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양곡관리법 재의 요구를 의결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양곡관리법 재의 요구를 의결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3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양곡관리법 재의 요구(거부권)를 의결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수급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아 이목이 집중된다.

◇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이 뭐길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7kg까지 줄어들었다. 지속적으로 쌀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매년 쌀이 과잉공급 돼 쌀값 폭락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본래 양곡관리법에서는 초과생산량이 당해 생산량 3% 이상이 예상되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기준으로 매입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최종적으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시장격리가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시장격리 의무화를 통한 효과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분분했다.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수확기 쌀 수급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될 수 있으므로 벼 재배농가의 소득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생산 증가 유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시장격리나 소비량 증대 등 한 가지 방법만 볼 것이 아니라 소비량을 증가시키면서 동시에 생산량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농식품부, “올해 수확기 쌀값 20만원 수준으로”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6일 민‧당‧정 간담회에서 ‘쌀 수급안정, 직불제 확대 및 농업‧농촌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수확기 쌀값을 80kg당 20만원 수준(지난해 수확기 산지 쌀값 18만7,268원/80kg)이 되도록 수급안정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쌀값 하락이 우려될 경우 빠른 시기에 시장격리 등 수확기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우선 △전략작물직불제 △농지은행사업 △지자체 자율감축 등 벼 재배면적을 감축해 적정 생산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반 밥쌀용 벼처럼 재배할 수 있지만 밀을 대신할 수 있는 가루쌀 생산을 대폭 확대(2023년 2,000ha → 2024sus 1만ha이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쌀 소비 확대를 위해 가루쌀을 활용한 식품 개발 등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고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사업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농가 소득‧경영 안정을 위해 내년도 농업직불금 예산을 3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5조원 수준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공익형 직불은 중소농 중심으로 소득보전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2025~2029)하고 농가별‧품목별 실제 수입‧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이를 완화해주는 경영안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고령농 은퇴 후 청년에게 농지를 이양할 때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경영이양직불제는 올해 안에 개편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농업분야의 탄소저감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탄소중립직불제 시범사업도 착수한다. 

이외에도 농식품부는 농업인 경영안정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외국인 인력 공급 확대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설립 △스마트농산물산지유통센터 구축 통한 유통비용 감축 등을 제시했다.

◇ ‘거부권’ 부정적 의견 48%… ‘양곡법 개정안’ 실효성 있나 비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의 대안을 내놓았지만 여론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한국갤럽은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시각을 물었다. 조사결과 ‘좋게 본다’는 의견이 33%, ‘좋지 않게 본다’가 48%, ‘의견 유보’가 20%로 나타났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쌀값 안정과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60%로 나타난 가운데 쌀 공급 과잉과 정부 재정 부담이 늘어 반대한다는 응답은 28%였다. 의견 유보는 12%로 집계됐다.

농식품부가 내놓은 대책이 지금까지 해오던 정책을 정리해서 발표한 것일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가 합의를 위해 내놓은 중재안이 초기 개정안보다 시장격리요건이 완화되면서 본래 취지가 손상됐다는 지적이다.

쌀 수급안정은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전체 45.8% 수준이다. 그중 밀은 0.8%의 매우 낮은 수준이며 쌀은 구조적 과잉 공급문제를 겪고 있다. 쌀값 안정화를 통해 농가의 수익을 보장하고 국내 식량자급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 그 과정에 대한 고민은 아직 정부의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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