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조직혁신이 베일을 벗었다. 예상보다 더 큰 쇄신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조직혁신이 베일을 벗었다. 예상보다 더 큰 쇄신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임원수과 사업부문을 축소하는 조직 슬림화가 단행되는 한편, 자회사 CEO를 대거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 대대적 조직 슬림화·인적쇄신 단행  

우리금융은 7일 임 내정자의 경영방향을 반영해 지주, 은행, 계열 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인사 혁신을 단행했다.

임 내정자는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 회장에 공식 취임한다. 공식 취임 전이지만 조기에 경영안정을 꾀하고 쇄신 분위기를 진작하고자 인사 및 조직개편이 단행됐다고 우리금융 측은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의 특징은 크게 ‘조직슬림화’와 ‘인적 쇄신’으로 요약된다. 

우선 우리금융은 지주 내 총괄사장제(2인), 수석부사장제를 폐지하고 부문도 11개에서 9개로 축소했다. 지주 임원은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고 임원 6명을 교체 임명했다. 지주 전체 인력은 약 20% 정도 감축되고 회장 비서실(본부장급)은 폐지됐다. 아울러 지주 부문장(9개)에 본부장급 인력 2명을 새롭게 발탁했다.

신설된 조직도 있다. 우리금융은 ‘기업문화혁신TF(회장 및 자회사CEO 협의체)’를 회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해당 TF조직은 인사 및 평가제도 개편, 내부통제강화, 경영 승계프로그램 등 그룹 차원의 기업문화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이는 강력한 조직 혁신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다는 임 내정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 내정자는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新(신)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쇄신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금융사건 사고로 조직쇄신과 내부통제 강화 요구를 받아왔다. 여기에 우리금융 내 한일은행 출신과 상업은행 출신 간 보이지 않는 파벌 문제가 해묵은 과제로 지목돼 왔다. 차기 회장으로 외부 인사인 임 내정자가 발탁된 배경엔 보다 강력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임 내정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과감한 쇄신에 신호탄을 쏘았다. 우선 자회사 CEO 인사에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됐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날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카드, 캐피탈, 종금 등 재임 2년 이상 임기만료 자회사 대표를 전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외부 전문가를 CEO로 영입한 우리PE는 제외됐다. 이에 따라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자산신탁△우리펀드서비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 계열사 CEO의 교체가 결정됐다. 

◇ 14곳 자회사 중 9개 자회사 CEO 교체 … 조직 안정화 과제

우리카드 대표에 박완식 우리은행 개인·기관그룹장이,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는 조병규 우리은행 기업그룹장이 발탁됐다. 우리종합금융 대표에는 김응철 우리은행 외환그룹장을,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는 전상욱 우리금융 미래성장총괄 사장이 맡게 됐다. 우리자산신탁 대표에는 이종근 우리금융 경영지원부문 전무, 우리펀드서비스 대표에는 김정록 우리은행 준법감시인이 추천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추후 임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의 CEO도 교체된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올해 연말까지 임기가 남아있지만 임 내정자의 경영상 부담을 덜어주는 뜻에서 사의 표명했다. 이원덕 행장은 신임 회장 최종후보군(숏리스트) 4명에 포함됐던 인사다. 임 내정자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한 만큼 자리를 지키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은 이날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에 대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 뉴시스
우리금융은 이날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에 대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 뉴시스

우리금융은 이날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영업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영업총괄그룹을 폐지하는 대신 국내영업부문, 기업투자금융부문 등 부문 2곳으로 재편했다. 각 부문 산하에 5개, 4개의 주요 영업 관련 그룹들을 배치했다. 다만 부문장 자리는 각각 개인그룹장과 기업그룹장이 겸직 수행토록 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기업그룹과 연금사업그룹, 기관그룹을 신설해 신성장기업 대상 영업 및 기관 영업 시장, 연금시장 등의 영업력을 확충하고, 상생금융부를 새롭게 신설해 금융소외계층 전담 상품과 서비스 지원을 집중 강화하기로 했다.

조직슬림화 및 쇄신 인사도 단행됐다. 임원 수를 19명에서 18명으로 줄이고 총 18명 중 12명을 교체했다. 

예상보다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가 단행된 만큼 우리금융 내부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에 임 내정자의 취임 후 우선 과제는 조직 안정화가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장 인선을 잡음 없이 마치는 것도 숙제다. 우리금융은 임 내정자가 취임한 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후임 은행장 인선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내·외부 인사 간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도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지주 산하에 미래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다.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그룹의 미래먹거리 발굴 및 ESG 통합 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다. 조만간 닻을 올리는 임종룡 회장 체제가 순항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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