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트로트 가수 안지완. / 사진=김경희 기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트로트 가수 안지완. / 사진=김경희 기자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트로트 그룹 전국구로 활동하다 힘든 시간을 겪고 다시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된 트로트가수 안지완입니다.”

2015년 트로트 아이돌 그룹 전국구 메인보컬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무대에 서고 중국에서 콘서트도 열었지만, 소속사로부터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팀까지 해체됐다. 

사람에 대한 불신과 상처만 쌓여갔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지만, ‘노래’가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꿈’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트로트가수 안지완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9월 첫 솔로앨범 ‘여우 같은 여자’ 발매를 시작으로, KBS ‘아침마당’ 도전꿈의무대 우승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안지완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힘들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더 다채롭게 펼쳐질 그의 앞날을 예고했다. 

-트로트 그룹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할머니가 판소리 인간문화재라 어릴 때부터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고, 중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목포가 고향인데, 서울에 올라와서 예대에 진학을 하고 발라드 가수를 해보려고 시도했는데 기획되다가 엎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서울에 오면 다 잘 될 것 같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더라.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너무 아쉬운 거다. 그래서 뭘 해볼까 하다가 운 좋게 서울패션위크에 서게 되면서 패션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그런데 톱모델이 아니면 일할 수 있는 무대가 너무 적더라. 당시 모델로 활동하던 친구들과 고민도 나누고 트로트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는데 ‘트로트 그룹 같은 거 해볼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기획력 좋은 친구가 다음날 트로트 기획사에 전화를 돌렸다. 그렇게 한 달 만에 앨범이 나왔고 중국에 가게 됐고 그때부터 시작을 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룹 활동 시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어떻게 견뎌냈나. 

“전국구로 활동하면서 방송도 하고 행사도 했고, 중국에서 콘서트도 하고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나쁜 형들을 많이 만나면서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5년 반 정도 힘들게 활동을 했다. 생활고도 겪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는 거다. 마음가짐이나 내면이 단단하게 채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진짜 힘들고 무시를 당하고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이 일이 너무 좋으면 그게 꿈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프고 힘들어도 좋더라. 이 일이.”

안지완이 트로트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 사진=김경희 기자
안지완이 트로트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 사진=김경희 기자

-발라드에서 트로트로 장르를 바꾼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가 꿈은 아니었다. 대학교 교수님이 트로트를 하라고 하셨는데, 당시만 해도 발라드 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은, 차선책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듣던 판소리, 한의 정서가 박혀있어서 그런지 트로트가 내가 갖고 있는 정서와 잘 어울리더라. 그러면서 어느새 어떤 노래를 불러도 트로트화가 됐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힘든 시간을 지나 솔로 가수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같은 마음을 품고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또 이용당할 것 같아 두렵고 막연했다. 그러다 지금의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다. 한 마디를 나눠도 본심이나 진심을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데, 내 입장에서 배려하고 고민해 주는 분이었다. 지금은 나보다 내 인생을 더 걱정해 주는 분이다. 그런 부분이 감동스럽고 힘이 많이 된다.” 

-지난해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감회가 새로웠겠다.  

“전국구 그만두고 너무 힘들었다. 돈이라도 벌면 행복할까 싶어서 미친 듯이 일만 했는데, 돈을 꽤 벌었는데도 삶의 갈급함이 안 채워지더라. 아무리 좋은 걸 먹고 좋은 곳에서 자도 채워지지 않았다. 딴따라는 딴따라구나 싶더라.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지금 대표님을 만났고 대표님을 만나게 해준 형이 선물로 준 곡이다. 음원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노래가 나오는 걸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 이제 노래할 수 있구나, 행복했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도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변화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조바심도 생길 것 같은데.   

“우선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다. 전국구로 활동했을 때는 젊은 가수들이 거의 없었다. 어디에 가든 되게 의아해했다. 그때는 연습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연습은 행사장에 가서 하는 거라면서 준비가 안 된 상태로 무대에 섰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트로트에 사활을 건,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만났더라면 더 준비된 상태로 더 좋은 타이밍을 맞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의 듣는 귀도 달라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시청자들이 전문가다. 그러면서 트로트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그 기준도 높아져서 점점 고급화되고 있는 것 같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안지완. / 사진=김경희 기자​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안지완. / 사진=김경희 기자​

-그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안지완만의 강점,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구로 활동을 했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돼있었고. 경험만 쌓인 상태라 내 안의 부족한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연습과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지금은 강점을 키우고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꼽자면 ‘슴슴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밋밋하게 느껴져서 고민이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잔잔해서 좋다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것도 강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편인데, 그런 성격이 노래에도 묻어나는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롤모델을 꼽자면. 

“신유 선배다. 트로트계의 아이돌. 트로트 하면 빠르고 신나는 곡들이 떠오르는데, 나에게는 그런 장르가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러다 신유 선배를 봤는데 점잖게 노래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더라. 인기도 정말 많다. 신유 형처럼 저렇게 노래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대표님에게 감사한 게 기획사는 행사로 돈을 벌어야 하니 춤추고 신나는 노래를 하라고 하는데, 신유 선배처럼 점잖게 노래하는 게 나와 맞다고 해주셨다. 물론 금전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나의 캐릭터나 색깔을 없애면서까지 강요하는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유 선배도 버티라고 버텨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본인도 처음에는 쉽지 않으셨다고 하더라. 결국엔 그 색깔대로 성공하셨잖나.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실컷 노래하면서 살고 싶다. 팬클럽도 생겼으면 좋겠다. 단 몇 명이라도 나의 음악을 기억해 주고 좋아해 준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잖나.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 다양한 방송활동도 해보고 싶다. 많은 분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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