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스미스와 살아 있는 경제 기자의 대화 / 정숭호 지음, 들꽃과 구름
죽은 스미스와 살아 있는 경제 기자의 대화 / 정숭호 지음, 들꽃과 구름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를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애덤 스미스를 조명한 책이 출간돼 관심이 집중된다. ‘죽은 스미스와 살아 있는 경제 기자의 대화’가 그것이다. 오는 6월 5일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는 가운데 선보인 도서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린다.

책은 “모든 인간의 이기심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사회 전체에 번영을 가져온다”라는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관한 스미스의 통찰이 주제다. 저자가 18세기 후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돌아가 스미스의 자택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책의 부제가 ‘탄생 300주년 애덤 스미스를 찾아가다’인 이유다.

저자는 “오늘날 대부분 인간행동은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펼쳐 놓은 얼개 위에서 전개되고 있음을 우리 모두 잘 안다”면서 “이 책은 과거의 빈곤에서 벗어나 먹고사는 문제는 이제 해결하게 된 한국이 앞으로 더 풍요로워지려면 스미스적인 사고(자유가 풍요를 가져온다)가 더 넓고 깊게 확산해야 함에도 현실은 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책은 애덤 스미스가 ‘자유’를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배경을 짚는다. 스미스가 열두 살 때 자신이 태어난 에든버러 인근의 조그만 항구 커콜디에서 한 밀수꾼이 처형되고, 이 사건에 분노한 커콜디 주민들이 관과 군에 대항해 봉기한 사건을 일례로 들었다. 저자는 “아마도 어릴 때 지켜본 이런 사건들이 스미스가 평생 ‘간섭 없는 경제, 자유로운 교역’이라는 생각에 몰두케 한 이유일 것”이라고 짐작한 이언 심슨 로스(1931~2015)의 말을 인용했다. 이언 심슨 로스는 스미스의 삶과 사상을 ‘애덤 스미스의 생애’에 담아낸 스코틀랜드 태생 캐나다 경제학자다.

어린 시절의 경험 외에 스미스가 계몽주의 시대의 사람이라는 점도 그가 인간의 자유를 모든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인민-보통 사람’은 군주와 귀족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노예’일 뿐이라는 봉건주의 사고는 인간에게는 인간의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핵심인 계몽주의가 등장하면서 사라지게 됐다.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리려면 정의에 기반한 법치, 즉 ‘법의 지배’가 필수라는 사실을 통찰한 스미스에 대한 조명도 담았다. 스미스는 ‘국부론’에 앞서 쓴 ‘도덕감정론’에서 “정의는 기둥, 선행은 장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착한 마음과 착한 행동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나, 건물에 비유하면 정의라는 기둥이 쓰러지면 그대로 무너지는 장식에 불과하므로 선행을 말하기에 앞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책 뒷부분에서는 스미스의 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사상을 강화하고 지켜낸 루트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두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의 사상과 삶도 간략하게 소개된다.

미제스와 하이에크는 스미스 사후 사회주의의 허구를 철저한 논증으로 밝혀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자들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개인의 자유 침탈, 전체적 빈곤 확대, 사회적 서열 심화 등 사회주의가 척결 목표라고 한 ‘사회악’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 미제스와 하이에크의 핵심 논지다. “애덤 스미스 300주년을 되돌아보는 데 이들의 기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은 더 많은 사람이 스미스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구상됐다”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스미스를 알게 될 사람들 가운데 그의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직접 읽을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저자 정숭호는 휘문고,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와 부장, 편집국 부국장 및 심의실장을 거쳐 뉴시스 논설고문과 신문윤리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자유칼럼그룹, 이투데이, 아주경제, 시사위크, 위키리크스한국 등 다수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목사가 미웠다’(2003), ‘진실한 남자 진정한 대통령 트루먼’(2015), ‘가보지 않은 여행기’(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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