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휠체어 사용하는 한 장애인이 좌석을 발권하고도 입석 승객이 맣다는 이유로 기차 탑승 거부를 당한 사례가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뉴시스
최근 휠체어 사용하는 한 장애인이 좌석을 발권하고도 입석 승객이 맣다는 이유로 기차 탑승 거부를 당한 사례가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뉴시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사회 곳곳에서 장애인의 삶을 조명하는 각종 행사들이 이어졌다. 시상식부터 다큐멘터리 등 환경의 장벽으로 인해 신체적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삶이 어떠한지 일 년에 딱 한번 대중들에게 조금은 낯선 이야기들을 보여주며 장애인도 우리의 이웃임을 인식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다.

◇ 입석승객 많다는 이유로 장애인 탑승 거부한 기차 승무원

그런 장애인의 날, 한 매체에 보도된 기사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야기했다. 그 기사의 내용은 장애인 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남성 장애인 조씨가 수원역에서 무궁화호 기차를 타려 했는데 승차거부를 당한 사례였다. 택시도 아니고 기차에 승차거부를 당한다는 건 평범한 철도 이용자들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매우 생소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쉬이 승차거부가 발생하지 않고 또 승차거부의 이유가 장애인의 ‘장애’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대중의 분노와 탄식이 크게 이어졌다.

승차거부를 당한 조씨는 평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었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발권 절차에 따라 전동휠체어석을 예매해 기차에 탑승하려고 했다. 무궁화호를 비롯해 새마을호, KTX까지 대부분의 기차는 승강장과의 높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 혼자서는 탑승할 수가 없다. 이런 구조적 문제로 하여금 휠체어 사용자들은 기차에 탑승하기 전 직원의 도움을 받아 객차에 오른다. 조씨도 발권 과정에서 직원에게 ‘휠체어 탑승 서비스’를 요청해 함께 승강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차를 탑승하기 직전 발생했다. 조씨가 수원역의 직원과 함께 기차에 오르려고 하자 해당 승무원이 객차 내부에 입석 승객이 많아서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며 조씨의 탑승을 막았다. 조씨는 전동휠체어석을 정당하게 발권했다며 항의했지만 승무원은 조씨의 탑승을 거부했고 무궁화호는 조씨를 태우지 않고 수원역을 출발했다. 

예컨대, 지방 출장을 가는 비지니스맨이 A기차의 3호차 57번 좌석을 예매해 탑승하려고 했는데 승무원이 객차에 사람이 너무 많고 57번 좌석에 이미 입석 승객이 앉아있어 탑승이 불가능하다고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일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에게 발생했고 탑승거부의 사유가 ‘휠체어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뒤늦게 코레일측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부랴부랴 애쓰고 있지만 대처가 너무 늦었다. 조씨가 겪었던 문제는 발생할 필요도, 발생해서도 안 되는 문제였지만 교통약자 탑승에 대한 방만한 관리와 운영이 낳은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지난 1월 본지의 칼럼인 <휠체어석을 통해 보는 열차 공간 내 권력관계>에서도 언급했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전동휠체어석을 침범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조씨가 겪은 일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KTX 뿐만 아니라 무궁화호, 새마을호 등 전동휠체어석은 대부분 의자로 된 좌석이 없고 전동휠체어가가 들어 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주어진다. 이 공간은 의자를 대신하는 공간으로 엄연히 좌석 번호가 부여된 자리이다. 그런데 이를 알면서도 빈 공간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붙어 있는 전동휠체어석 표시를 가볍게 무시하고 자리를 침범하곤 한다. 그리고 조씨가 당한 승차거부는 공간을 침범한 입석 승객과 그 침범을 용인한 승무원이 문제의 근원임이 명백하다.

◇ 명확한 가이드라인· 인식 개선 필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발생되는 것일까. 그것은 두 가지 이유 것이다. 첫 번째 이유로는 기차 승객 탑승 서비스에 관련한 운영 기준이 불명확하고, 승무원들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휠체어석만 만들고 표만 끊어준다고 교통약자를 위한 기차의 편의시설이 완벽히 갖춰진 것이 아니다. 전동휠체어석 공간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고, 혼잡한 상황에서도 정당히 값을 지불한 승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운영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의무가 철도청에 있다. 

영국의 경우 ORR(Office of Rail Road)에서 ‘접근가능한 여행 정책에 따른 철도 및 철도역 관계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 승객을 위한 물리적 편의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탑승 과정에서 필요한 비물리적 서비스와 피해 등에 따른 보상 규정까지고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ORR의 가이드라인을 조씨가 마주한 상황에 대입해보면 입석 승객이 많다는 이유로 승무원이 장애인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는 일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조씨와 같은 상황이 영국에서 발생했다면 탑승거부에 따른 승객의 불편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피해보상 비용을 지불했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여전히 부족한 사회적 인식의 부재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승무원 개인의 문제로 탓하기는 어렵다. 전동휠체어석을 너무 쉽게 침범하는 승객들에게는 조금의 잘못도 없을까. 아니다. 인식의 부재와 개인의 편의주의가 우선돼 발생된 문제이다. 

온라인상에선 ‘기차 이용팁’이라며 휠체어석 오용 사례도 버젓이 공유되는 일도 있다. ‘휠체어석이 기차 내에 가장 넓은 공간이고 자리가 비워져 있다면 그 공간을 이용해도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상에서 발견한 경험이 있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전동휠체어석은 빈 공간이 아니며, 비워둬야 하는 명백한 기차 내 좌석이다. 전동휠체어석에 특별히 의자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빈 공간처럼 인식하는 승객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교통약자 승객의 탑승을 정당한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철도 관계자 인식 변화도 시급하다. 그냥 법에 나와 있으니까, 하라고 하니까는 식으로 교통약자의 탑승을 처리해야 하는 일 정도로만 인식해왔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한때 항공기에서 승객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개인의 SNS에 올려 사회적 공분을 야기했던 승무원이 있었다. 기차라고 다르지 않다. 승무원이 승객을 대하는 태도는 곧 안전과 서비스 품질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며, 기차에 탑승하는 승객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다양한 교통약자도 포함돼 있다.

승무원이 제대로 된 인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해당 승무원뿐만 아니라 승무원을 관리 교육해야하는 기관에게도 있으며, 기관을 경영하는 경영자들의 인식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홍서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프로필 

 

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비상임이사

현) 장애인문화예술원 비상임이사 

전) 한국방송공사 앵커 

전)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전)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이사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전) 서울관광재단 비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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