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이 이달 중순부터 정기 주주총회를 줄줄이 개최한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이 이달 중순부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주총에선 주요 CEO 신규 선임을 비롯해 다양한 현안이 부각된 만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은 분위기다. 

◇ CEO 선임안, 사외이사진 변화 주목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주주총회는 17일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줄줄이 개최된다. 23일엔 신한금융이, 24일엔 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이, 30일엔 JB금융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각각 공시했다. DGB금융은 현재까지 주총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우선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그룹 회장 신규 선임의 건이다. BNK금융그룹은 빈대인 신임 BNK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신한금융은 진옥동 회장 내정자를,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내정자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이들은 모두 정기 주총을 거쳐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안건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각 지주사 신임 회장이 이날 주총에서 경영 전략과 목표 등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팎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주요 금융그룹의 사외이사진 변화도 주요 관전포인트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3명 중 85%인 28명의 임기가 이달 만료된다. 신한금융은 11명 중 10명, KB금융은 7명 중 6명, 우리금융은 7명 중 4명, 하나금융은 8명 전원의 임기가 종료된다. 

우선 신한금융은 사외이사진 규모를 기존 11명에서 9명으로 줄이고 8명에 대해선 연임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박안순·허용학 사외이사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한금융은 이윤재·성재호·윤재원·진현덕·곽수근·배훈·이용국·최재붕 사외이사의 재선임안건을 상정한다. 

KB금융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교체한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는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가 추천됐다. 권선주·김경호·오규택 사외이사에 대해선 재선임 안건을 올린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진 체제를 기존 7명에서 6명 체제로 바꾸고 2명의 신규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윤수영 전 키움증권 부사장이 신규 사외이사(임기 2년)로 이름을 올렸다. 4년 임기를 마친 정찬형 이사는 1년 임기로 재추천됐다. 사의를 표명한 노성태·박상용·장동우 이사는 임기 종료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나금융는 임기 만료 사외이사 8명 가운데 2명을 교체한다.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김홍진·양동훈·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 사외이사는 재선임 후보로 추천됐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 대해 지배구조 개선에 압박을 가하면서 각사들은 이사진 개편에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부터 지주·은행 이사회와 소통을 정례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올해 주총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KB 노조의 주주제안이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조)는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이사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했다. 해당 안건은 이번 주총에 별도 의안으로 상정된다.

◇ KB노조 사외이사 추천 재도전… JB금융 2대주주 주주행동

KB노조가 사외이사 추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노조는 지난 2017년 금융권 최초로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추천에 나선 후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도전했지만 연거푸 실패했다. 지난해엔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후보로 내세우는 주주제안을 했지만 이 역시 주총에서 부결됐다. 

KB노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회사의 해외투자 손실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해외사업 정상화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며 임경종 후보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이번엔 사외이사 추천과 함께 ‘낙하산 인사 방지’ 관련 정관 개정안도 주주제안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KB노조는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된 정관(제40조)에 ‘최근 5년 이내에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국회, 정당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을 합산해 1년 이상인 자는 최종 퇴직일부터 3년 동안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정관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 금융사 주요 수장으로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낙점된 가운데 낙하산 인사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노조의 주주제안 안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ISS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 꾸준히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JB금융지주의 주총도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JB금융의 2대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배당 확대 및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에 주당 결산배당금 900원(연간 배당성향 33%)과 김기석 후보자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했다. 얼라인 측은 JB금융의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주주제안에 나섰다. 앞서 JB금융은 결산배당금으로 주당 715원(배당성향 27%)을 현금배당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JB금융지주는 얼라인 측의 주주제안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 있으며 주주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JB금융 측 주장이다. 사외이사 추천에 대해서도 추천 절차와 검증 부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JB금융 주총에선 표대결 양상이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 JB금융의 최대주주는 14.61%를 보유한 삼양사와 관계사들이다. 이어 △얼라인 14.04% △OK저축은행 10.21% △국민연금이 7.79% △더캐피탈그룹이 5.11% 순이다. OK저축은행과 국민연금, 더캐피탈그룹의 의결권 행사 향방이 주요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 소집공고
2023. 03. 0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 소집공고
 2023. 03. 0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소집공고
 2023. 03. 0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하나금융지주 주주총회 소집공고
 2023. 03. 0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JB금융지주 주주총회 소집공고
 2023. 03. 0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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