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엠시스템즈의 협력사 기술유용행위를 적발하고 제재를 내렸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엠시스템즈의 협력사 기술유용행위를 적발하고 제재를 내렸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미래로그룹 계열사 현대엠시스템즈가 중소협력사의 기술을 유용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사안의 특성상 피해가 중대한 반면 적발이 까다롭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던 정몽일 현대미래로그룹 회장이 또 한 번 씁쓸한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 협력사 기술자료로 자체 생산… 이후 계약 해지

공정위는 지난 10일 현대엠시스템즈의 기술유용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1억원의 과징금, 법인 및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엠시스템즈는 2014년부터 A협력사로부터 중장비용 카메라를 납품받아 고객사에 공급해왔다. 그러다 2017년부터 자체 개발한 카메라로 이를 대체하며 A협력사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문제는 카메라 자체 개발 및 이후 유지보수 과정에서 A협력사의 기술자료를 사용하는 등 기술유용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현대엠시스템즈는 2015년 6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자사 카메라 개발 및 유지보수 과정에서 카메라 도면, 회로도 등 A협력사의 기술자료를 당초 제공된 목적 외로 부당하게 사용했다”며 “특히 자사 카메라 개발 과정에서 A협력사 기술자료를 B협력사 등 타 사업자들에게 송부하고, 이를 토대로 견적 의뢰와 샘플 작업, 개발 회의 등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A협력사와의 거래가 중단된 이후에도 자사 카메라의 유지보수를 위해 A사 기술자료를 사용하는 등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엠시스템즈 측은 A협력사 카메라와 자체 생산 카메라는 광학적 특성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기술 유용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공정위는 A협력사 제품을 대체할 목적이었던 점에서 A협력사 이익에 반해 기술자료가 사용됐고, 그 과정에서 기술자료 사용에 대한 사전 협의나 대가 지급이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A협력사의 납품이 중단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하도급법은 거래상 열위에 있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에 반해 당초 제공된 목적 외로 기술자료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며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동일하게 적용하지 않고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기술자료를 활용해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 또한 기술유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위는 현대엠시스템즈가 A협력사에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한 점, 정당한 사유로 기술자료를 요구할 때에도 기술자료 요구목적,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권리귀속 관계 등을 정한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해서도 위법 판단을 내렸다.

현대엠시스템즈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협력사의 피해는 중대한 데 반해 적발은 까다로운 사안과 관련해 경종을 울리고 명확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현대엠시스템즈를 계열사로 둔 현대미래로그룹의 정몽일 회장은 또 한 번 씁쓸한 발자국을 남기게 됐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8남이지만 다른 형제들에 비해 존재감이 다소 떨어지는 정몽일 회장은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온 인물이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현대울산종합금융은 IMF 시절 동양종합금융에 합병됐고,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금융계열사 부문을 맡아왔으나 조선업계에 위기가 드리운 2015년 계열사 재편 과정에서 물러났다. 이후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인수하며 현대미래로그룹을 설립했는데, 여기엔 범현대가의 도움이 컸다.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장남인 정현선 전 현대기술투자 상무가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이후 재판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은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적발된 현대엠시스템즈의 협력사 기술유용은 시기적으로 현대미래로그룹 설립과 겹친다. 현대미래로그룹은 설립 직후인 2017년 현대엠시스템즈의 전신인 메타스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해 사명을 현대엠시스템즈로 변경한 바 있다. 그런데 현대엠시스템즈가 A협력사의 기술을 유용해 자체 개발한 카메라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끝내 A협력사와의 거래를 종료한 것은 그 직후다.

한편, 공정위 측은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기술유용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업계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정·보급, 중소기업 대상 교육·상담 등 법 위반행위 예방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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