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골드라인에서 극심한 혼잡으로 인명피해 위험이 커지자 정부 당국과 지자체, 정치권에서 뒤늦게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 뉴시스
김포골드라인에서 극심한 혼잡으로 인명피해 위험이 커지자 정부 당국과 지자체, 정치권에서 뒤늦게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포골병라인’.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혼잡도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한 무인 경전철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에 붙은 별칭이다. 최근 김포골드라인에서 극심한 혼잡으로 실신사고가 잇따라 인명피해 위험이 커지자 정부 당국과 지자체, 정치권에서 뒤늦게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김포골드라인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제약 탓에,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혼잡도 극강을 자랑하는 김포골드라인

2019년 9월 28일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은 경기도 김포시와 서울특별시 강서구를 잇는 경전철 노선이다. 김포 한강신도시 끝 쪽에 위치한 양촌역에서 서울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7㎞ 구간을 운영한다. 48번 국도인 김포대로 교통체증 완화와 한강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개통했다. 

이전까지 김포시와 서울시를 잇는 대중교통 수단은 버스밖에 없었다. 김포골드라인이 개통하면서 김포시 주민들은 출퇴근길 교통 불편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오래지 않아 무너졌다. 당초 예측했던 수요보다 많은 승객이 몰리면서 출퇴근길 김포골드라인은 극강의 혼잡도를 자랑했다.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김포골드라인 일부 구간(고촌역~김포공항역) 혼잡도 241%에 달했다. 2020년 혼잡도가 285%까지 치솟았던 점과 비교하면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극심한 혼잡도를 보였다. 

혼잡도는 객차의 혼잡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동차 한 칸에 승차인원이 정원이 모두 탔을 때는 100%로 표기된다. 김포골드라인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은 172명이다. 혼잡도 200%는 정원의 두 배가 넘는 인원(344명)이 탑승했다는 얘기다. 혼잡도가 241%에 달하는 것은 415명이 한 칸에 탑승했다는 뜻이다. 

혼잡도는 크게 △보통(130%) △주의(130~150%) △혼잡(150~170%) △심각(170%) 등으로 구분된다. 통상 150% 이상만 되도 승객은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지하철의 혼잡 비용 산정과 정책적 활용 방안’(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175%의 경우엔 서 있는 승객들은 서로 밀착돼 팔을 들 수 없고, 200% 달할 시엔 몸과 얼굴이 밀착되고 숨이 막힌다.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데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김포골드라인이 2량짜리 ‘꼬마전철’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김포한강신도시 조성에 따른 인구증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경전철로 만들어진 것이 패착이 됐다.

김포 도시철도 건설 계획은 시가 1997년 총연장 10㎞ 규모의 경전철을 추진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여러 차례 계획 변경을 거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도 5호선 연장과 9호선 연장 등의 추진도 논의됐지만 사업 타당성 문제로 논의가 무산됐다. 

결국 시는 2010년 무렵 경전철로 추진 계획을 변경했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지원 없이 경전철을 만드는 김포골드라인 계획이 확정됐다. 김포골드라인 총사업비 1조5,000억원은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 분담금 1조2,000억원과 김포시 예산 3,000억원으로 마련됐다. 

김포골드라인은 2량짜리 경전철로 설계된 구조적 한계를 품고 있다. / 뉴시스
김포골드라인은 2량짜리 경전철로 설계된 구조적 한계를 품고 있다. / 뉴시스

사업 추진 단계에선 예산 부담 이유로 당초 구상한 4량이 2량짜리로 변경되고, 승강장도 3량 규모에서 2량 규모로 축소됐다. 김포골드라인은 설계상 구조적 한계 탓에 열차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어렵다. 열차를 증편하는 것 외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안전사고 위험이 부상하자 지자체와 국토교통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개선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18일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연내 시행 목표로 전세버스 투입 △수요응답버스(DRT) 조기 투입 △승차 인원 제한 △버스전용차로 연장 등을 발표했다. 경기도와 김포시는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를 긴급재해대책으로 지정해 전세버스와 수요응답형버스(DRT)를 투입키로 했다. 

◇ 뒤늦게 대책 쏟아낸 지자체…  근본적 대책 한계 

이에 따라 24일부터 김포골드라인 대체 노선인 70번 버스 노선에 직행 전세버스를 투입해 배차 간격을 늦추기로 했다. 또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걸포북변역, 사우역, 풍무역, 고촌역을 경유하는 전세버스도 추가로 투입된다고 밝혔다. 오는 7월부터는 스마트폰 앱(똑타)으로 호출·예약·결제하는 수요응답버스 30대도 투입된다. 

또 5월부터 김포골드라인 주요 지하철역에 전문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차량 문 앞에서 승차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이 외에 △내년 시행 목표인 김포대로~개화역 도로 확장 등의 단기대책 △간선급행버스 도입 추진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조기 확정 △서부권광역급행철도 개통 신속 추진 등을 골자로 한 중장기대책도 발표했다. 

서울시도 최근 특별대책을 내놨다. 빠른 수송증대를 위한 대중교통 지원부터 5호선 연장 및 수상 교통운송망 구축 등 단계적 대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육상과 수상 모두에서 운행 가능한 수륙양용버스를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으나 이는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사업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서울시는 ‘리버버스’ 도입 카드를 꺼냈다. 서울시는 18일 김포와 서울을 배로 연결하는 ‘리버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리버버스’는 1회 수송 가능인원이 200명 내외로 행주대교 남단부터 잠실까지 10개 선착장 약 30㎞ 구간을 운영한다. 

서울시 측은 “리버버스는 수륙양용버스에 비해 속도가 빨라(50km/h) 이동 편의성이 좋고 1회 수송 가능인원이 200명 내외로 가격대비 수송능력이 월등하여 경제성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며 도입 의지를 보였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포골드라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일부 교통수요를 분산시키는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여기에 리버버스의 경우도 환승 시간과 운영 부담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개선 대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도시철도와 역사 등에서 승객 혼잡 및 과밀 현상에 따른 안전사고를 대비 및 지원하도록 하는 ‘도시철도 혼잡과밀대책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권 인사들이 김포골드라인을 탑승한 뒤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1년 철도통계연보
  국토교통부 철도통계
서울시 지하철 혼잡비용 산정과 정책 활용
2016.03.07  서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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