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사위크 사무실에서 만난 김일준(사진) 스마트씨코리아 대표는 미래 바다 먹거리를 위해 생산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최근 시사위크 사무실에서 만난 김일준(사진) 스마트씨코리아 대표는 미래 바다 먹거리를 위해 생산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김은주 기자  “이제는 바다가 키워주길 기대할 수 없는 시대다. 우리의 미래 바다 먹거리를 위해 생산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한 스타트업이 바다가 아닌, 육상에서 김 양식에 성공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양식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곱창김을 도심에서 재배하는 쾌거도 이뤘다. ‘스마트씨코리아(대표 김일준)’가 그 주인공이다. 회사 측은 사계절 양식이 가능해진 만큼 단순한 김 생산에서 나아가, 김의 기능성 물질을 활용한 해양바이오산업으로까지 확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 ‘슈퍼푸드’ 김, 바다 아닌 서울 시내에서 생산하다

“바닷물의 염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소금을 뿌릴 순 없다. 높아진 바닷물의 온도를 얼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품질이 개선된 (김 세척제 등) 약품과, 어업인 개인의 경험에 의존하기엔 자연의 변화를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최근 시사위크 사무실에서 만난 김일준 스마트씨코리아 대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통방식의 김 양식으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도 수월치 않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저 ‘먹거리’ 차원의 지적만은 아니다. 지속성장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의 접근이다.

김일준 대표는 통제 불가능한 바다보다는, 첨단기술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제어할 수 있는 육상형 스마트양식이 국내 김 양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봤다. / 사진=김경희 기자 
김일준 대표는 통제 불가능한 바다보다는, 첨단기술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제어할 수 있는 육상형 스마트양식이 국내 김 양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봤다. / 사진=김경희 기자 

실제 ‘김’은 K-푸드의 대표 품목이다. 우리나라 수산물 중 수출액 1위를 차지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10년 1억1,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김 수출액은 2021년 6억9,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한때 ‘바다의 잡초’ ‘검은 종이’라 불리며 해외에서 무시를 받았던 김은 저칼로리 건강스낵으로 인기를 끌며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11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김 생산량과 품질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김엽체가 누렇게 변하는 ‘황백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김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해마다 가뭄과 태풍, 높은 해수온도 등의 영향으로 적잖은 양식장이 피해를 입고 있다.

김일준 대표가 육상에서 김을 재배하는 방식에 도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통제 불가능한 바다보다는, 첨단기술을 통해 다양한 변수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양식이 국내 김 양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봤다.

◇ 생산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 ‘김 양식 거치대’

생산방식에 대한 발상의 전환은 ‘김 양식 거치대(이하 거치대)’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바다에 그물을 넓게 펼쳐 재배하던 것을 육지에서 수직 형태의 거치대를 세워 김을 양식하는 방식이다. 육지형 김 양식장으로, 스마트팜에 이은 ‘스마트 김 양식’ 시스템인 셈이다.

거치대는 가로·세로 각각 4m, 높이 5m 사이즈로, 40m 길이의 해태망과 함께 조립된다. 이를 사각 프레임 안에 넣고 외부 오염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 한 뒤 △해수를 담아 정화하는 수조 △해수를 이동하는 순환기 △바다의 수온을 적정온도로 냉각시키는 냉각기 등과 연결해 김 생장에 필요한 해수 및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염도·수온·기온·양분은 첨단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일정하게 조절·관리함으로써 최적의 생육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김 대표는 거치대 양식법으로 서울 시내에서 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양식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곱창김을 재배하는 쾌거도 이뤘다. 곱창김은 10월 말과 11월 사이에 잠시 났다가 추워지면 더는 생산이 안 된다. 그러나 김 양식 거치대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넉 달 이상 키워냈다.

스마트씨코리아의 ‘김 양식 거치대’는 수조-순환기-거치대-냉각기 등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김 생장에 필요한 해수 및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재배 면적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생산량이나 품질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 스마트씨코리아 
스마트씨코리아의 ‘김 양식 거치대’는 수조-순환기-거치대-냉각기 등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김 생장에 필요한 해수 및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재배 면적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생산량이나 품질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 스마트씨코리아 
스마트씨코리아는 거치대 양식법으로 서울 시내에서 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양식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곱창김을 재배하는 쾌거도 이뤘다. 사진은 거치대에서 김이 자라고 있는 모습. / 스마트씨코리아 
스마트씨코리아는 거치대 양식법으로 서울 시내에서 김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양식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곱창김을 재배하는 쾌거도 이뤘다. 사진은 거치대에서 김이 자라고 있는 모습. / 스마트씨코리아 

그는 “김 양식 거치대가 기존 김 양식산업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도구가 됐다”고 했다. 일단 재배 면적의 한계를 극복했다. 3,000평(9,917.355㎡) 면적의 바다 양식장을 지상 5평(16.529㎡) 규모로 옮겨올 수 있게 됐다. 태풍이나 가뭄 등 기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생산량이나 품질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김 세척제로 쓰이는 활성처리제(산류)나 김발을 띄우기 위한 스티로폼 부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해양오염 문제도 해결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도심에서의 김 양식은 세계 최초다. 양식과 일반 유통에 정체돼 있는 김 산업 자체가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양식 거치대는 특허 등록된 상태다. 특허청은 “장소 제약없이 많은 양의 김을 수확할 수 있으며, 건강한 김을 키우기 위해 바닷물을 친환경적으로 살균하고 깨끗히 필터링해서 다시 바다에 내보내기 때문에 바다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했다.

김일준 대표는 “친환경 육상 김 양식은 5개월 정도만 생산이 가능한 바다 양식장과 달리 연중 내내 양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 산업 자체를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김일준 대표는 “친환경 육상 김 양식은 5개월 정도만 생산이 가능한 바다 양식장과 달리 연중 내내 양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김 산업 자체를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진=김경희 기자 

◇ 가공식품·화장품·바이오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

특히 5개월 정도만 생산이 가능한 바다 양식장과 달리 사계절 내내 양식할 수 있다는 점은 다양한 산업으로의 발전을 기대케 하는 대목이라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김 생산에서 나아가, 김의 기능성 물질을 활용한 화장품 개발이나 바이오 분야까지 확장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 전라남도보건환경연구원의 ‘김 품종별 영양성분 및 기능성물질 연구’에 따르면 김에는 아미노산과 철, 칼슘, 미네랄 등 유용한 영양성분과 기능성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잇바디돌김(곱창김)에는 산화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노린(Shinorine)과 포피라-334(Porpyra-334)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가야 할 길이 멀다. “김은 바다에서 키워야 한다”는 어업인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육상 김 양식 사업을 모방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특허기술을 도용·사칭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육지 김 양식에 대한 허가 기준 자체가 없어 매번 논문 수준의 PT자료를 준비해 관계기관이나 지자체 담당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최근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친환경 스마트양식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김 수출 10억 달러를 목표로 종자 개발부터 생산, 가공 등 국내 김 산업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어떤 사업이든 자연을 거스르고 성공할 수 없다. 당장의 이익만을 좇다가 결국엔 재앙이 돼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현재 몸으로 겪고 있다. 바다가 다치지 않게 지키면서, 함께 가야 한다. 이제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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