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설탕가격이 전월대비 크게 상승한 149.4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설탕가격이 전월대비 크게 상승한 149.4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던 세계식량가격지수가 지난 4월 소폭 상승했다. 세계 설탕가격이 이번에 급등하면서 전체 식량가격을 견인한 것이다.

◇ 세계 설탕가격 지수 17.6% 대폭 상승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세계 설탕가격이 전월(127.0포인트) 대비 17.6% 상승한 149.4포인트(2014~2016년 평균 기준=100)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121.5포인트에 비해서는 22.9% 급등한 수준이다.

지난 4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2011년 10월 이후 11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특히 올해 들어 설탕 가격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소폭 하락했던 설탕 가격 지수는 △2월 124.0(전월대비 6.9%↑) △3월 127.0(1.5%↑) △4월 149.4(17.6%↑)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슈가플레이션(슈가+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세계 설탕 가격 상승은 세계 각국에서의 공급량 부족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도와 중국에서 생산량 전망이 계속 하향하고 있는 가운데 태국과 EU의 생산량도 기대 이하로 예상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또한 농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의 사탕수수 생산량은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강우량 증가로 수확이 지연되고 있다. 국제 원유가 상승과 미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강세 역시 설탕 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 식품 당국의 풀이다.

설탕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 수입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과자‧빵‧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이미 한 차례 오른 가운데, 4월의 큰 폭 상승이 향후 가공식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세계 설탕가격 상승, 국내에 영향 미칠까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126.5포인트 대비 0.6% 상승한 127.2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약 1년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여기에는 특히 설탕 가격의 상승이 전체 식량가격 상승에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악화 영향으로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하던 국제 곡물가는 올해 들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곡물가격은 4월 기준 136.1포인트로 전월대비 1.7% 하락했다. 유지류의 가격도 130.0포인트로 전월대비 1.3% 하락, 유제품의 경우도 124.6포인트로 전월대비 1.7% 하락했다.

반면 설탕 가격만이 전월대비 급등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 설탕가격 상승과 관련해 브라질의 작황 호조가 예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앞으로 업계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가격 안정에 필요한 조치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설탕가격 상승으로 수입단가도 한동안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세계식량 가격 변동이 국내 수입단가로 반영되기까지 3~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앞으로 세계 설탕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국내로 들어올 때는 높은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상반기 밀 등 국제 곡물가가 173.5포인트를 찍으며 폭등한 바 있다. 그해 하반기부터는 밀을 사용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이에 올해 초까지도 정부가 식품업계를 향해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세계 설탕가격에 대한 불안이 곧바로 국내 식품가격에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직 국내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 위축을 경고하기도 했다. 설탕가격이 오름세가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경우 발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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