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 한도로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 뉴시스
취약계층·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 한도로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취약계층·저신용자에게 최대 100만원 한도로 급전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출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출 재원의 조기 소진이 우려되자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기부를 통한 추가 재원 확보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 상향과 이자율 하향 조정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다만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세밀한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고금리·소액 한도에도 수요 폭증… 저신용자, 긴급 동아줄 

소액생계비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출시된 정책금융상품이다. 제도권 금융사는 물론, 기존 정책금융상품조차 이용이 어려워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출 대상은 신용평점 하위 20%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자로, 연체 이력이 있거나 소득이 없어도 가능하다. 

대출 금액은 최초 이용 시 최대 50만원 이내로 이뤄진다. 6개월간 정상이용한 경우 추가대출 1회가 가능해 최대한도는 100만원이다. 다만 최초 대출 시 병원비 등 특수한 상황이 있는 경우엔 50만원 이상의 대출도 받을 수 있다. 기본 금리는 연 15.9%이지만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0.5%p(퍼센트포인트)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후 성실 상환시 6개월마다 금리가 3%p 인하돼 최저 연 9.4%로 낮아질 수 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고금리인데다 한도도 소액에 그치고 있지만 폭발적인 신청 수요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2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된 소액생계비 대출 사전예약 신청에만 총 2만5,399명이 몰린 데 이어 실제 대출 집행도 빠르게 이뤄졌다.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은 상품 출시 후 3주간(3월 27일부터 4월 14일) 총 1만5,739명을 대상으로 96억4,000만원의 소액 생계비 대출이 집행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50만원을 대출받은 사람은 1만1,900명, 병원비 등 자금용처 증빙을 통해 50만원을 초과해 대출받은 사람은 3,839명이었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61만원 수준이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출시 5주차께 대출자 2만명, 공급 규모는 14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생계비 대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이 많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저신용자 대상 소액생계비 대출 상품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계가 곤란한 취약계층에게 대출 문턱을 낮추고 최소한의 동아줄을 제공, 불법 사금융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기존 정책금융 상품조차 접근하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도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서민금융진흥원은 소액생계비대출을 통해 단순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상담을 통해 신청자의 재기 지원도 돕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대출 신청자에게 채무조정, 복지연계, 취업지원, 휴면예금 찾기, 불법사금융 피해 대응 등에 대한 복합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상품 출시 후 3주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총 1만5,726건의 복합상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국은 우대금리 혜택을 통해 취약차주의 금융 교육 이수도 유도하고 있다. 금융 지식 부재로 곤란을 겪거나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소액생계비 지원 대책이 취약계층을 돕는 획기적인 대책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최대한도가 100만원에 불과하다. 생계와 관련된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이들의 생계 곤란을 돕기엔 한계가 있는 액수다. 

여기에 대출 공급 규모도 현재까지 한정적이다. 당초 소액생계비대출은 은행권 기부금 500억원과 한국자산공사(캠코) 기부금 500억원을 더해 1,000억원이 조성됐다. 올해 당국은 해당 재원을 통해 소액생계비 대출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많은 신청 수요가 몰리면서 조기 재원 소진이 전망됐다. 

현재까지의 대출 신청 추세를 감안할 때 9~10월경이면 재원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권의 국민행복기금 초과 회수금을 활용해 640억원의 대출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이후에도 재원 확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지속적으로 재원이 확보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재원 마련 지속가능성 숙제… 장기적 관점 운영 필요  

여기에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지만 이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치열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민생119’는 소액생계비 대출 지원 확대와 이자율 인하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을 놓고 금융권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재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대출 한도만 늘릴 시 운영의 부담을 키우고 되레 대출 대상자가 줄어드는 부작용까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때문에 저신용자들을 돕기 위해선 일회성 자금 지원책이 아닌 보다 세밀한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신용자들이 기존 채무 및 생계곤란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도록 복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한편, 침체된 서민금융 시장 활성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부업 등 서민금융시장은 법정최고금리가 잇따라 인하된 후 신규 대출이 중단되거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등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침체된 서민금융 시장을 보다 활성화해 저신용자들이 좁아진 대출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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