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도 많이 늘어났다. 이에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펫보험은 인프라 및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도 많이 늘어났다. 이에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펫보험은 인프라 및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 그러나 동물병원의 진료항목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반려인에게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펫보험이 마련돼 있지만 가입률은 미미하다. 이유가 뭘까.

◇ 부담되는 ‘동물병원 진료비’에도… 펫보험 가입률은 0.8%

1인 가구의 증가와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양육 가구도 많이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거주지에서 직접 양육하는 비중은 25.4%로, 양육인구는 1,306만명으로 추정된다. 또한 2018년 635만 마리 수준이었던 반려견과 고양이 수는 지난해 799만 마리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 고령화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동물병원 진료비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동물병원의 1회 평균 진료비용이 약 8만4,000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동물병원의 진료항목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기 때문에 동물병원마다 7~8배의 진료비 편차가 존재한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결과 동물병원 이용 경험이 있는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 중 82.9%가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진료비를 보장하는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기준 0.8%에 불과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보험 원수보험료는 287억5,000만원으로 전체 손해보험(120조1,108억)의 약 0.024% 수준으로 펫보험 시장은 수요 대비 규모가 매우 작은 수준이다.

◇ 펫보험 시장은 ‘초기단계’… 향후 논의 방향은?

지난달 2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손해보험협회 등이 후원해 여러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그간 각계에서 연구된 펫보험 활성화 추진과제 등이 다각적으로 논의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보험연구원 김경선 연구위원은 국내 펫보험 현황에 대해 세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펫보험 관련 보험제도 및 인프라 준비가 미흡하다. 이로 인해 상품 다양성이 부족하고 보장범위가 제한적이다. 회사 상품별로 자기부담률‧가입금액‧보상한도 등이 유사해 차별점이 없다는 의미다.

또한 보험가입 시 필요한 실효성 있는 동물등록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는 펫보험 가입 시 반려동물의 사진을 등록하는 것에 그치지만 김 연구위원은 완벽한 신원 확인을 위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의 조사결과,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삽입의 부작용이 우려돼 반려동물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소비자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반려동물 진료체계에도 한계가 있다. 동일한 질병이라도 동물병원마다 상이한 질병코드 및 진료행위 코드를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가 진료비를 비교‧선택하기 어려우며 진료비 편차도 크다는 게 김 연구위원의 풀이다. 또한 표준화된 의료 데이터도 충분치 않아 합리적인 보험료‧보상한도 산출 및 신상품 개발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미나에서는 핀테크업계 및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펫보험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정부에서도 펫보험 활성화와 관련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제도 개선방안에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농식품부는 올해까지 다빈도 진료항목 60개에 대한 진료 표준화를 추진하고 내년까지 100개 항목으로 확대해 진료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또한 수의업계와 보험업계의 제휴 등에 기반한 협력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반려동물 산업이 확산되면서 △동물병원 의료비 △산책 중 발생하는 상해위험‧배상책임 등 다양한 위험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펫보험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펫보험 인프라 구축방안과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펫보험이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사회적 보호 장치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신중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2년 동물보호복지 국민의식조사
2023. 02. 02.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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