기능도 약간 아쉽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은 적절히 작동했고 정차까지 지원을 하지만 차로 이탈 방지 기능(LKAS)은 차로 인식이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아우디, 볼보 등과 비교하면 부족하게 느껴졌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랜드로버는 이러한 사소한 옵션도 신경 써야만 더욱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제갈민 기자
연비는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무난한 편으로 보인다. /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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