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철 혼잡 관리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지하철 중 가장 혼잡도가 높은 9호선에 대해선 내년부터 신규 전동차 8편성 추가를 예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30일 오전 8시 20분 9호선 여의도역. 승객들이 중앙보훈병원행 급행 열차에 타승하고 있다. / 이미정 기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철 혼잡 관리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지하철 중 가장 혼잡도가 높은 9호선에 대해선 내년부터 신규 전동차 8편성 추가를 예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30일 오전 8시 20분 9호선 여의도역. 승객들이 중앙보훈병원행 급행 열차에 타승하고 있다. / 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수도권 전철의 출근길 혼잡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 사태를 계기로 전철 내 혼잡은 단순히 출퇴근길에 겪는 불편한 일로만 여겨지지 않게 됐다.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철 혼잡 관리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엔 일부 혼잡 노선의 운행을 늘리고 안전요원 배치를 확대하는 등 대책도 발표했다. 특히 서울 지하철 중 가장 혼잡도가 높다고 알려진 9호선에 대해선 내년부터 신규 전동차 8편성 추가를 예고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황금노선의 그림자… 9호선 급행 혼잡도 극강 

30일 오전 8시 10분 무렵, 가양역 승강장에서 중앙보훈병원행 9호선 급행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 이미정 기자
30일 오전 8시 10분 무렵, 가양역 승강장에서 중앙보훈병원행 9호선 급행열차를 기다리는 승객들. / 이미정 기자

30일 오전 8시 10분 무렵, 중앙보훈병원행 9호선 급행열차가 가양역에 도착했다. 이미 열차 안은 승객들로 빽빽했다.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하는 열차를 겨우 탑승한 지 얼마지 않아, 다음 급행 정거장인 염창역에 정차했다.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한 객차 안에 승객들이 밀려들었다. 이내 출입구 부근 승객들은 손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안전요원이 “뒤로 물러나 주세요” “밀지 마세요”라고 소리쳤지만 승객들이 객차 안에 밀려왔고 이에 따른 압력이 몸에 전달됐다. 이후 당산역을 거쳐 여의도역에서 하차할 때까지 객차 내 극심한 혼잡 상태는 이어졌다. 두 손을 가슴께로 모은 채 인파에 따른 압박을 견디는 승객들이 다수 보였다.

노량진역을 향하는 객차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많은 승객들이 객차 안 좁은 공간에 몸을 겨우 구겨 넣었다. 허탈한 표정으로 탑승을 포기한 승객도 다수 눈에 띄었다. 

9호선은 서울시 강서구와 강동구 부근을 동서로 잇는 노선이다. 2009년 1단계 개화~신논현, 2015년 2단계 신논현~종합운동장, 2018년 3단계 종합운동장~중앙보훈병원 구간이 순차 개통해 현재에 이르렀다. 도시철도 최초로 도심 구간 급행열차를 운영해 강서와 강동의 이동거리를 대폭 단축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9호선은 서울 핵심 업무 지구인 여의도와 강남권을 지나 이른바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9호선은 불편한 별칭도 갖고 있다. 바로 ‘지옥철’이라는 오명이다. 기자 역시 출퇴근 무렵 9호선 급행을 이용할 때면 객차 내 혼잡으로 불편을 겪곤 한다. 

9호선은 4량으로 설계돼 개통 초기부터 혼잡도가 높았다. 타 서울 노선에 비해 배차 간격이 길고 전동차 칸수가 적은 가운데 급행열차에 승객이 집중되면서 혼잡도가 극심해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9호선 일부 구간 혼잡도는 200%를 크게 상회했다. 

서울 지하철은 전동차 한 칸(60.84㎡)의 정원을 160명으로 보고 혼잡도를 계산한다. 한 칸에 160명이 타면 100%다. 혼잡도 200%는 정원에 두 배가 넘는 320명이 전동차 한 칸에 탑승했다는 얘기다. 발 디딜 틈 없이 승객이 들어차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극도로 혼잡한 상태를 뜻한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9호선 일부 구간(염창역→당산역)의 혼잡도는 2011년부터 200%를 상회하다가 2014년엔 236%까지 치솟으며 악명을 떨쳤다. 이후 염창역→당산역 구간 혼잡도는 △2015년 234% △2016년 196% △2017년 208% 순으로 나타났다. 이후엔 △2018년 당산→여의도 175% △2019년 여의도→노량진 169% △2020년 노량진→동작 179% △2021년 노량진→동작 185% 순으로 높은 혼잡도를 보였다. 2017년 말부터 6량 급행열차를 투입되면서 혼잡도가 이전보다는 개선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 평균 혼잡도 150% 상회… 안전사고 위험성 부상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9호선 급행여차 혼잡도(지하철 한 칸 정원 160명 기준)는 평균 155.6%에 달했다. 승객이 몰리는 일부 구간의 혼잡도는 이 같은 평균치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연구원은 2016년 열차 차량 내에 실제 입석 형태를 참고해 혼잡도별 차량 내부 상태표를 재구성했다. . / 서울연구원  ‘서울시 지하철 혼잡비용 산정과 정책 활용’ 보고서 내 도표. / 서울연구원
서울연구원은 2016년 열차 차량 내에 실제 입석 형태를 참고해 혼잡도별 차량 내부 상태표를 재구성했다. / 서울연구원  ‘서울시 지하철 혼잡비용 산정과 정책 활용’ 보고서 내 도표. / 서울연구원

통상 혼잡도가 150%를 넘어서면 승객들은 이동하기 불편한 정도로 혼잡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서울시 지하철 혼잡비용 산정과 정책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혼잡도 150% 시, 출입문 주변이 혼잡하고 서로 어깨가 밀착된다. 175% 경우엔 출입문 주변이 매우 혼잡하고 서로 밀착돼 팔을 들 수 없다. 200% 달할 시엔 몸과 얼굴이 밀착되고 숨이 막히며, 서 있는 사람들이 심하게 밀려 발이 밟힐 수 있다. 서울연구원은 차량 내에 실제 입석 형태를 참고해 이러한 혼잡도별 차량 내부 상태표를 재구성한 바 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혼잡도가 극심한 수도권 전철 노선에 대한 혼잡 관리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8일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혼잡위험 상시 모니터링·관리 기술기준 강화 △안전인력 배치 등 위기대응체계 구축 △환승체계 개편 및 역사시설 개선으로 인파 관리 △혼잡시간대 열차 증회·증차를 통한 수송능력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안전관리 요원이 대거 확대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이후 철도운영기관 직원 등 320명의 인력을 긴급 투입해 역사 안전관리를 해왔다. 올해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지하철 275개 역사에 최대 855명의 현장 안전인력을 새로 배치한다. 또 올해 연말까지 출근시간 안전도우미 190명, 퇴근 및 취약시간대 안전도우미 630명을 운영할 예정이다. 민자철도 구간인 9호선과 우이신설신림선 경전철 구간에도 환승역 등 혼잡역사에 총 35명을 배치한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혼잡도가 높은 노선부터 열차 증회 및 증차를 추진키로 했다. 우선 내달 3일부터 지하철 2, 3, 5호선의 운행을 오전 2회, 오후 2회 총 4회씩 증회한다. 9호선의 경우, 내년 초부터 신규 전동차 48칸 차량(8편성×6칸)을 확대한다.   

내년 초부터 9호선의 경우, 신규 전동차 48칸 차량(8편성×6칸)을 확대 편성된다. / 이미정 기자
내년 초부터 9호선의 경우, 신규 전동차 48칸 차량(8편성×6칸)을 확대 편성된다. / 이미정 기자

현재 9호선은 6칸 차량, 45편성으로 총 270칸이 운영되고 있다. 건설단계 당시 공항철도와의 연결을 고려해 8칸으로 설계됐지만 지하철 운행 핵심인 신호, 설비 등을 이유로 6칸 차량으로 운행 중이다. 서울시는 열차 증편으로 9호선 급행열차 평균 혼잡도가 150%에서 120%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8편성 확대에도 혼잡관리 숙제… 대곡~소사선 개통으로 승객 추가 유입↑

다만 일부 차량 증편에도 혼잡도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내년엔 대곡~소사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 대곡소사선은 서해선 종점인 소사역에서 출발해 김포공항과 한강 하저를 거쳐 고양(대곡역)까지 연장되는 노선이다. 해당 노선엔 5호선·9호선 구간인 김포공항역이 포함됐다. 

이에 대곡~소사선 개통 시, 마곡, 여의도와 강남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출근하는 시흥, 부천, 고양시 거주 승객들이 김포공항역 9호선 급행 노선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김포공항역은 김포골드선과 공항철도선을 통해 유입되는 환승 승객이 많은 역사다. 또 다른 전철 노선과의 연계가 더해질 시, 9호선 급행 노선의 혼잡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여기에 9호선의 경우, 장기적으론 추가 연장이 계획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중앙보훈병원∼고덕강일1지구(4.1㎞) 구간에 대한 4단계 연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승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여러 노선하고 만나게 되면 혼잡도가 올라갈 수는 있다”며 “열차 편성을 (대폭) 확대하면 좋겠으나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를 위해선 예산 편성이 수반돼야 하고, 열차를 제작하는 기간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 외엔 열차 이용객이 적은 상황이라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승객들이 안전사고와 열차 이용 쾌적도를 점차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인 만큼 장기적으론 편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물론 열차 칸 수 자체를 8칸으로 확대하면 보다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단기간에 이뤄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8칸 확대가 2032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8칸 운영보다는 6칸 열차를 빠르게 증편하는 방안을 택했다. 열차 도입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과연 9호선이 숨통을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서울시 지하철 혼잡비용 산정과 정책 활용(김승준 연구원)
2016.03.07  서울연구원
2021년 철도통계연보
  국토교통부 철도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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