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아메리칸 럭셔리 풀사이즈 SUV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5세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아메리칸 럭셔리 풀사이즈 SUV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 자동차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1억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함에도 꾸준한 수요가 존재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풀사이즈 SUV의 대명사’ ‘SUV 제왕’ ‘도로 위의 탱크’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가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현상이 지속되자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속속 자사 풀사이즈 SUV 모델을 들여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거대한 덩치, 존재감 끝판왕… 7년 만의 세대변경, 세련미 더해

현재 판매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7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5세대 모델로, 2021년 6월 국내 시장에 처음 공개됐다. 5세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출시 첫해 275대, 지난해에는 571대, 올해는 1∼2월 누적 75대가 판매되며 캐딜락 브랜드의 판매 1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세대로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덩치가 한층 더 커졌다. 이전 4세대 모델도 길이가 5.2m에 육박(5,180㎜)하고 너비가 2m를 넘는(2,045㎜) 육중한 외관을 자랑했는데, 현재 5세대 에스컬레이드는 길이 5,380㎜, 너비 2,060㎜로 더 커졌다. 높이도 45㎜가 더 높아진 1,945㎜, 앞뒤 바퀴 사이 축간거리도 3,071㎜로 더 길어져 겉모습만 비교하더라도 실내 공간이 더 넓어진 것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차체가 커진 만큼 체중(공차중량)도 2,795㎏으로 직전 모델 대비 120㎏ 늘어났다.

국산 대형 세단이나 대형 SUV는 견줄 수 있는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덩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덩치만큼 존재감도 상당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을 더 크게 만드는 부분은 높은 보닛 높이와 전면의 커다란 방패형 라디에이터그릴, 커다란 타이어 및 휠, 각진 차체 형상 등이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후면은 단정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후면은 단정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 제갈민 기자

신형으로 거듭나면서 전면 보닛이 더 직각에 가깝게 디자인돼 강인한 느낌을 강조했으며 라디에이터그릴 면적도 더 커다랗게 바뀌었다. 라디에이터그릴 모양은 전면부 중앙에 위치한 캐딜락 방패형태 문장(엠블럼)을 그대로 키워둔 모양으로 디자인돼 듬직하고 단단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헤드램프는 보닛 바로 아래, 라디에이터그릴 상단 라인부터 이어지도록 가로로 얇고 길게 디자인해 거대한 덩치의 차량에 샤프함을 가미했고 그 아래로 버티컬(세로형) 주간주행등(DRL)을 배치해 넓은 차폭을 더 강조했다.

차량을 측면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휠과 타이어, 그리고 널찍한 앞뒷문이 압도적이다. 휠·타이어는 22인치가 탑재됐다. 커다란 사이즈의 휠·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앞뒤 타이어 사이 거리는 상당히 길다. 축간거리는 3m가 넘는다. 이 사이에 위치한 앞뒷문 크기도 상당하다. 활짝 열면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크다.

이전 세대도 문짝이 커다란 점은 동일했지만 2열 도어가 뒷바퀴 휠아치 일부를 차지하면서 약간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번 5세대 모델은 2열 도어와 뒷바퀴 휠하우스를 완전히 분리하면서 2열 도어 면적이 더 커졌다. 휠아치 형상도 4세대 모델은 약간 각진 형상으로 디자인됐지만 5세대 모델은 원형에 가깝게 디자인해 타이어와 일체감을 강조했다.

여기에 창문 면적도 널찍하게 만들어졌으며, 2열 도어 뒷부분인 C필러부터 D필러까지 면적도 상당히 길어 3열 승객석과 적재함 공간이 넉넉하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는 점이다.

후면 디자인은 좌우에 버티컬 리어램프와 중앙의 캐딜락 문장 외에는 별다른 특별함이 없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도 웅장함과 존재감을 뿜어낸다. 후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이전 세대와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램프 LED가 더 매끄럽게 디자인했으며, 여기에 테일게이트(트렁크 도어) 중앙 엠블럼 좌우로 이어지던 크롬바를 제거하면서 보다 깔끔한 인상을 만들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7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실내 인테리어가 한층 더 럭셔리해졌다. 단 일부분에 사용된 유광 우드 소재는 약간 아쉬운 점이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7년 만에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실내 인테리어가 한층 더 럭셔리해졌다. 단 일부분에 사용된 유광 우드 소재는 약간 아쉬운 점이다. / 제갈민 기자

◇ 디지털화 거친 인테리어, 조작 편의성·시인성·활용도 높여… 유광 우드가 옥에 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달라진 외관만큼 실내 인테리어도 환골탈태에 성공했다. 1열 운전석 문을 열면 스티어링휠 왼쪽부터 센터페시아 중앙까지 이어지는 디스플레이가 탑승자를 반긴다. 그간 ‘미국차는 투박하다’라는 선입견을 깨부수는 혁신적인 인테리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가로로 널찍한 디스플레이는 38인치 LG 커브드 OLED(유기발광바이오드) 디스플레이로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화질도 다른 자동차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에 비해 선명해 시인성과 퀄리티가 뛰어나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돼 각 영역에서 차량에 대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먼저 스티어링휠 앞쪽 중앙에 위치한 디스플레이는 속도 및 엔진회전수(RPM)를 표시하는 계기판 역할을 하면서 전방 카메라로 차량 전방 상황을 컬러로 볼 수 있으며 나이트비전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전방 카메라를 통해 보는 영상은 상당히 선명하다. 높고 긴 보닛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주차장이나 좁은 도로를 주행할 때 보조기능으로 이용할 수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커브드 디스플레이 중앙 모니터를 통해서는 전방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커브드 디스플레이 중앙 모니터를 통해서는 전방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운전자 기준 왼쪽의 디스플레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및 트립 컴퓨터(연비) 등의 정보를 나타낸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메인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은 내비게이션, 무선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포함해 차량 이용 관련 편의 사양 전체를 조작할 수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로는 공조기를 조작할 수 있는 물리버튼을 가로로 길게 배치해 조작 편의성도 높였다. 1열 좌석 사이에는 기어노브와 차량 조작 버튼 및 다이얼, 세로형 컵홀더 2구, 수납공간 및 USB포트 등이 위치하며, 콘솔박스 앞쪽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를 세로 수납형태로 배치해 공간활용을 극대화했다. 콘솔박스는 냉장·냉동기능을 제공해 음료를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500㎖ 생수병을 가로·세로 가리지 않고 수납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시트는 부드러운 고급 가죽소재를 사용했으며, 1열 열선·통풍 기능을 지원한다. 에스컬레이드 1열 시트 헤드레스트(머리받침) 부분에는 스피커가 설치돼 있으며, 이와 함께 총 36개 스피커를 통해 탑승자에게 보다 풍부하고 선명한 음향을 제공한다.

또 A필러 및 차량 실내 루프 소재는 알칸타라를 적용해 부드러우면서 포근한 느낌이다. 루프는 1열부터 2열 까지 넓은 면적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적용했으며, 널찍한 창문과 함께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실내 공간은 광활하다. 2열 시트가 독립시트로 구성돼 동승자의 편의를 높였다. 2열 바닥은 평평하며 독립시트 중앙을 통로로 비워둔 점은 3열 탑승자 입장에서 개방감이 높지만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실내 공간은 광활하다. 2열 시트가 독립시트로 구성돼 동승자의 편의를 높였다. 2열 바닥은 평평하며 독립시트 중앙을 통로로 비워둔 점은 3열 탑승자 입장에서 개방감이 높지만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제갈민 기자

2열 시트는 1열과 동일하게 독립 시트를 탑재, 가운데는 3열 탑승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공간을 비워뒀다. 바닥도 센터터널이 솟아있지 않아 평평해 편리하다. 2열 수납공간은 도어포켓과 1열 콘솔박스 후방에 팝업식 컵홀더 등이 있다. 콘솔박스 뒷면에는 2열 공조기 및 시트 열선 조작버튼이 배치돼 있다. 1열 운전석 및 동승석 시트 후면에는 독립형 디스플레이가 각각 설치돼 2열 탑승객의 동영상 시청 편의를 높였다.

3열 시트도 활용성이 뛰어나다. 180㎝ 성인이 탑승해 허리와 고개를 편안하게 세우더라도 머리 위로 공간이 남는다. 2열 시트를 상당히 뒤로 밀어뒀음에도 3열 탑승자 무릎이 2열 시트와 닿지 않는다. 약간 불편한 점으로는 3열 시트 허벅지 받침이 높지 않아 3열 탑승자 허벅지가 약간 뜨는 점이다.

다만 이러한 점은 2열 및 3열 시트를 접었을 때 완전 평탄화(풀 플랫)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2·3열 시트를 모두 앞으로 접으면 트렁크 공간부터 2열 공간까지 완전히 평평하게 돼 에어매트 등을 활용한다면 캠핑·차박 등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실내 인테리어에서 아쉬운 점은 ‘유광’ 우드 소재를 사용한 점이다. 나무 소재는 고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유광 우드 소재는 자칫 올드해 보이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5.4m에 육박하는 길이가 압권이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5.4m에 육박하는 길이가 압권이다.  / 제갈민 기자

◇ 6.2ℓ 자연흡기 엔진, 부드럽고 파워풀한 주행감 압권… 주차 불편은 감내해야

시승은 서울 시가지와 서울부터 남양주까지 오가는 강변북로 등을 주행했다.

도심 주행 및 고속 주행 간 출력도 넉넉하다. 1명 이상이 탑승하게 되면 차량 무게는 2.8톤이 넘어섬에도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차량은 저음의 엔진음과 배기음을 뿜어내며 속도를 부드럽게 높인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는 6.2ℓ V8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 출력은 426마력, 최대토크 63.6㎏·m로 2.8톤의 차량을 가볍게 이끌 수 있는 비결로 보인다. 저공해·친환경이 강조되는 현 자동차 업계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엔진이지만 미국차만의 ‘아메리칸 머슬’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다.

고속화도로에서 100㎞/h 내외의 속도로 항속 주행을 할 때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승차감은 물 위를 떠다니는 보트처럼 부드럽다. 전고가 2m에 달하고 앞뒤 바퀴 사이 거리가 3m가 넘는 대형 SUV임에도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량이 상하좌우로 뒤뚱이는 롤링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정도다. 캐딜락 측에서는 도로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감쇠력을 자동 조절해주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기능이 부드러운 주행감을 만들어내는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다만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처음 운행하면 큰 덩치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이로 인해 주행 간 좌우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신경을 집중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일반적인 중형 SUV 대비 피로도가 약간 높게 느껴진다. ‘큰 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적은 운전자들은 운전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역시 차량이 익숙해진다면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국내 주차장 기준을 초과하는 크기를 자랑해 약간의 불편은 차주가 감내해야 한다. / 제갈민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국내 주차장 기준을 초과하는 크기를 자랑해 약간의 불편은 차주가 감내해야 한다. / 제갈민 기자

주행 간 아쉬운 점은 차량 무게가 2.8톤에 육박하는 만큼 정차 후 재출발 시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으면 초반 가속은 조금 더딘 점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해결할 수 있지만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큰 덩치로 인해 불편해 불편한 점도 있다. 국내 주차장 환경이 대중적인 차량들을 위주로 설계되는 만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비롯한 풀사이즈 SUV에게는 상당히 협소하다. 주차 공간 후방에 설치된 스토퍼까지 뒷바퀴를 붙여 차량을 딱 맞게 세우더라도 주차 라인 앞쪽으로 보닛이 길게 돌출되는 점은 어쩔 수 없다. 또 주차 공간 좌우 면적도 좁은데 에스컬레이드의 널찍한 도어로 인해 옆 자리에 다른 차량이 있는 경우 승하차가 다소 불편하다.

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에서 지하1∼2층에 주차 공간이 일부 존재하더라도 차량들이 적은 지하 4∼5층까지 내려가 주차를 하는 번거로움도 존재한다. 국내 주차 공간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러한 불편을 감내해야만 차량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대로 큰 차의 특성상 편리한 이점도 있다. 시트포지션이 높아 도로 전방 상황을 미리 인지해 대응할 수 있다.

약 167㎞를 주행하는 동안 평균 연비는 5㎞/ℓ로 집계됐다. 고속화도로에서 항속 주행을 할 때면 최고 연비가 8∼9㎞/ℓ 이상을 기록할 수도 있다. 다만 정체가 심한 도심지 주행에서는 대배기량 엔진, 2.8톤에 달하는 차량 특성상 연료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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