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6원 내린 1332.2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 뉴시스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6원 내린 1332.2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 고점을 갱신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5일엔 소폭 내림세로 장을 마쳤지만 장중 한때 1,337.2원까지 오르는 등 상승 흐름도 나타났다.  

◇ 1330원대 선까지 오른 환율

2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6원 내린 1,332.2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내린 1,331.5원에 개장했다. 이후 1,330원 부근에서 움직이다 장중 한때 1,337.2원까지 오르며 전날 세운 장중 연고점(1,337.1원)을 갱신했다.

원·달러 환율(종가기준)은 지난해 하반기 1,300~1,40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점차 하락세를 보여 2월 초엔 1,220원대 선까지 내려갔던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두 달간 다시 상승세로 전환돼 1,330원대 초중반대 선까지 오르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24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334.8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달러 약세 흐름 속에서 나타나 이목을 끌고 있는 모습이다. 통상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국내 원화 가치는 상승세를 보인다. 반면 최근 흐름은 달러와 원화 모두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원화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 △경기지표 호조에 기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긴축 장기화 경계감 확대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통화의 약세 흐름 △국내 무역적자 지속 등이 거론된다. 

오현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간 외환스왑 거래 합의 등 당국의 환율 관리에도 불구, 위안화 약세 흐름 속에 무역적자 지속과 외국인 배당 역송금 수요 등으로 수급여건이 악화되며 1,300원을 상회하는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그는 환율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갈등 부각 등에 따른 위안화 약세에 동조되며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또 “예상을 상회한 영국 물가와 미국 실물지표 호조에 따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시장 내에선 추가적인 긴축 경계감이 부상한 상태다. 여전히 주요국의 물가가 높은데다 미국의 실물경기가 크게 나빠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추가 긴축 정책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과 금리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시장 내 불안요인을 키웠다는 게 오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달 국내 기준금리를 3.5%로 2회 연속 동결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역대 최대폭인 1.5%p(퍼센트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이달 추가 인상을 단행할 시 금리차는 1.75%p로 확대될 수 있다.

오 연구위원은 “은행발 국제 금융 불안은 완화됐으나,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긴축 경계감이 재부각 될 경우 달러화가 강세 전환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최근 연준 일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은 아직 높고 고용여건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시장 예상보다 오랜 기간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음을 언급했고 유로존과 영국의 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내적으로는 당국 경계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미국 부채한도 협상 리스크와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긴축 중단 가능성 등이 상단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과 국민연금간 외환스왑 거래 합의 등 당국의 환율 관리 대책에도 변동 흐름을 보였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공단과 올해 말까지 350억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와프 거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체결한 양 기관의 100억 달러 한도 외환 스왑 거래 기한이 지난해 말로 만료됨에 따라 스왑 거래 한도를 신규로 설정하기로 한 것이다. 

·달러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 고점을 갱신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달러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연 고점을 갱신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 “보다 적극적인 환율 관리 대책 필요해”

외환스왑은 거래의 양 당사자가 현재의 계약환율에 따라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최초 계약 시점에서 정한 선물환율에 따라 원금을 다시 교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양 기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환스왑 거래를 통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 관리 대책 발표에도 최근 일주일 간 환율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 관련 논의가 있을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나왔지만 이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스와프가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 통화스와프가 급하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현재 채권국으로, (통화스와프가) 현재 우리에게 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가 계속 이런 얘기를 하면 밖에서 볼 때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점을 강조하면서 “어느 정도 무역수지 적자나 변화가 있어도 예전처럼 스스로 불안해 할 필요가 없고 충분히 대처 가능한 방안이 있다”며 “큰폭의 변동성에 언제든지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300원이 넘는 환율은 (이전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현재 외환 시장은 불안한 상황이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이어 수출 약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경제의 반등 흐름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국내 수출이 언제쯤 회복세를 보일지도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성 교수는 “현재의 환율 추세가 이어지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며 통화당국이 외환시장 안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금리 역전 문제 역시 보다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외환: 긴축 경계감 재부각에 유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원달러 환율 추이
  서울외국환중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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